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최연소 헤드윅’ 손승원이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까지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8.01 16:29 조회 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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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원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뮤지컬 배우 손승원(25)을 만나기로 한 날, 기록적인 폭염이 서울을 압도했다. 인터뷰 시작 30분 전부터 이미 나와 있었다는 손승원은 긴팔 셔츠에 긴 바지 차림이었다. 갓 미용실을 나선 듯 빗어 올린 헤어스타일은 흠잡을 데 없이 반듯했다. 한참 사진 촬영을 했는데도 손승원은 더운 기색 하나 없었다. 땀도 흘리지 않았다. 그래서 유독 하얗디하얀 피부는 더 투명하게 빛났다. “덥지 않냐”는 물음에 소리없이 미소만 띄울 뿐이었다. 문득 '헤드윅' 무대에서 처음 손승원을 봤을 때 모습이 떠올랐다. 소년과 청년의 얼굴을 동시에 가진 배우. 스물넷 '최연소 헤드윅'이란 화려한 수식어를 가지고 무대에 선 손승원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해맑은 미소에 왠지 더 슬프게 보이는 눈빛은 강렬했다. 2년째 '헤드윅' 무대에 서고 있는 손승원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솟구치는 그런 배우였다.

-정말 더운 날인데 땀도 안 흘린다. 피부가 여자보다 하얗고 좋다.

“메이크업을 해서 그런가 보다.”(웃음)

-이렇게 더울 때 공연하는 일이 쉽지 않을텐데.

“공연할 때는 워낙 몰입하니까 힘들단 생각을 못하는데, 끝나면 아무것도 못하고 이렇게 누워 있는다.(대자로 뻗은 모습을 보여준다.) 공연 한번 하면 몸무게가 쭉쭉 빠지는 것 같다.”

-주위에선 올해 공연에서 손승원의 체격이 더 좋아졌다는 평이 많던데.

“운동을 해서 그런 것 같다. 공연하면서 힘 좀 키우려고 헬스를 한다. 일주일 4번정도 가서 2시간에서 2시간 반정도 땀을 쏟는다.”

헤드윅

-작년 '손드윅'이 가녀린 게 트레이드 마크였다면 올해는?

“작년에는 일부러 살을 뺐다. 마르게 보이고 싶었다. 한 살 더 먹고 '헤드윅' 무대에 섰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남성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 두 번째 '헤드윅'을 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자신감이다. 작년에 '헤드윅' 마치고 나서 '내가 뭐든 물리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소화하기 힘든 작품을 마쳤으니 다른 더 어려운 작품도 해낼 수 있겠다는 그런 믿음(웃음)”

-이런 얘기를 할 때 눈빛이 굉장히 강렬하다. 얼굴은 순둥이 같은데 눈빛이 강렬하니까 묘한 이미지가 풍긴다.

“보기와 다르단 얘기를 많이 듣는다. '헤드윅'은 착한 사람은 하면 안 되는 뮤지컬이다.('그럼 나쁜 남자인가.'라고 묻자) 그렇다. 따지자면 상남자에 가깝다. 무뚝뚝한 편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형들 앞에선 애늙은이 같다. 일찍 철이 든 것 같다.”

-일찍 철이 들었다고?

“일찍 놀아서 철도 일찍 든 것 같다.(웃음) 이미 철이 다 들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계원예고에 입학하게 되면서부터다. 공부에 소질이 없는 편이었지만 그 때까지 뮤지컬은커녕 연기에 대한 생각도 전혀 없었다. 노래는 굉장히 좋아했지만. 그냥 두발 자유라는 말에 혹해서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내가 다닐 땐 바뀌어서 두발규제가 있었지만(웃음). 그 때 선배들이 하는 뮤지컬 '페임'을 처음 보고 완전히 빠졌다. 그때부터 '이게 내 길이다'라고 생각했다.”

손승원


-그 때 잘해서 더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한 건가.

“(쑥쓰러운 듯 한참 말을 못 하다가)한 학년에 딱 한번 공연한다. 우리 땐 '벽을 뚫는 남자'였는데 그 때 주인공이었다. 올해 '벽뚫남' 공연을 했는데 고등학교 때 공연했던 생각이 많이 났다.”

-계원예고면 조승우, 김다현 배우의 후배인가.

“그렇다. '헤드윅'에서 함께 했던 조승우, 김다현, 최재웅 선배가 모두 계원예고 출신이다. 고교 후배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더 잘 챙겨주신다.”

-그럼 형들의 '헤드윅' 공연은 다 봤나.

“당연히 다 봤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다.”

-올해 오른 무대들은 어땠나. 비교해줄 수 있나.

“송용진 선배는 락커니까 락스피릿이 제대로다. 조승우 형은 '헤드윅'의 토크쇼 같은 느낌. 여유롭고 재밌다. 박건형 선배는 분장을 했는데도 특유의 남자다움 같은 게 멋지다. 최재웅 형은 저와 좀 비슷한 면이 있다. 대본에 충실하다. 깊이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쑥쓰럽겠지만 형들과 비교해서 이것만은 내가 최고라고 꼽을 수 있나.

“아직 어리다는 점?(웃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 일찍 주인공을 맡았고 어린 나이에 큰 경험을 한 것이 내겐 큰 장점이다. 반대로 아직 어려서 배포가 없다. 여유로움도 부족하다. 형들과 함께 하면서 그런 걸 많이 배운 것 같다.”

