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화)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쿡방 베테랑' 옥근태 PD "'중화대반점', 트렌드 역행한 이유는…"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2.05 12:00 조회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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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대반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불꽃이 웍을 달구고, 칼이 도마에서 춤을 춘다. 셰프의 이마엔 땀방울이, 시식단의 입에선 감탄이 쏟아진다. 중식 고수들의 요리 대결,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다. 15분 간단 요리, 만능 비법으로 만든 집밥이 쿡방의 추세를 이루는 요즘 SBS 플러스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연출 옥근태)은 고수가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요리로 시청자들의 눈과 혀를 자극한다. 제대로 된 '군침 유발 방송'의 등장이다. 

파스타는 한 그릇에 2만 원을 받아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짜장면은 만 원만 받아도 인상부터 쓰기 마련이다. 지난 100년간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중식이지만 그 위상은 양식과 한식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화대반점'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하지만, 가장 저평가돼 온 중식을 주인공으로 한 최상의 요리 갈라쇼다.

'중화대반점'의 녹화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열기로 매회 달아오른다. 이연복, 여경래, 유방녕, 진생용 4인의 고수가 각각 2명의 수제자들과 팀을 이뤄 물러설 수 없는 요리 대결을 펼친다.

이 뜨거운 전장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은 옥근태 피디(PD)다. '한식대첩' 시즌2를 통해 쿡방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옥근태 피디가 SBS 플러스로 이적한 후 야심 차게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옥근태 피디는 '중화대반점'을 통해 크게 두 가지 트렌드를 역행했다. 간단 요리가 주목받는 현 쿡방 흐름을 역류했으며, 양식과 한식 위주의 쿡방을 중식 중심으로 바꾸며 시청자에게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트렌드의 역행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트렌드의 선도를 의미한다.

'중화대반점'은 쿡방의 블록버스터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규모와 시간, 땀과 노력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요리사들이 스튜디오에서 음식을 하고 녹화한 방송을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보는 단방향 방송이 아닌, 시청자들이 현장에서 대가가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맛을 보며 체험하는 쌍방향 쿡방으로 거듭난 데 의미가 있다. 

프로그램의 일등 공신 옥근태 피디를 만나 '중화대반점'의 기획부터 연출에 이르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화대반점

◆ 옥근태 피디의 '원스 어폰 어 타임'…"수렵채취전문 PD에서 쿡방 PD로"    

옥근태 피디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수렵채취전문 PD였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쿡방이 생기기 전 야생 프로그램이 많았다. 전국 팔도를 다니면서 방어 잡고, 회 뜨고, 복숭아 따고, 송이 채취하는 게 일이었다. 내 핸드폰 전화번호부에는 각 마을 어촌반장과 작목반장님 번호가 가득했다. 그러면서 식재료의 재철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SBS 플러스 이직 전 올리브 TV에서 근무했다. 그곳에서 '홈메이드쿡' 시리즈', '요리의 정석', '테이스티 로드' 시즌 2~3, '마트당', '계절의 식탁', '한식대첩2' 등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쿡방 전문 피디로서 그의 감각은 '한식대첩' 시즌2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쿡방 베테랑 PD'라 명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옥근태 피디의 전문성은 단순히 요리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요리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준'요리 전문가다. 그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믿는다.

옥 피디는 "연출의 핵심이 되는 콘텐츠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PD의 기본이다. 쿡방 역시 그렇게 접근했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요리의 레시피를 공부하고, 그 레시피에 따라 맛을 내보면서 요리와 요리사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리 프로그램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시청자로 봤을 때 너무 막연하고 모호했다. 이를테면 '알맞게 익힌다', '소금을 약간 넣는다' 라고 말하는데 그 양이 얼마인지, 시간이 몇 분인지...보는 사람은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시청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갔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은 옥근태 피디를 '쿡방의 달인'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가 '중화대반점'에서는 뜻밖의 콘셉트로 시청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중화대반점

◆ "따라 할 수 없는 요리 왜?…시청자 위한 최고급 중식 쇼"

'중화대반점'은 중식 고수들의 진미 대향연이다. 그런 만큼 일반인들이 가정에서 따라 할 수 없는 복잡한 레시피를 자랑한다. 이는 최근 트렌드인 '따라하기 쉬운 요리 프로그램'와는 대치되는 것이다. 왜 이런 선택을 할 것일까.

옥근태 피디는 "트렌드를 역행할 생각으로 기획한 게 맞다"라면서 "방송을 보고 요리를 따라해 달라는 의도로 만든 게 아니라 보고 즐기면서 다양한 중식 요리를 기억해 달라고 만든 것이다. 난 이 프로그램을 시청자를 위한 최고급 요리쇼로 꾸미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중식 화력에, 고급 재료, 레시피를 준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들은 아니다. 중식은 레시피로 익히는 게 아닌 몸으로 익히는 요리기 때문이다. 매회 수제자전과 사부전 두 번의 배틀을 통해 8가지 음식이 나온다. 12회를 하는 프로그램이니 총 96가지의 요리가 나올 것이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깐풍기, 오향장육, 동파육 정도로만 알고 있던 중식의 새로운 세계를 시청자에게 경험시켜 줄 수 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새로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한 번이라도 찾아준다면 더없는 보람일 것 같다"

옥근태 피디와 4대 고수가 기획 단계에서 마음이 통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중화대반점'을 통해 잊힌 중식, 특히 한국형 중식을 시청자에게 소개하고 후대에도 자료로 남길 수 있기를 바랐다.  

'중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중식, 세계로 통하다', '응답하라, 추억의 중식요리' 등의 대주제를 통해 제작진과 출연진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짬뽕, 딤섬 등의 소주제를 통해 재료와 레시피를 달리했을 때 낼 수 있는 새로운 맛과 모양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였다.      

중화대반점

◆ 요리 공개방송 지향 "보고, 즐기고, 먹으러 오세요!"

'중화대반점'이 여타 요리 프로그램과 차별된 점 중 하나는 시청자 참여 쿡방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쿡방은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안방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중화대반점'은 시청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와서 대가들의 요리를 먹어볼 수 있다. 한마디로 '요리 공개방송'을 지향한다.

"음악 프로그램은 '더 쇼' 같은 공개 방송이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요리 프로그램은 없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중화대반점'을 기획할 때 꼭 시청자가 녹화장에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형식을 지향하게 됐다. 물론 시청자 시식단 60인에 들기 위해선 응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옥근태 피디와 네 대가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시청자 시식단이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때'라고 했다.

"매 녹화 때마다 사부들이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60인의 시식단을 보면 그렇게 감동적이고 고마울 수가 없다고 하더라. 얼마 전에는 지방에서 임산부가 올라오셨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울까지 와서 긴 녹화에 임했다. 그래도 돌아가시면서 "맛있는 음식에 행복했다"며 거듭 고맙다 하시더라. 이런 격려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  

중화대반점

'중화대반점'은 반환점을 돌아 후반전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7회 방송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매회 네 고수의 일품요리 대향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우승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옥근태 피디는 여기에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줬다.

"수제자들을 눈여겨봐주셨으면 한다. 이연복파 최형진·정지선 셰프, 여경래파 장도·박은영 셰프, 유방녕파의 유방원·유상민 셰프, 진생용파 왕병호·박건영 셰프까지 8명 수제자 모두 한 레스토랑의 주방을 통솔하는 능력과 경력을 자랑하는 실력자들이다. 사부의 요리 DNA를 흡수한 수제자들의 진검 승부가 후반전의 또 다른 흥미 요소가 될 것이다"

'중화대반점'은 매주 토요일 밤 11시 SBS 플러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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