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화)

방송 프로그램 리뷰

[인터뷰] '중화대반점' 옥근태 PD "중식 4대 문파, 섭외부터 전쟁"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2.15 15:03 조회 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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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대반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스튜디오 세팅 과정을 제 SNS에 올렸더니, 주변에서 "너 식당 개업해?"라고 하시더라고요"

SBS 플러스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연출 옥근태)은 쿡방계의 블록버스터다. 한 번이라도 방송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셰프들의 면면이나 육해공을 넘나드는 재료의 품격, 세트장의 규모만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스케일의 요리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말이다.

프로그램을 연출을 맡은 옥근태 PD는 녹화장을 단순히 쿠킹 클래스용 주방으로 꾸미지 않았다. 평균 경력 30년 이상을 자랑하는 중식 4대 고수들이 자신의 업장에서 요리하는 것과 같은 최상의 환경에서 최고의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한 마디로 맛있는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근사한 주방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 결과, 4명의 대가들과 8명의 수제자들은 매주 중식의 신세계를 안방극장에 보여주고 있다.

'쿡방 베테랑'으로 통하는 옥근태 PD에게 '중화대반점'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중화대반점

◆ 왜 중식인가

2015년 방송가를 점령한 쿡방이지만, '중식'은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 중 하나였다. 한식, 양식, 일식도 아닌 왜 중식일까. 단 한 번도 프로그램화된 적 없는 '중식' 아이템을 가져온 건 옥근태 PD의 신의 한 수였다.

"중식은 예로부터 한국인의 '힐링 푸드'였다. 각자의 어린시절만 회상해보더라도 운동회, 졸업식, 생일 등 주요 이벤트에는 늘 중식이 있었다. 내가 아버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추억의 맛도 중국집에서 함께 먹었던 짜장면과 오향장육이었다. 누구나의 추억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음식인 동시에 70~80년대 귀한 분들을 모시고 가장 화려하게 먹는 외식 문화의 정점이 바로 중식이다"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다. 옥근태 PD는 최근 외식업의 트렌드가 양식, 한식에 이어 중식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강남의 청담동이나 신사동, 이태원 등지에 가보면 중식이 가장 핫한 요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식'을 중심으로 한 쿡방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옥근태 PD가 눈여겨본 것은 '한국화된 중식'이었다. 화교에 의해 중식이 한국에 뿌리내린 지 100여 년. 한국화된 짜장면과 탕수육은 물론이고, 한국인의 입맛에 특화된 중화요리의 가짓수가 엄청나다.

"중화대반점'을 통해 이제는 찾지 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중화요리를 부활시키고,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만들기 어려운 전통 요리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중화대반점

◆ 발로 뛴 섭외…4대 문파가 한자리에

생각해 보면 프렌치나 이탈리안 셰프 중에는 스타가 꽤 있지만 '중식'의 스타 셰프는 다소 낯설다. 옥근태 PD는 중식 셰프들이 소속된 여러 모임을 찾아다니며 대가들을 섭외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이연복 셰프는 물론이고 여경래, 유방녕, 진생용 셰프 네 분 다 방송에 나오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정상의 자리에 오른 유명한 분들이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설명하고 출연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4인 모두 중식계에서 4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하는 대가다. 그러나 이연복 셰프를 제외하고는 방송이 낯설 수도 있는 재야의 고수였다. 제아무리 대가라 해도 카메라 앞에서 요리하는 것이 편하지 않은 데다 경쟁 성격을 띄는 요리 프로그램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터. 셰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기획의도였다.

