2024년 4월 30일(화)

영화 스크린 현장

원주 아카데미의 친구들 "극장은 무너져도 시민은 무너지지 않아"

김지혜 기자 작성 2024.04.09 17:05 조회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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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한국예술영화관협회가 주최하고 전국의 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들이 심사와 시상에 참여한 제2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 5일 제2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어워드 (이하 한예협 어워드)가 복합문화공간에무 팡타개라지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어워드는 한 해 동안 한국의 예술영화관에서 상영된 국내외 독립예술영화와 독립예술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영화인, 한 해 동안에 있었던 영화인들의 활동 등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으로, 대상, 작품상, 감독상, 배우상, 배급 홍보상 그리고 관객들이 직접 선정한 올해의 관객상까지 총 6개 부분의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식을 진행했다.

시상식에는 수상자들은 물론 독립 예술 영화 업계의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하여 자리를 함께 빛냈다. 제2회 한예협 어워드 집행위원장인 에무시네마 김상민 대표는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는 본 협회에서 같은 산업에 종사하시는 동료를 지지하고 서로 어려움 속에서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 힘과 위로가 되고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로 어워드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어워드 취지와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제2회 한예협 어워드는 에무시네마 김상민 대표와 헤이리시네마 장현상 대표가 공동 사회를 맡았다. 어워드 오프닝은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 제작자이자 뮤지션 최고은의 축하 무대로 문을 열었다.

이어 한국영상자료원 김홍준 원장의 축사가 이뤄졌다.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은 "예술영화관의 존재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하다. 예술영화관이 없다면 한국영화의 한 부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그래서 우리의 존재가 중요하고 여기서부터 한국영화의 모든 것이 출발한다"며 한국의 예술영화관들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본격적인 시상에 앞서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하효선 부회장의 개회사가 이뤄졌다. 하효선 부회장은 "우리 서로의 시점은 같은 심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미래를 봐야 한다"며 "우리가 뭉쳐서 '한국 영화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영화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국영화의 새로운 '영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잘해보자는 마음이다"라고 한예협 어워드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첫 번째 시상 부문은 한예협 어워드만의 특별한 시상 부문인 배급 홍보상이었다. 수상에는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수입하고 배급한 디오시네마(대표 한동희)가 수상했다. 한동희 대표는 "일본 유학 시절 만난 일본 영화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하며 "저희뿐 아니라 많은 수입 배급 업계분들이 많은 시간을 쏟아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자 애쓰시고 있다"며 다른 배급사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배우상은 '다음 소희'의 배우 김시은이 수상했다. 배우상 시상에는 지난 제1회 배우상 수상자인 양말복 배우도 함께 해 더욱 의미 있는 시상이 되었다. 수상자인 김시은 배우는 "'다음 소희'를 통해 GV라는 행사를 처음 경험해 보며 여러 예술영화관들을 방문하는 값진 기회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관객분들과 영화에 대해 밀도 있고 재미있는 대화를 했던 기억들이 즐겁게 남아있다"며 영상을 통해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더 열심히 하라는 위로와 격려에 힘을 받아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원주

감독상은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이 수상했다. 정주리 감독은 "가끔 이렇게 과분한 상을 받게 되면 올 때 심지어 괴롭고 좀 부끄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부끄러운데,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는 이상하게 좀 이렇게 설레고 떨렸다"라며 "어려서 처음으로 광주에 가서 광주시네마테크에서 데이빗 린치의 '블루 벨벳'을 보고 '나도 이런 거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하고 영화감독의 꿈을 그때부터 키웠는데 이후 20년이 지나 '다음 소희'라는 영화를 만들고 전국 예술영화관에 가서 관객분들을 만나는 것이 감회가 새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직도 너무 (한국 영화계가) 혹독한 겨울인 것 같은데, 이제 봄이 왔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해외 작품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수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상을 통해 "'괴물'은 한국의 많은 영화 관계자와 영화 팬들에게 사랑받은 정말로 행복한 작품이다. 이렇게 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저희 스태프들, 출연진들 모두가 기쁘게 생각하고 큰 격려가 되었다"며 "이번 수상에 힘입어 차기작을 향해 잘 나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괴물>을 수입한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대표가 무대에 올라 "예술 영화라는 카테고리가 우리 영화계에서 작은 어느 한 부분, 일부만 보는 부분 그런 부분이 되지 않도록 여러분들한테 크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예술영화를 잘 소개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주

이어 국내 작품상은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가 수상했다. 김미영 감독은 "영화를 작업하면서 그래도 크게 절망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분들이 상영해 주시고 배급, 홍보해 주신 많은 독립예술영화들을 제가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영화는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가 관객으로서 만나온 많은 영화들을 통해 배워온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대하는 어떠한 태도, 그러한 것들을 영화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대상에 앞서 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선정한 44편의 후보 작품 중 관객들이 직접 투표한 관객상 발표가 이어졌다. 수상작은 1,840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표를 얻은 '괴물'에 돌아갔다.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상을 통해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에서 두 개의 상을 수상하게 되다니 거듭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영화와 영화 업계 그리고 영화 문화의 발전을 바란다. 그리고 저도 여러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며 소감을 전했다.

원주

올해의 대상은 '원주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수상했다. 이번 대상은 '영화 작품'이나 '감독'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띄었는데, 원주 유일의 단관극장 철거 반대 운동을 펼쳐온 '원주 아카데미의 친구들'의 노력과 그 활동이 영화계에 주는 의미와 예술영화관협회와의 연대의 의미를 담아 이번 수상이 결정됐다.

원주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아직 아카데미 친구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다. 함께 해주셨던 영화인들께 다시 한번 큰 감사를 드린다"고 전하며 "비록 아카데미 극장은 기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제는 "극장은 무너졌지만 시민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싸우고 있다. 아카데미 극장처럼 위기에 처한 문화예술인들과 각 지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영화인들께 큰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는 한 해 동안 한국의 예술영화관에서 상영된 국내외 독립예술영화와 독립예술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영화인, 영화인들의 활동 등을 대상으로 대상, 작품상, 감독상, 배우상, 배급 홍보상 그리고 관객들이 직접 선정한 올해의 관객상까지 총 6개 부분의 수상자를 선정해 수여한다.

한국의 대다수 영화 관련 시상식이나 어워드가 한국영화만을 시상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이번 한예협 어워드는 해외에서 제작되어 수입 상영된 예술영화들도 시상 대상에 포함되어 화제가 되었다. 수상자는 부상으로 예술영화관 2~3개 극장에서 언제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프리패스 1년권을 받게 되어, 예술영화관만의 또 다른 재미와 의미를 더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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