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오스카行' 윤여정이 공 돌린 사람은 따로 있었다…"시나리오 전해준 이인아 PD"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3.16 17:11 수정 2021.03.16 17:14 조회 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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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윤여정이 한국 최초의 오스카 후보 지명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시나리오를 처음 전해준 이인아 PD에게 감사를 전했다.

윤여정은 지난 15일 캐나다에서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입국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 소식을 접했다. 이 소식을 듣고 눈물 흘린 건 본인이 아닌 이인아 PD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윤여정은 "'와!, 선생님 후보에 올랐어요'라며 우는 거예요. 전 안 울었어요. 저는 덤덤했습니다. 그래서 이인아 PD를 안아주고 제 방으로 데려왔어요."라고 전했다.

윤여정

이인아는 영화 프로듀서다. 윤여정은 2005년 한국계 미국 배우 산드라 오와 작품을 하려고 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이때 알게 된 이인아 프로듀서와 나이를 뛰어넘는 '베스트 프렌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나리'의 시나리오를 윤여정에게 처음으로 전해주고, 정이삭 감독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이인아 PD였다.

윤여정은 오스카 후보 지명 소감에도 이 이름을 언급하며 '미나리'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제 친구 이인아 피디에게 감사합니다. 같이 자가격리 중이라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알파벳이 Y 다보니 끝에 호명되어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저 대신 울더라고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인아 PD는 윤여정의 미국 촬영이 걱정이 돼 '미나리' 촬영장에 날아갔고, 현지에서 밥을 해주며 윤여정과 '미나리'팀을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미나리

윤여정은 "제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저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인아 PD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에 기여하고 마음으로 응원해준 모든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배우로서 최고 영예의 순간을 맞았지만 인생을 달관한 사람과 같은 여유와 넉살도 보였다. 윤여정은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고 오늘날 자신을 만든 기쁨과 시련의 시간을 모두 품었다.

윤여정은 오는 4월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여우조연상 후보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보랏 속편'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맹크'의 아만다 사이드프리드와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두고 경쟁한다.

'후보 지명'이라는 기대를 현실로 바꾼 만큼 대중의 관심은 '수상'으로 몰릴 터. 윤여정은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됩니다."라고 적잖은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나리'는 이미 큰 희망을 낳았고, 기적을 이뤘다.

ebada@sbs.co.kr

-배우 윤여정 소감 전문-

죄송합니다. 제가 여러분을 직접 뵙고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캐나다에서 어젯밤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 시기에 놀러 다녀온 것은 아니고 나름 외화벌이를 하러 촬영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지금 나이 74세인데 이 나이에 이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여러분의 응원에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건 너무 아는데 이렇게 밖에 인사를 못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지인들도 축하를 해주고 싶어 하는데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올림픽 선수도 아닌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사실 저랑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순위를 가리는 경쟁 프로는 애가 타서 못 보는 사람입니다. 사실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됩니다. 응원에 정말 감사드리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저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제 친구 이인아 피디에게 감사합니다. 같이 자가격리 중이라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알파벳이 Y 다보니 끝에 호명되어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저 대신 울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저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다시 한번 상황상 직접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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