"한국 중식의 기록과 계승이라는 점과 수제자들과 함께한다는 것에 네 사부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 후배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겠다는 의의와 한국 중식의 보존이라는 사명감이 출연을 수락하신 결정적 이유였다고 하시더라"

중화대반점

◆ 세트의 비밀…중식당 주방 4개 옮겨 놓은 스케일

'중화대반점' 세트는 여타 요리 프로그램의 스케일을 능가한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옥근태 PD는 "셰프들이 가게를 개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주방의 설계"라며 "호텔 주방 못지않은 넓은 공간은 물론이고, 불쇼가 가능할 정도의 화력을 스튜디오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세트를 설계할 때 자문을 얻었던 것은 세트를 제 집처럼 드나들 4인의 세프였다. 제작진은 네 셰프들에게 중화 렌지의 화력부터 아일랜드의 높이, 도마의 크기 같은 것까지 일일이 조언을 구했다. 옥 PD는 "셰프들이 자신의 업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요리를 해야 최고의 실력이 나올 것 같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의견을 수렴했다"고 전했다.

중화대반점

더불어 시청자들을 위한 오픈 세트 형태로 설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옥 PD는 "그간의 쿡방을 보면 카메라의 중심에는 연예인이 있고, 주방은 한쪽 사이드에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중화대반점'은 요리와 셰프들이 주인공인만큼 주방을 중앙 무대에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개 요리 프로그램을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대결 주제에 따라 매주 바뀌는 요리의 메인 재료는 문파별로 셰프들이 직접 공수해 온다. 그러나 채소나 양념 등의 부재료들은 여러 업체를 연결해 매주 공수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매주 셰프들이 60인분의 음식을 만드는 만큼 부재료 역시 상당한 양이 든다. 일반 레스토랑에서 재료를 공수하듯 부식 발주 업체를 지정해서 공급받았다. 매주 녹화날 아침, 4대 문파의 요리 재료들이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방송국에 배달된다"

중화대반점

◆ 옥 PD가 본 4대 문파, 이래서 대가다

옥근태 PD는 전 직장에서 '한식대첩' 시즌2', '테이스티 로드' 시즌 2~3, '요리의 정석' 등을 만든 쿡방의 달인이다. 웬만한 요리 전문가 못지않은 미각의 소유자다. 그런 만큼 '중화대반점'에 출연하는 4대 문파의 요리 스타일을 한눈에 꿰고 있다.

8회까지 방송되며 흥미진진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옥 PD는 4대 고수의 강점과 특징을 면밀하게 분석해 줬다. 먼저 이연복은 황금비율의 신이라 칭했다.

"국민 셰프인 이연복 셰프는 '간의 신'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은 간이 생명인데 그 점에서는 누구도 따를 자가 없다. 맛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알려졌다시피 이연복 셰프는 후각을 잃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만의 황금비율로 음식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입신의 경지에 오르신 게 아닌가 싶다.

여경래 셰프는 '바람의 칼잡이'라고 소개했다. 옥 PD는 "대륙이 인정한 칼의 명인이다. 여경래 셰프는 광동, 북경, 사천 등 요리의 폭이 굉장히 넓다. 중국의 전통식에 한국식을 적절히 접목해 한국화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요리 선보이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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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녕 셰프의 경우 자신만의 개성이 또렷한 장인이라고 전했다. 옥 PD는 "유방녕 셰프의 집안은 청나라 시대 때 한국으로 넘어온 화교 1세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요리를 하고 있고, 동생와 아들 역시 뒤를 잇고 있다. 가정식으로 시작한 중식의 원형이 살아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게다가 매 회 어떤 요리를 선보이일지 예측이 안 될 정도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신다. 네 세프 중 유일한 불판장 출신이신만큼 웍과 불을 다루는 기술은 단연 최고다"라고 평가했다.

진생용 사부는 명품 중식의 1인자라고 칭했다. 옥 PD는 "진생용 셰프는 조선호텔, 프라자 호텔 등 당대 최고의 호텔 중식당을 두루 거쳤다. 호텔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최고급 재료를 다루고 최상의 플레이팅을 하던 실력이 몸에 오롯이 녹아 있다. 무슨 요리를 만들어도 하나하나 품격이 넘친다"고 전했다.

이연복 셰프가 3승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세 셰프들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반기 레이스에 접어든 '중화대반점'의 명품 요리 대결은 매주 토요일밤 11시 SBS 플러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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