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월)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미스터 고'와 '김용화 감독'에 대해 기억해야 할 것들

김지혜 기자 작성 2013.08.02 17:38 조회 6,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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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감독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126만 597명. 지난 7월 17일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가 지난 1일까지 모은 관객 수다. 제작비 22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 16일 동안 불러모은 관객 수 치고는 다소 초라한 성적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실패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스터 고'는 흥행 성적과 별개로 작품의 성취를 논할 필요가 있다. 충무로에서는 불가능 하리라 여겼던 '풀 3D 영화'를 순수 우리 기술로 구현해냈다. 그 결과물도 제작비와 기술력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김용화 감독은 대다수가 뜯어말렸던 '미스터 고' 제작에 뛰어들었고, 4년에 걸친 땀과 열정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고 있는 만큼 말 못할 답답함도 적지 않을 터. 김 감독은 치열했던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김용화감독

'오 브라더스'(2003) 300만, '미녀는 괴로워'(2006) 600만, '국가대표'(2009) 800만 관객 동원에 이르기까지 김용화 감독은 실패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국 관객의 정서를 건드리는 밀도 높은 드라마로 매 작품마다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연이은 영화의 성공으로 평생 만져보지 못할 큰 돈도 손에 쥐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늘 '새로운 도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어느 순간 내가 만드는 영화가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해온 방식으로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지만, 한 번쯤 내가 가진 것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시밭길이라 힘들겠지만, 힘 좋을 때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김용화 감독은 허영만 화백의 원작 '제7구단'을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친구의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 그러나 3번째 제안을 듣고, 다시 한번 심사숙고 했고 끝내 마음을 돌렸다. 

"진입 장벽이 있는 스토리라고 판단했지만 한번 터지면 크게 터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엄청난 완성도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2D 영화로 출발했지만, 기획 단계에서 '이건 3D'로 가야한다'고 결심하게 됐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웨이웨이'(서교 분)의 우정을 다룬 '미스터 고'가 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했다. 존재하지 않은 고릴라를 존재하는 것처럼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를 우리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사재까지 털어 3D 전문 스튜디오 '덱스터 디지털'을 설립했다. 직원만 무려 180여 명. 모두 각계 각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테크니션들이었다. 

미스터고

그의 표현을 빌리면 '링링'은 죽기 살기로 만들었다. 표정 하나, 동작하나, 털 한올까지 실제 고릴라처럼 생동감 넘치게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3D 기술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자 점점 향상되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이미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 이상이 투입된 할리우드 3D 영화에 길들어져 있었다. 때문에 김용화 감독은 그 어떤 요소보다 정교한 기술력 구현에 공을 들였다.

덱스터 디지털은 이를 위해 자체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른 바 '질러스 퍼'(Zelos Fur)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80만개의 털이 고릴라의 움직임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가능했다. 링링의 얼굴은 김용화 감독의 표정과 문근영의 눈빛을 모티브로 만들어냈다.

영화 개봉 후 관객들이 아쉬움을 드러낸 건 뜻밖에도 기술력이 아닌 드라마였다. 김용화 감독 특유의 공감 가능한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서교와 링링의 교감, 링링과 성충수의 우정에 녹아들기에는 감정의 임팩트가 다소 약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용화 감독은 "내 전작들은 감정적으로 오버된 면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지향점과 궤도가 다르다고 생각했다"면서 "동물과 인간의 자연스러운 교감을 그리되 후반부 링링과 레이팅의 싸움 그를 통한 인간에 대한 단죄 등이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되길 바랐다. 때문에 한 군데에서 감정적으로 힘을 뺄 수 없었다. 난 객관적인 드라마가 아닌 주관적인 드라마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미스터고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면했던 3가지 악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야구' 영화에 '동물'이 나오는 데다 '스타'가 부재한 삼중고 말이다. 

"난 세상의 모든 영화가 자기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스터 고'의 최종 스코어가 어떻게 나오든 그건 이 영화의 타고난 수명으로 여길 것이다. 모든 관객은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 나는 영화를 만듦에 있어 '재미'를 제1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 재미의 '질'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영화를 만든다"

'미스터 고'는 국내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개봉 첫주 1억 위안(한화 약 180억 원)의 흥행 수익을 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의 영화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 진출해 한국 영화 사상 가장 큰 흥행 성적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 감독은 "세계 영화의 각축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뜻깊은 성과를 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용화 감독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는 '덱스터 디지털'을 아시아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처럼 키우겠다는 야심에 찬 꿈을 가지고 있다.

"'미스터 고' 한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3D 영화 제작을 해나갈 것이다. 국내외 영화들을 대상으로 시장 질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운영하겠다. 크던 작던 다 먹겠다는 독과점 마인드가 아니라 산업의 규모에 비례하는 큰 규모의 영화 위주로 제작하면서 덱스터 디지털을 키워나갈 것이다"

김용화 감독은 지난 10여 년을 돌이켜 봤을 때 지금이 가장 위험하면서도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갈림길에 서 있지만, 한국 영화의 기술적 발전에 계속해서 이바지하면서 관객의 평가도 달게 받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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