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신은경,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날 버티게 해준 사람들…”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1.02 10:53 조회 7,140
기사 인쇄하기
신은경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어떤 상을 받느냐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저는 시상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어요.”(신은경)

강산이 2번 변하고도 남았을 세월. 신은경이 배우란 이름으로 걸어온 시간이다. 이 기나긴 발자취에는 신은경의 웃음과 눈물이 모두 담겨 있다. 신은경은 배우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중간에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도 겪었다. 촬영 중 한쪽 시력이 상실되는 큰 일도 있었다. 여배우라는 이름으로 버티기 쉽지 않았을 인생의 낙차를 덤덤하게 이겨낸 신은경은 2013 MBC 연기대상 특별기획 최우수 연기상의 영예를 얻었다.

신은경은 올해 MBC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이야기'와 JTBC '네 이웃의 아내'를 동시에 소화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전혀 다른 캐릭터를 분하고 쉽지 않은 연기를 펼쳤지만, 두 연기 모두 감히 완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은경은 더 단단해진 연기를 통해서 '제 2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시상식 다음날 만난 신은경은 짧은 수상소감을 통해 다 말하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진한 감사를 전했다.

신은경


◆ 보는 이들도 울컥하게 했던 수상소감, “그 이유는요…”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신은경은 최우수 연기상 트로피를 손에 쥔 채 복받치는 감정을 다잡았다. 신은경은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대상이든 최우수상이든 상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상대에 서 수상소감을 말할 수 있게 됐다는 자체가 감격스러웠고 정말 행복했다. 사실 작년에는 올해만큼 열심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게 수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상대에서 신은경은 천천히 지금껏 자신을 이 자리에 서게해 준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얘기했다. 그 중에는 신은경과 동고동락하는 소속사 고승아 대표와 배우 박원숙의 이름이 있었다. 신은경의 재기에 없어서는 안 될 '신은경의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신은경이 흔들릴 때 가장 큰 힘으로 그녀를 붙잡아줬다.

“승아언니와는 일한 지 3년째인데 언니는 제 상황을 다 이해주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배우 신은경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다 언니 덕이에요. '평생가자'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박원숙 선생님은 제가 힘들 때 먼저 다가와서 손을 내밀어주셨던 정말 감사한 분이에요. 저도 후배에게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힘들 것 같아서 더 감사해요. 지금도 선생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신은경

◆ “연기인생 첫 겹치기 출연, 그래도 행복했다”

신은경이 올 한해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12년 동안 자식처럼 키운 고양이가 작년 11월에 죽었어요. 엄마는 평생친구처럼 지낸 이모가 돌아가시는 큰 아픔을 겪었죠. 그런 힘든 시기에 엄마와 더욱 서로를 위로하게 됐어요. 사랑했던 존재가 사라지고 없어지니까 우리가 무한한 삶을 사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고 스스로를 더 꽉 조이는 계기가 됐죠. 이젠 모든 게 소중해요.”

신은경이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남몰래 많은 노력을 했다. 신은경의 짧지 않은 연기인생에서 한 번에 두 작품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 신은경은 “밤에 반신욕을 하면서 소설책을 보는 게 거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소설책이 아닌 대본을 가지고 들어갔다.”면서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지만 두 캐릭터가 시너지를 낸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은경의 노력을 알아준 걸까. 신은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따뜻하다. 신은경도 자신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시청자들의 반응들을 꼼꼼히 살펴본다. 그런 응원의 글들은 그녀를 일으키는 원동력이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제가 행복해지길 바라시는 게 느껴져요. 주눅 들었던 사람이 자신감이 생기니까 그런 모습도 좋게 봐주시고요. 밝은 역할도 해보고 싶었는데 '네 이웃의 아내' 통해 밝은 제 모습을 재밌게 봐주셔서 저 또한 행복했어요.”

신은경


◆ “이젠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차례”

신은경은 올 한해 가장 큰 수확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신은경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마음을 굳게 닫았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은경은 달라졌다.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덕에 신은경도 한층 밝고 자신감을 찾게 됐기에 올해를 잊을 순 없다.

“작년 이맘 때였을 거예요. 이경규 선생님께 '왜 전 좋은 사람이 안 나타날까요'라고 물었는데 '네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 이후로 제 마음도 변했어요. 주위에 많은 분들에게 감사할 일들이 많아졌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나도 이제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어요.”

신은경은 영화 촬영 도중 한쪽 눈 시력을 잃기도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팔 없는 분들도 잘 살지 않나. 이제는 일상이 돼 조금 불편해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나.”고 되묻자 “그렇게 해야 제가 사니까요.”라고 밝게 웃었다.

신은경은 수상 소감으로 말했던 것처럼 선배 연기자 박원숙을 자신의 인생의 롤모델로 꼽았다. “차기작이 무엇이 되느냐보다 뭐가 됐든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배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맡을 수 있는 연기의 폭이 좁아져요. 그럼에도 여전히 멋지게 활동하시는 박원숙 선생님처럼 천년만년 연기하면서 늙고 싶어요.”

신은경에게 2013년 마지막 날 만난 신은경은 새해를 향한 설렘 보다는 남은 인생을 바라보는 단단한 시선과 진지한 자세가 느껴져 인상 깊었다. 내딛는 걸음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 신은경에게 제 2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된 게 아닐까.

신은경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글=강경윤 기자 kykang@sbs.co.kl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