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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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화대반점' 여경래 셰프가 말하는 중식의 신세계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2.21 16:29 조회 2,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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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래 셰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중화요리는 대략 짚어도 그 종류가 6만 가지가 넘어요. 중식이 한국에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대표 메뉴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에요. 중화요리의 다양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여경래 셰프는 중국에는 중국요리가 없다고 했다. 땅이 넓고 수많은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하나의 요리로 통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별 요리 특징에 따라 북경 요리, 상해 요리, 광동 요리, 사천 요리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했다.

SBS 플러스의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연출 옥근태)에 출연을 결심한 것은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인식되어 온 중국 음식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중식은 많은 부분 왜곡돼있다. '기름지다', '더럽다', '몸에 안 좋다' 등 부정적 인식을 깨고 중식의 다양함과 우수성을 널리 알려주고 싶다. 점차 외식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중식이 권토중래(捲土重來)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여경래 셰프는 국내에서 가장 맛있는 중식을 만드는 셰프 중 한 명이고, 중국에서도 존경받은 특급 요리사다.

'중화대반점'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여경래 사부를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홍보각'에서 만났다.

중화대반점

◆ "중식 요리사, 거부하고 싶은 운명이었지만 천직"

여경래 셰프는 한국인 어머니와 대만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6살 무렵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여경래 셰프는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중식에 입문했다.

"화교였기에 직업을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시작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눈이 나빴는데 20대가 되기 전까지 안경을 쓰지 못했다. 주방에서 안경을 쓰면 재수없다고 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칼질에 집중했다"

여경래 셰프는 중식계에서 '전설의 칼잡이'로 통한다. 당대 최고의 중식 대가인 오학지, 왕출량 사부에게 사사받은 실력이다. 그는 나쁜 시력을 극복하기 위해 칼질에 매진했고, 수많은 특급 호텔의 칼판장 자리에 올라 명성을 떨쳤다.

"처음 요리를 할 때만 해도 '악의 구렁텅이'라는 생각에 암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기왕 할 거면 최고로 잘하자'는 마음이 생겼다. 또 하다 보니 중식이 나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일을 즐기면서 했고 그러다 보니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20대 초반 주방장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은 뛰어났지만, 내성적이라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는 못했다. 어린 주방장이었기 때문에 사람들도 잘 다가오기 않았다. 여경래 셰프는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약 3년 정도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내 별명이 '똘아이'였다. 해외를 넘나들며 활동 반경을 넓힌 것도 그 무렵이었다"

여경래 셰프 장도 박은영 셰프

◆ 한국 최초 '그랜드 마스터'…본토에서 인정한 대가

여경래 셰프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중식 대가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식 셰프로는 최초로 중국에서 '그랜드 마스터 셰프'라는 호칭을 얻었다.

활동 반경은 국내를 넘어선 지 오래다. 1년에 수십 차례 중국과 홍콩, 대만을 오가며 요리를 통한 문화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중국요리협회 회장과 세계중국요리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중국 본토의 중국요리협회에 소속된 요리사만 900만 명이다. 비허가 요리사는 400만 명이 더 있다. 그중에 각 지역 명인이 설발돼 있는데 총 416명이다. 그 416명의 명인에 나 또한 속해 있다. 세계중국요리연합회는 30년 전 발족됐다. 금년에 한국 출신으로 처음으로 부회장이 됐다"

강의를 나가고 있는 대학교에서 발굴한 제자 그리고 자신의 업장인 홍보각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수제자들을 데리고 중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요리 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이것은 한국형 중식의 경쟁력이 본토, 나아가 세계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서였다.

"수많은 요리 대회에 참가했고, 이제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중식이 절대 본토의 것에 밀리지 않는 맛이라는 자부심과 확신을 갖게 됐다. 뛰어난 후배들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또 중국에서 활동하는 재능 있는 셰프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여경래 셰프 장도 박은영 셰프

◆ 左은영-右장도 그리고 중식에 눈뜬 아들 "든든하다"

여경래파는 중화대반점에 출연 중인 셰프 군단 중 가장 팀워크가 좋은 팀이다. 수제자인 장도, 박은영 셰프와 오랫동안 홍보각에서 호흡을 맞춰 왔다. 척하면 척일 수밖에 없는 호흡이다. 게다가 수제자 두 명 외에 보조로 요리대결에 참여하고 있는 여민 세프는 여경래 셰프의 큰아들이기도 하다. 마음으로 키운 제자와 피를 나눈 아들의 조합, 여경래파의 요리 앙상블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은영 셰프는 내가 강의 중인 대학교에서 발굴한 인재다. 중식계에 여자 요리사가 거의 없는데 이것도 선입견과 편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봐서 알겠지만 박은영 셰프는 편견을 깰 만한 대단한 재능과 깡을 가진 요리사다. 앞으로의 성장으 더욱 기대된다. 장도 셰프는 중국에서 기본기를 다진 실력자다. 요리도 요리지만 카빙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다. 이번 프로그램이 두 제자들에게 요리를 하는 데 있어 좋은 경험이 되고 요리를 해나가는 데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장남인 여민 군도 최근 아버지를 따라 요리에 매진하고 있다. 여경래 셰프는 "아들이 꼭 내 뒤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요즘은 직업을 선택할 여지가 많은 시대 아닌다. 아들이 어렸을 때는 방황도 많이 해서 걱정을 했는데, 어느 순간 주방으로 돌아왔다. 말없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아들을 보면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여민 셰프는 "처음에는 잔소리를 많이 하셨지만, 요즘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팁도 전수해 주신다. 아버지만큼 훌륭한 요리사가 될 자신은 없지만 지금은 하나둘씩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경래 셰프 장도 박은영 셰프

◆ 예능으로 시작해 다큐가 됐다…"해피엔딩 만들 것"

여경래 셰프는 '중화대반점'에서 가장 늦게 1승을 가져갔다. 4회분이 방송될 동안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여경래 셰프는 "세계 요리 대회에서도 손쉽게 여러 차례 상을 받았는데, 방송에서 승을 챙기지 못하니 자존심이 상한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3회 방송 이후 긴급 회의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 이후 승승장구했다. 5회 '육수' 편에서 불도장, 7회 '만두' 편에서 삼선교자, 9회 '손기술' 편에서 부유계편으로 3승을 챙기며 이연복 셰프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방송을 통해 이렇게 제대로된 중식을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낀다. 사실 처음에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생각하고 임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승부욕이 커져 이젠 다큐로 다가온다. 그만큼 진지한 자세로 매회 임하고 있다"

반환점을 돈 프로그램의 우승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여경래 셰프는 "해피엔딩을 만들고 싶다. 물론 그 내용은 '나의 우승'이 됐으면 한다. 아마도 마지막엔 갈라쇼를 할 것 같은데, 최고의 중화요리를 선보일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각오를 전했다. 

'중화대반점'은 이연복 셰프와 여경래 셰프가 3승씩을 챙기며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유방녕, 진생용 셰프 역시 고수의 면모를 보이며 바싹 추격하고 있다.

매회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중화대반점'은 매주 토요일 밤 11시 SBS 플러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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