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월)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싱글 인 서울', 로코 주인공의 직업은 왜 천편일률적일까

김지혜 기자 작성 2023.12.04 11:40 수정 2023.12.04 11:42 조회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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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계절을 타는 장르 영화가 있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불어닥치는 연말에는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생각난다. 커플인 사람들에겐 데이트 무비로, 싱글인 관객에겐 연애 세포를 자극하는 영화로 소구력을 발휘한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싱글 인 서울'은 데이팅 무비로 괜찮은 만족도를 선사하는 영화다. 세 주인공의 매력을 감상하는 재미와 조연들의 개성 있는 연기, 서울 곳곳을 여행하는 대리체험의 즐거움까지 준다.

'싱글 인 서울'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유능한 출판사 편집장이지만 혼자는 싫은 '현진'(임수정)이 싱글 라이프를 담은 에세이 '싱글 인 더 시티' 시리즈의 작가와 편집자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혼자여도 괜찮아? 아니 혼자여서 괜찮아!"고 주장하는 영호는 싱글라이프를 만끽한다. 로맨틱한 로맨스를 꿈꾸는 현진은 책으로만 연애를 배운 건지 연애 세포가 죽어 헛발질만 해댄다.

대학 선후배인 두 사람은 책 발간을 계기로 재회해 투닥거리며 서로를 알아간다. 여기에 영화는 영호의 첫사랑 서사를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하며 싱글 찬가를 부르게 된 영호의 상처들을 언급한다. 또한 영호의 첫사랑 주옥(이솜)의 이야기도 교차로 등장시키며 남자와 여자의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류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는 점에서 신선도는 떨어진다. "지금 싱글이 아닌 자, 모두 유죄", "싱글에게 썸은 불륜이다"라는 류의 영호의 싱글 예찬 대사들은 2010년대 초반 유행하던 인터넷 글귀 같은 올드한 느낌을 준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싱글 예찬으로 이어지다가 결국엔 커플 탄생 무드로 마무리되는 결말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1인 가구 700만 시대에 걸맞은 싱글 남녀의 현실적 일상이나 연애를 기대했다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에서 판타지가 빠진다면 그 또한 퍽퍽한 일이기는 하다.

또 한 가지, 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배경은 출판사 아니면 잡지사 아니면 영화사일까. 예쁘게 잘 포장된 선물 박스인 것은 맞지만, 내용물이 실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한국 영화에서 유독 진화가 느린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이다.

서울 곳곳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은 촬영이 인상적이다. 이동욱과 임수정의 꽁냥꽁냥한 연애담을 보러 갔다가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빠질 수도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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