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월)

영화 핫 리뷰

'미스터 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한국형 3D영화(리뷰)

김지혜 기자 작성 2013.07.09 08:20 조회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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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고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결국, 영화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느냐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도 그럴듯한 이야기와 만듬새로 썰을 풀어낸다면 관객의 마음을 낚아챌 수 있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의 놀라운 마법이다. 

2009년 국가대표 스키 점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국가대표'로 전국 800만 관객의 마음을 빼앗았던 김용화 감독이 또 한 번의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야구하는 고릴라와 중국 소녀의 우정을 다룬 영화 '미스터 고'를 통해 한국 영화가 이제껏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Full 3D영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8일 오후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미스터 고'는 불가능의 영역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시에 상업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오락적 재미까지 획득하며 만족감을 선사했다.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당찬 15세 소녀 웨이웨이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돼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허영만 화백의 '제7구단'을 원작으로 했다. 그러나 영화는 만화의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세부적인 이야기는 각본을 쓴 김용화 감독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졌다.

미스터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전통의 륭파 서커스를 이끄는 '웨이웨이'(서교 분)에게는 유일한 친구이자 어려서부터 함께 해온 45세 고릴라 링링이 있다. 링링은 야구광이었던 할아버지 덕분에 서커스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할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링링은 한국의 야구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 분)의 꼬임에 넘어가 한국으로 온다. 프로야구팀에 입단한 링링은 타고난 힘과 스피드, 훈련으로 단련된 정교함으로 한국 야구계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감독은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소재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주입 시키기 위해 영화 초반 링링과 웨이웨이의 사연을 나레이션으로 상세하게 풀어냈다. 이후에는 한국으로 넘어 온 링링과 웨이웨이의 프로야구 적응기를 통해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미스터 고'는 4년여에 걸친 기획 및 기술 개발, 총 400여 명 스태프들의 1년 이상의 후반 작업을 거쳐 완성된 작품. 제작비 220억 원 중 절반 이상은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쏟아부었다.

실제 고릴라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사람의 움직임과 표정을 컴퓨터 그래픽화 하는 모션 캡쳐, 페이셜 캡쳐 기술을 비롯 애니메이션 작업을 병행해 링링을 만들어냈다. 특히 링링의 자연스러운 외관을 표현하기 위해 국내 자체 기술로 동물의 털을 구현하는 디지털 퍼(FUR)제작 프로그램 '질로스 퍼'(Zelos Fur)를 만들어 입체감을 살렸다.

3D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링링의 뒤덮고 있는 80만 개 털의 생생한 구현은 물론이고 스크린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야구공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우리의 기술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다. 게다가 후반부 들어서 링링과 또 다른 고릴라 레이팅의 격투신을 통해 보다 강력한 입체적인 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스터고

그러나 이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은 3D보다는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310만)부터 '미녀는 괴로워'(662만), '국가대표'(848만)까지 만드는 작품마다 큰 흥행을 일궈온 김용화 감독은 특별하진 않지만,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링링과 웨이웨이의 우정, 속물 스카우터와 링링의 교감 등을 통해 공감가능한 감동을 형성한다. 특히 링링과 성충수가 막걸리를 마시면서 마음의 벽을 허무는 장면의 디테일은 기술과 정서의 조화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또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지만 성동일, 서교의 기대 이상의 활약과 마동석, 김희원, 김강우, 오다기리 조 등 개성 또렷한 조연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빈틈을 잘 메꿨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전작 '국가대표'나 '미녀는 괴로워'에 비해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매끄럽지 않은 편이고, 감동의 파장도 큰 편은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조금은 들떠있다. 그러나 김용화 감독은 3D라는 기술적 효과와 이야기라는 감동을 비교적 균형 있게 맞추며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기술 구현에만 신경쓰다 이야기와 감동을 놓쳤던 다른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들과 비교하면 이 영화는 대부분 요소에서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미스터 고'는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다. 7월 17일 한국 개봉을 시작으로 18일 중국, 싱가폴에 이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몽골과 인도 등 아시아 전역에 대규모로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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