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카트', 왜 메이저 배급사와 손잡지 않았나

김지혜 기자 작성 2014.11.18 16:04 조회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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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최근 SNS를 중심으로 퍼진 사진 한 장. 국내 한 대형 마트 건물에 걸린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 제작 명필름)의 광고판, 누가 봐도 '불편한 동거'다.

지난 2007년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모티브로 한 영화 '카트'는 이제는 (이름만)사라진 홈에버만의 흑역사는 아니다. 국내 대형 마트 체인 어떤 곳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재진행형 문제이기에 이 한 장의 사진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카트'는 심재명·이은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명필름'이 제작하고 '리틀빅픽쳐스'가 배급을 맡았다. 명필름은 '접속, '조용한 가족', '공동경비구역JSA', '바람난 가족',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건축학 개론' 등 한국 영화사에서 의미있는 상업영화를 만들어온 충무로 대표 제작사다.

그러나 '리틀빅픽쳐스'는 언뜻 듣기에도 생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출범한 신생 배급사다. CJ, 롯데 등 대기업 계열의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에 맞서 창작 권리를 되찾고자 충무로 10여 개 제작사가 힘을 합쳤다.

카트

'리틀빅픽쳐스'는 지난 7월 개봉한 '소녀괴담'에 이어 두 번째로 '카트'의 배급을 맡았다. 비정규직이라는 상업영화로서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택한 '카트'가 신생 배급사와 손을 잡아 험난한 길이 예고됐다. 국내 영화 시장을 고려했을 때 극장 체인을 소유한 대기업 배급사의 지원 없이 흥행하기란 녹록지 않다.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심재명 대표가 이같은 환경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영화의 소재와 성격을 고려해 현실적 판단을 내렸다.

심재명 대표는 "CJ와 롯데에는 시나리오조차 건네지 않았다. 이 중 한 배급사는 모기업이 대형마트 체인을 보유하고 있고, 또 다른 한 곳도 영화의 소재를 민감해 할 수 있는 대기업이었기에 '카트'를 배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공공적 성격을 띤 대안 배급사 '리틀빅픽쳐스'가 '카트'를 배급하는 것이 취지에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해 손을 잡게 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심 대표는 작품이 가진 힘과 관객의 눈을 믿었다. 배급력이 달리더라도 영화가 좋으면 관객은 알아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요근래 상업영화의 전략과는 다르게 개봉 5주 전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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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사회를 필두로 다양한 일반시사회를 열어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개봉 첫날 전국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날까지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는 NEW가 배급한 '패션왕'으로 3만 명대에 그쳤다. 

'인터스텔라'가 1,200여 개의 스크린을 장악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카트'는 500여 개 안팎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선전 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적하고 있는 한국 영화가 약자들의 투쟁을 그린 '카트'라는 점은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힘겨운 싸움이지만, 잘 버티며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고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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