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성폭력 의혹 김기덕 기리는 건 잘못" 영화계, 추모 반대의 목소리

김지혜 기자 작성 2020.12.13 09:49 수정 2020.12.13 21:23 조회 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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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김기덕 감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가운데 영화계에서 김 감독의 추모를 둘러싼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감독으로 유일하게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베니스, 칸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쾌거를 올린 김기덕 감독의 업적을 생각하면 그를 추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는 2018년 성폭력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 영어자막 번역가로 잘 알려진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12일 SNS에 "2018년에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의혹을 다룬 TV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나는 수업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가르치는 것을 중단했다"며 "만약 누군가의 삶에서 그런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기덕

또한 그는 "나는 그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관심이 없다. 그가 천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그를 향한 평가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영화평론가이자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의 남편 피어스 콘란도 자신의 SNS에 "김기덕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죽음에 대해 험담하고 싶었던 충동을 참았다"며 "그가 촬영장에서 했던 끔찍한 행위에 대한 언급 없이 그에 대한 애도가 (특히 서양권에서) 쏟아지는 것을 보고 굉장히 슬펐다"고 적었다.

콘란은 "그가 영화계에 기여한 공로는 절대 잊어선 안 되겠지만, '괴물 같은 성폭력'의 희생자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기덕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과 장례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영화계에서도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앞서 사망 소식이 전해진 11일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한국 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올렸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SNS였다. 부산영화제 측은 물론이고 단체 차원의 공식 추모나 애도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기덕 감독은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 '빈 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작품상), '아리랑'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2018년 과거 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국내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러시아로 넘어가 해외 활동 및 거주를 모색하던 가운데 지난 11일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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