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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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캣츠’, 고양이들의 놀이터에서 놀 준비 됐나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6.19 16:00 조회 2,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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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극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대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다. 무대를 둘러싼 양쪽 벽면으로 불이 들어오면 어릴 적 놀이공원에 온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재밌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고양이들이 한, 두 마리가 무대에 등장해 휘젓기 시작하면 객석에 앉은 이들은 어느덧 고양이들의 소중하고 은밀한 아지트를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 든다.

뮤지컬 '캣츠'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고양이들이 주인공이다. 객석에 앉은 이들은 그저 고양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때때로 그들과 교감할 뿐이다. 1년에 한번 최고의 고양이를 뽑는다는 '젤리클 볼' 설정이 초반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다보면 어느새 고양이들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캣츠

'캣츠'는 이미 국내에도 익숙한 작품이다. 6년 전 마지막으로 오리지널 팀이 내한했었고 한국 배우들로 이뤄진 라이센스 공연도 여러 차례 올려졌다. 인기 아이돌 빅뱅의 멤버 대성이 출연해 화제가 된 적도 있으며, '캣츠'의 대표적인 넘버 '메모리'는 가수들이 애창곡으로 불러서 익숙하다.

이미 국내관객 120만명을 모은 '캣츠'가 스테디 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주옥같은 넘버들은 관객들의 귀를 간질이고, 쇼뮤지컬의 특성을 활용한 볼거리는 수도 없이 나온다. 여기에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과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단순한 구조 역시 '캣츠'가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 뮤지컬이 된 요인이었다.

지난 13일 막이 오른 '캣츠'는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 무대구성 등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고양이들의 몸동작을 발레, 체조, 아크로배틱 등 여러 가지 요소들로 표현한 예술적 장치가 인상적이다. 샴 고양이 카산드라, 하얀 고양이 빅토리아 등을 맡은 배우들의 고양이 특유의 유연한 몸동작 안무는 두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하다.

캣츠


'캣츠'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히는 럼 텀 터거는 락앤롤 스타 못지 않는 섹시하고 정렬적인 무대를 꾸며 객석을 들뜨게 한다. 이 외에도 바퀴벌레를 호되게 교육시키는 제니 애니닷, 뚱뚱한 엉덩이가 인상적인 부자 고양이 버스토퍼 존스, 거의 마지막 부분에 출연해 놀라운 안무를 선보이는 미스터 미스토 펠리스 등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고양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 실제의 3~10배 크기 소품들은 그동안 봐왔던 뮤지컬들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인터미션과 공연 중간 중간 복도를 휘젓는 고양이들은 직접 관객들과 교감을 시도하기 때문에 미리 그들의 캐릭터 이름쯤은 외워 불러주면 재미는 배가 된다.

무엇보다 '캣츠'의 가장 큰 강점은 음악이다. 초반 놀라운 화음을 선사하는 '젤리클 송'과 익살과 재치로 무장한 '럼 텀 터거', 긴장감을 바짝 조이는 '맥캐버티' 등 다양한 장르의 넘버들은 한 뮤지컬 안에서 볼 수 있는 기분 좋은 종합선물세트다.

캣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명곡 '메모리'는 총 3번 등장하는데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을 맡았던 에린 코넬이 서글프면서도 아름다운 고음으로 불러내 박수를 이끌어낸다. 환생하기 직전 마지막 피날레에서 부르는 '메모리'도 아름답지만, 한국 관객이라면 배우들이 약간의 한국어로 개사해 부르는 2막 초반의 '메모리'를 들으면 알 수 없는 감격을 경험하기도 한다.

'캣츠'는 관객이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또 인간이 중심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즐거운 스토리를 선물한다는 걸 증명한다. 복잡하고 풍성한 줄거리를 가진 드라마적 요소를 기대했다면 '캣츠'의 단순한 스토리가 조금 동떨어지게 느껴질 순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번 꺾어서 보여주는 상상력 넘치는 뮤지컬은 일상의 지친 관객이라면 여유와 희열을 가질 기회가 되기도 할 터.

오리지널 팀의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과 자막을 동시에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 역시 조금 열린 마음으로 음악에 취해 보다 보면 무리 없이 '캣츠'와 교감할 수 있다.

T.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만든 '캣츠'는 전 세계 30여국, 300여개가 넘는 도시에 73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뮤지컬 사에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캣츠'의 오리지널 공연은 오는 8월 2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무대에 오른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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