-'손드윅'은 가장 토미스러운 무대로 사랑받는데.

“제일 어리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 토미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형들보다 아직 피부와 몸매가 더 탱탱해서 그런가.(웃음)”

-살짝 디스한 건가.

“절대 아니다.(웃음)”

-'헤드윅' 준비하면서 이것까지 해봤다는 것 있나.

“작년에 '헤드윅' 준비하면서 트랜스젠더 바, 게이 바에 일부러 가봤다. 친구들이랑 함께 갔는데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분들이 오히려 친절하고 상냥하게 잘 대해주시더라. ('잘생긴 남자니까 더 그랬을거다'라고 농을 건내자) 그럴지도.(웃음) 그분들도 다 같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누가봐도 형인 분들도 있고 여자보다 더 예쁜 분들도 있고. 하나같이 눈이 다 슬펐다.”

손승원

-지난해 공연과 비교해 자기 발전이 가장 많이 된 부분이 어떤 곳인가.

“작년에는 매순간 긴장했다. 불안함이 컸다. 올해는 첫 공연부터 긴장을 하나도 안했다. 여유가 많이 생겼다.”

-첫해 공연 때는 어땠기에?

“최연소 '헤드윅'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또 함께 했던 형들이 송창의, 조승우 선배였다. 형들은 세 번째였고 나는 처음이었다. 주위 걱정하는 시선이 다 느껴졌다. 잘해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담 속에 한 첫 공연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첫 '헤드윅' 무대를 기억하나.

“'헤드윅' 공연할 때 관객들이 환호를 지르고 박수를 치지 않나. 그날은 싸하고 냉랭한 분위기였다. 관객들이 걱정하며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살 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다 말아 먹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부담감이 엄청났나보다.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공연 전주에 뇌수막염에 걸려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다. 첫공인데 안무 리허설도 못하고 무대에 올랐다. 첫공에 처음으로 밴드와 맞춰봤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무섭다.”

-'헤드윅' 전에는 '쓰릴미'에서도 최연소 주연이었지 않나.

“맞다. 예대에 들어간 뒤 허송세월만 보내는 것 같아서 군대 가려다가 우연히 '스프링 어웨이크'로 데뷔했다. 이후 운 좋게 '쓰릴미'에서 최연소 첫 주연을 맡았다. 정말 부담이 컸다.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덕분에 손승원의 팬덤이 생겼는데.

“그렇다. 준비했던 만큼 팬들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했다. 덕분에 첫 팬클럽이 생겼다. 동성애 연기라는 쉽지 않은 과제였는데, 마치고 보니 연기생활에 큰 도움이 돼있더라.”

-손승원 팬덤의 특징은 뭔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밴드 분들이 제 공연은 앞 자리 분들 연령대가 유독 낮다고 얘기해주시더라. 전체적인 팬분들은 누나들이 많다. 동생같은 마음으로 챙겨주신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짜릿했을 땐 언제인가.

“분명 남자가 여자 연기를 하는 건데도 나를 보며 관객들이 우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공연 마지막에 손을 드는 모습을 지켜볼 때. 내 연기에 공감해준다는 거니까 짜릿하다. 공연 한번을 마치고 나면 해소감도 크다.”

손승원

-요즘 손승원이 하는 고민은 뭔가.

“관객들이 나에게 질릴까봐?”

-질리다니?

“지금 '헤드윅' 공연하시는 분들 중에서 내가 올해 제일 오래했다. '헤드윅'은 자주 보시는 분들이 많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올해가 '헤드윅' 10주년이니까 얼마 전부터 새 넘버를 추가했다. 승우형은 영어가사였지만 나는 한글 가사로 부른다. 네일이나 메이크업에서도 변화를 주려고 한다.”

-KBS 드라마 스페셜 '다르게 운다'로 첫 드라마도 찍었다. 어땠나.

“재밌게 촬영했다. 무대와 다른 매력이 많더라. 현장감도 있고 카메라 연기도 재밌었다. 드라마는 순발력 있게 하는 연기라서 그 부분을 많이 배웠다.”

-계속 공연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할 계획인가.

“한장르만 고집하진 않고 다양하게 하고 싶다. 물론 뮤지컬 배우니까 형들처럼 인지도를 많이 얻어서 티켓 파워를 얻고 싶은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만큼 손승원에게 뮤지컬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뮤지컬은 끝까지 놓지 않을거다. 조승우, 조정석 등 형들을 봤을 때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다가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을 때 객석이 꽉 차 있는 걸 보면 멋있더라.”

-'헤드윅'도 계속할건가.

“시간만 있으면 '헤드윅'은 매년하고 싶다. 하고나면 해소감이 정말 큰 작품이다. 내가 배우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고. 장담할 순 없지만 나이를 먹고도 해보고 싶다. 20대 후반 다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감회도 새로울 것 같다.”

-조승우 배우처럼?

“승우형도 스물다섯에 처음 '헤드윅' 무대에 섰고 지금도 그렇지 않나. 10년 전과 후 완전히 다른 공연이 됐을 거다. 나 역시 더 '언니'가 돼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

-10년 뒤 손승원은 어떤 모습일까.

“10년 뒷면 서른다섯일텐데. 아마 아저씨가 돼 있지 않을까.(웃음)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보다 더 치열했으면 좋겠고. 배우는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불러줘야 살 수 있는 직업이다. 죽기 전까지 '부름'을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손승원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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