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일)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제2의 '이터널 선샤인' 꿈꾸는 영화, 재개봉 열풍의 우려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2.02 13:56 조회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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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이터널 선샤인'은 2015년 개봉 영화를 결산할 때 반드시 거론돼야 할 작품이다. 1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5일 재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관객 기록을 깬 최초의 영화가 됐다. 재개봉 성적은 12월 1일 기준 24만 2,060명. 2005년 관객 동원 수(16만 8,691명)를 7만 명 이상 넘어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비수기면 으레 있는 재개봉일 줄 알았다. '이터널 선샤인'이 재개봉 영화의 흥행사를 새롭게 쓰자 뒤이어 개봉하는 영화들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19일 쿠바 음악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개봉했으며, 12월 3일엔 스웨덴 공포 영화 '렛미인'이 개봉한다. 워킹타이틀사의 겨울 멜로로 사랑받았던 '러브 액츄얼리'도 오는 17일 개봉한다. 또한, 스페인 멜로 영화 '그녀에게'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재개봉 릴레이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 트렌드가 과거에는 고전 영화를 복원, 확장하거나 리마스터링해서 재개봉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개봉 10년 안팎의 영화들이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콘텐츠의 힘, 명작에 대한 관객의 수요 등을 꼽을 수 있다.

한 차례 개봉을 통해 마니아를 확보했던 수작의 경우 재개봉을 통해 다시보기를 유도할 수 있다. 관객은 그 시절 영화를 다시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린다. 신규 관객의 입장에서는 말로만 듣던 수작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명작의 재개봉은 의미도 있고 명분도 있다.

러브 액츄얼리

좀 더 상업적인 이유로 접근해 본다면 수입사는 VOD시장에서의 상품성 증대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극장 동시개봉 영화라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오래된 영화도 편당 가격이 만 원을 호가하게 된다. 신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관객을 모으지 못해도 2차 시장에서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판권 만기가 다가오는 영화들이 재개봉을 고려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러다 보니 재개봉뿐만 아니라 '거듭 개봉'을 하는 영화도 등장했다. '러뷰 액츄얼리'의 경우 최초 개봉된 2003년 이후 세 번째 상영이다. 지난 2013년 1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했으며, 오는 17일 다시 한 번 개봉한다.

이들 영화는 4월이나 11월 같은 비수기 극장가를 공략한다. 문제는 재개봉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신작 다양성 영화들의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의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급망을 확보한 데 반해 다양성 영화는 한정된 상영관에서 그들만의 싸움을 펼친다. 가뜩이나 배급 상황이 열악한 가운데 이미 개봉했던 영화들과 극장 경쟁을 해야 한다. 

이터널 선샤인

'이터널 선샤인'은 3주차에 스크린 수를 전국 100개까지 늘렸고, '렛미인'은 개봉을 앞두고 전국 CGV 47개관을 확보했다. 10~20개 상영관을 확보하기도 여의치 않은 다양성 영화의 숙명을 고려해 보면 일부 재개봉 영화는 좋은 환경에서 상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 영화를 수입하고 있는 한 영화사 관계자는 재개봉 릴레이에 대해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오십 미터 앞서 경주를 시작하는 셈"이라며 "한정된 극장에서 이미 인지도를 가지고 경쟁에 뛰어드니 신작의 배급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터널 선샤인'의 성공 사례를 통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컨텐츠의 힘은 입증됐다. 이로 인해 재개봉을 고려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개봉 영화와 신작 다양성 영화 또한 상업 논리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못내 씁쓸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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