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월)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서울의 봄' 김의성, 전두광 능가한 빌런…'피꺼솟 연기' 아티스트

김지혜 기자 작성 2023.11.27 12:13 수정 2023.11.28 20:19 조회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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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

* 이 글에는 영화의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제 욕 좀 그만하세요. 오래 살겠어요"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개봉 첫 주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분 좋은 신음을 하는 배우가 생겼다. 바로 김의성이다. 개봉 첫날부터 김의성의 SNS는 불바다가 됐다. "연기 좀 살살하라"는 관객들의 아우성이 빗발친 것이다.

희대의 악인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의 압도적인 열연은 예상했던 바. 영화에서 전두광 못지않은 빌런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의 준말)을 유발한 김의성의 활약은 예상치 못했던 바다.

김의성은 '서울의 봄'에서 국방장관 '오국상'으로 분했다. 한남동에 위치한 정상호(이성민) 육군참모총장 관저에서 총성이 울리자 건너편 관저에 있던 오국상은 잠옷바람으로 줄행랑을 친다. 그가 도망친 곳은 미8군 사령부다. 전두광과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반역을 꾀하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는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나라의 운명을 등한시한다.

김의성

오국상 역시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전두광', '이태신'처럼 실존인물의 이름을 비튼 영화 속 캐릭터명도 인상적이다. 이름대로 나라의 초상(國喪)을 불러일으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태신이 남은 병력을 끌어모아 전두광 일당과 대치하고, 반란군 본부를 조준한 야포 발사를 앞두고 있을 때 발포 중단 명령과 함께 이태신의 직위해제를 선언한다. 이는 나라의 운명을 전두광 패거리에게 갖다 바친 결정이 된다.

김의성 분량은 10여 분 남짓이다. 김의성은 지난 24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욕먹을 것이 뻔한 데다 분량도 많지 않은 이 역할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김의성은 "사실 소속사에서 이 영화 출연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난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영화 속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군복 입고 돌아다니는데 이 역할만 잠옷을 입고 있어서 돋보인다. 또한 쉴 틈이 하나도 없는 영화인데 이 사람이 나올 때 쉴 틈을 준다. 그리고 스토리를 결정하는 (나쁜 방향으로의 )키를 쥐고 있다"고 위트 섞인 답변을 남겼다.

김의성

실존인물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잘 몰랐다. 이 역할을 맡고 나서 알아봤다. 그 밤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더라"고 의미심장한 답변을 남겼다.

김의성은 '피꺼솟 연기' 아티스트'다. 악역 전문 배우이자 신스틸러로 한국 영화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영화 '1985'의 고문 경찰 '강과장'을 시작으로 '관상'의 간신 한명회, '부산행'의 민폐 승객 '용석', '창궐'의 미치광이 왕 '이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매국노 '이완익' 등 이야기의 방향키를 쥐고 주인공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활약해 왔다.

특히 '부산행'에서 보여준 악역 연기로 인해 '명존세'("'명'치를 '0'나 '세'게 때리고 싶다"의 준말)라는 악역전문배우로서는 영광스러운(?) 애칭을 얻기도 했다. 욕망에 눈이 멀어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캐릭터를 뻔뻔하게 연기하는데 도가 텄다. 또한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며 위압감을 선사하는 여느 악역과 다르게 엉성하고 빈틈 있는 면모까지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그는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에서 모두가 꺼리는 악역을 맡길 주저하지 않는다. 진보적 정치 성향을 가진 배우로 알려진 그가 영화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퇴보 시킨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이색적 선택으로 보인다. 근, 현대사의 어둠과 그늘을 알리는 데 있어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진실을 알리고 있는 셈이다.

김의성

'서울의 봄'이 흥행할수록 김의성은 더 많은 욕을 먹겠지만, 그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배우에게 이보다 더한 칭찬이 있을까.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 한국 상업 영화로는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정면으로 다뤘다.

'비트', '아수라'를 만든 김성수 감독의 농익은 연출력과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의성, 유성주, 안내상 등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호연을 펼쳐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개봉 일주일 만에 전국 180만 명을 돌파한 영화는 신드롬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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