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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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김지운 감독이 멜로 영화를 만든다면

김지혜 기자 작성 2016.10.04 08:40 조회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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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감독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충무로에서 김지운처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아우른 감독도 없을 것이다. 

데뷔작 '조용한 가족'은 호러, '반칙왕'은 블랙 코미디, '달콤한 인생'은 느와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웨스턴, '악마를 보았다'는 스릴러, '라스트 스탠드'는 액션, '밀정'은 콜드 느와르를 표방한 시대극이었다. 이처럼 그는 매 작품 새로운 장르 여행을 펼치며 자신의 개성이 투영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그의 영화는 종종 서사의 빈틈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는 하지만, 김지운의 필름은 서사의 미학을 즐기기 위해 선택하는 영화가 아니다. '김지운 스타일'은 이미지로 이야기를 만들며, 관객은 시각의 쾌감을 통해 이야기를 관통하는 정서와 감정을 느껴왔다. 그것은 김지운만의 특별한 작법이다. 

장르 탐험가인 김지운 감독에게 관객들이 또 다른 장르를 기대한다면 그건 '멜로'가 아닐까 싶다. 그의 대표작 '달콤한 인생'(2005)은 멜로 정서에서 출발한 느와르 영화였다. 선우(이병헌)의 파국은 희수(신민아)에 대한 마음의 미동에서 시작된 것을 기억할 것이다.

2013년 내놓은 단편 영화 '사랑의 가위바위보'는 김지운 감독이 처음 시도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수다스럽고 엉성해 사랑에 늘 실패하는 운철(윤계상)과 아름다운데다 사랑스럽기 까지한 은희(박신혜)의 가위바위보 한판을 통해 김지운 감독은 한 남녀의 어리둥절하지만 설레는 시작의 한 순간을 포착해냈다. 

이 두 작품에서 보여준 멜로의 기운은 관객들에게 그의 정통 멜로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 충분했다. 

밀정

게다가 신작 '밀정'에서도 김우진(공유)과 연계순(한지민)의 애틋한 감정은 알듯 모를 듯하게 그려진바 있다. 시나리오상에는 두 사람의 애정 관계가 세부적인 에피소드로 묘사돼있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과 공유는 상의 끝에 두 사람의 감정선을 동지애로 마무리했다. 그런만큼 김지운 감독이 그려낼 본격 멜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SBS 연예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김지운 감독은 멜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둔 멜로 영화 아이템이 하나 있다. 제목은 '사랑했는데'다. 가수 이미자 씨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즐겨 부르던 18번 곡이었다. 아직 시나리오라던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놓은 것은 아니다. '사랑했는데'라는 제목이 주는 아련하면서도 싱숭생숭한 제목이 내가 만들 멜로 영화에 적합할 것 같아 마음속에 품어두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나는 어떤 이미지나 무드로 부터 영화를 시작할 때가 있고 장르로부터 이야기를 출발시킬 때가 있다. 멜로 영화의 경우 전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제목은 있지만, 이야기가 미정이라는 점이 되레 흥미를 자극한 그의 멜로 영화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일단 차기작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인랑'이 확정된 상태다. 아마도 그날은 '밀정'의 이정출처럼 그의 마음이 크게 출렁일 그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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