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38th 청룡상] "대한민국 스턴트맨입니다"…스타도 스태프도 공감했던 '말말말'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1.26 10:32 수정 2017.11.27 10:01 조회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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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청룡영화상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 시상식이다. 제38회 시상식 역시 납득할만한 결과로 영화인과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연말에 열린 시상식답게 축제 분위기는 고조됐다. 이날만큼은 영화인도 현장을 잊고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시상식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시청자들을 웃고 울린 순간과 말을 꼽아봤다.  

◆ 조인성 "경수와 친하다는 이유로…"

신인남우상상은 영화 '형'의 도경수의 차지였다. '택시운전사' 류준열과 '꿈의 제인' 구교환 등 타 시상식에서 이미 수상을 한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쟁취한 트로피였다. 그러나 이날 도경수는 엑소 콘서트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무대에 올라온 것은 조인성이었다.

조인성은 무대에 올라 "(도)경수가 지금 콘서트 중인데 혹시 수상을 하게 된다면 대신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친하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올라왔다. 잘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대리 수상이었지만 도경수만큼 멋진 배우가 올라와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조인성은 관객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 인기상을 받았다.

청룡

◆ 연상호 감독의 로봇 시상 "수안이 어부바~하하하"

최다 관객상 부문은 지난해 수상작인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아역 배우 김수안이 시상에 나섰다. 눈길을 끈 것은 연상호 감독의 로봇 같은 말투였다. 듣다 못한 김수안은 "감독님, 너무 기계적으로 답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지적하자, 연상호 감독은 "그런가요? 하.하.하."하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시상식 자리가 어색했고, 대본대로 읽어야 하는 상황이 익숙지 않았던 연상호 감독은 "좋은 작품으로 김수안 배우님과 다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 또 다음에 최다 관객상을 받으면 제가 업어드리겠다"고 딱딱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권귀덕

◆ "대한민국 스턴트맨 권귀덕입니다"

영화 시상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수상 부문인 기술상에서도 감동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수상자는 영화 '악녀'의 권귀덕 무술감독이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권귀덕 감독은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스턴트맨 권귀덕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왜 저에게 이런 상을 주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정말 떨리네요. 일단 너무 감사드리고요. '악녀' 촬영하면서 고생하신 (김)옥빈씨, (신)하균 선배님, 정병길 감독님 외 모든 스태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저 낳고 키워주신 어머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 감사드립니다"라고 덤덤하지만, 진솔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권귀덕 무술감독은 서울액션스쿨 출신의 스턴트맨으로 출발해 국내 최고의 무술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악녀'의 정병길 감독과는 '나는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 '악녀'까지 세 편을 함께 하며 충무로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룡상

◆ "저 조선족 아닙니다"

시상식의 가장 큰 이변은 남우조연상 부문에서 나왔다. '택시운전사'의 유해진, '더 킹'의 배성우, '불한당'의 김희원 등을 제치고 '범죄도시'에서 열연을 펼친 진선규에게 영광이 돌아왔다. 수상을 예상하지 못한 진선규는 울면서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의 수상 소감은 그 자체로 드라마이자 코미디였기에 그대로 전한다.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왔는데요. 상을 받을 줄 알았으면 하나 더 먹었어야 하는건데...제가 40년 동안 계속 도움만 받고 살아서 감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빨리 말할게요. 먼저 하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기 어딘가에 앉아있을 아내 박보경, 배우인데 아이 둘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요. 경상남도 진해에 있는 제 고향 친구들, 그 친구들이 제가 코가 낮아서 안된다고 성형수술 계까지 하고 있는데...고맙다. 제 극단 '간다'에도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저에게 '범죄도시' 위성락이라는 좋은 역할을 주신 강윤성 감독님, 장원석 대표님, 마동석 형을 비롯한 형사팀, 윤계상을 비롯한 장첸파 배우들 또 영화를 위해 애쓰신 스태프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저는 저 멀리 우주에 있는 '좋은 배우'라는 목표를 향해서 계속해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표가 갈렸나 보죠…결함이 꽤 있는 영화인데"

감독상에서도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택시운전사' 장훈, '박열'의 이준익,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을 제치고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이 받았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김현석 감독은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자켓 단추도 풀고 있었는데...표가 갈렸나 보죠? 저는 오늘 나문희 선생님 수상 축하드리러 왔는데 이따가 혹시 여우주연상을 못받으시면 모양이 이상해지는데..."라고 솔직한 말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사실 결함이 꽤 있는 영화인데, 아무래도 소재에 대한 의미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우리의 부채의식을 반영한 영화라는데 높은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1년 전 이맘때 명필름 심재명 대표에게 시나리오를 받고 (어려운 작품을 맡겨) 원망을 많이 했는데...이런 결과를 주시다니. 무엇보다 이 상은 영화를 만드느라 고생한 PD에게 바칩니다"라고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청룡

◆ "나의 친구 할머니들, 저 상 받았어요"

여우주연상은 이변 없는 결과가 나왔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열연한 나문희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올해로 연기 데뷔 57년, 일흔 일곱 살의 노배우는 신난 발걸음으로 무대에 올라 활짝 웃었다. 그리고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

"늙은 나문희에게 큰 상을 주신 주최 측에 감사드립니다. 김현석 감독님과 이제훈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 스태프와 제작사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요새 후배들을 보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자랑스러워요. 한국 영화배우들이 전 세계 배우들 중 제일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요. 올해 동료들이 많이 (하늘나라로)갔는데 저는 남아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았네요. 그렇지만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친구 할머니들, 제가 이렇게 상을 받았어요. 여러분도 열심히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서 다 상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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