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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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사랑도 사랑이에요” 촌철살인 대사로 곱씹는 ‘청담동 앨리스’

강경윤 기자 작성 2013.01.28 15:31 조회 10,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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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앨리스

[SBS SBS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지난 27일 종영을 맞은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는 하우스 푸어, 88만원 세대, 신(新) 빈부격차 등 가볍지 않은 주제를 신데렐라를 꿈꾸는 앨리스 한세경(문근영 분)과 시계토끼 차승조(박시후 분)의 러브스토리로 풀어냈다. 우리의 현실을 관통하는 살아있는 대사는 '청담동 앨리스'의 묘미였다.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명대사로 '청담동 앨리스'가 말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를 곱씹어봤다.

▶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뀔 거야.”(문근영)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던 문근영은 왜 속물이 되길 자처했을까. 지난 3회분에서는 문근영이 청담동에 입성하기로 한 이유가 분명히 나와 있었다. 6년 사귄 인찬(남궁민 분)과는 가난 때문에 이별수순을 밟았다. 심지어 인찬은 세경이 모은 500만원마저 빚을 청산하는 데 쓰고 연인에 대한 마지막 인사라는 예의도 없이 세경을 떠났다.

세경은 청담동 며느리가 된 윤주(소이현 분)를 향해 절규했다. “가난하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했어. 근데 이제 알았어. 아무리 열심히, 성실히 노력해도 가난하다면! 그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화를 내야 하는 거야. 훌륭한 사람들이라면 이럴 대 세상을 바꾸지 그런데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나는 나를 바꿀 거야. ”


▶ “추한 사랑도 사랑이에요.” (문근영)

지난 5일 방송된 '청담동 앨리스'에서 세경이 거짓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미홍(김지석 분)에게 들켰다. 타미홍은 세경에게 프랑스로 떠날 것을 권유했지만 세경은 승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미홍은 “그건 너무 추하다.”며 세경을 몰아세웠다.

이에 세경은 “신인화(김유리 분) 팀장님도 회장님께 잘 보이고 싶어 하는데 팀장님이 하면 예뻐보이고 내가 하면 추한가?”라고 말하며 “차승조에 대한 내 마음은 추해. 근데 추한 사랑도 사랑이야.”라며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혹하기만 한 세상의 시선에 일침을 가했다.

청담동 앨리스


▶ 검어지려면 철저히 검어져라.(소이현)

뼛속부터 속물적인 근성으로 청담동에 입성한 윤주는 다이어리를 통해 세경에게 “검어지려면 철저히 검어지라.”는 조언을 한다. 속물이 되기로 작정했다면 감성놀음이나 진심 따위는 접어두고 목표를 향한 탐욕으로만 똘똘 뭉치라는 충고였다.

세경은 타미홍이 개최한 파티에 갔다가 스폰서 제의를 받고 모멸감에 파티장을 뛰쳐나온 뒤 윤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윤주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윤주는 “머저리 같아. 정신차려라. 니가 내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너 따윈 아무것도 몰라”라고 타박한다. 이어 “검으려면 철저하게 검어라. 기억하고 있네. 그 시”라고 말해 그동안 윤주가 어떤 과정을 통해 청담동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추측케 했다.

청담동 앨리스

▶ “세경 씨, 나 이렇게 찌질한 사람이에요.”(박시후)

재벌 아버지를 두고 자신도 수백억원대 자산을 가진 승조는 순수한 사랑을 꿈꾸며 캔디 같은 세경과 사랑에 빠졌다. 지난 6일 방송에서 그런 승조가 세경에게 USB를 통해 자신이 과거 얼마나 찌질하게 옛 연인에게 복수하려고 몰두했었고 세상을 향해 비뚤어져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승조는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내가 쓴 댓글 다 나올 거예요. 평소엔 입에 담기도 힘든 말, 절대 밖으로 안할 말, 악의적인 말들만 골라했어요. 나 이런 놈이에요. 내 안에 더러운 것들이 가득해요.”라며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세경에게 진심을 전했다. 

청담동 앨리스


▶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꽃뱀 두 마리를 심판하겠어”(김유리)

청담동에서 낳고 자란 인화는 세경과 윤주가 각각 승조와 민혁(김승수 분)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걸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윤주가 용서를 빌자 “니들이 뭘 잘못했는데. 그깟 혼사 망친 거? 우리집안 기만한 거? 아니. 난 도덕적인 양심도 없고 주제도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꽃뱀 두 마리를 심판하려는 것 뿐이야. 그러니까 기다려. 정의가 뭔지 똑똑히 보여줄테니까.”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인화와 세경 사이에 존재하는 단단한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한 상황. 이에 세경은 “정의? 정의가 뭔데? 내가 꽃뱀이면 당신은 뭐야? 당신도 그 사람 가진 거 보고 접근했고 비즈니스로 결혼하려고 했던 거잖아. 나하고 뭐가 다른데. 당신 비즈니스는 컸고 난 작았다는 것, 당신은 돈이 있고 난 없다는 것. 그래서 당신이 정략결혼이라고 할 때 난 꽃뱀소리를 든는다는 것”이라면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시선에 대해 항변했다.

청담동 앨리스


▶ “당신 뭐야. 혹시 자명종 토끼인가?”(박시후)

진지하며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 같은 대사만 있었던 건 아니다. 승조는 빈틈있는 매력으로 '청담동 앨리스'의 재미를 더했다. 지난 27일 방송에서 승조는 자신과 헤어진 뒤 세경이 타미홍과 다정하게 만나는 모습을 목격한 뒤 타미홍을 찾아가 둘의 사이를 채근했다.

하지만 타미홍이 “내가 한세경 씨를 돕고 있다면 믿겠느냐.”고 물었고 승조는 “믿을 수 없다. 뭔데 당신이 한세경을 돕는거냐. 도대체, 뭘,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이해가 안돼냐.”고 당황스러워 하더니 “잠깐,  티미홍이 혹시 자명종 토끼인가?"라고 되물어 웃음을 줬다. 승조는 시계 토끼를 자명종토끼로 오해한 것이었다.

청담동 앨리스

▶ “윈스턴 처칠은 말했죠. 미숙한 사랑은…”(박시후)

마지막 장면에서 세경과 승조는 재회한다. 세경은 헤어진 이후에 승조를 이용할 수 있었음을 고백하며, 승조 역시 세경을 통해 더 많은 걸 이해하게 됐음을 인정했다. 모든 걸 깨닫게 된 승조는 세경을 잡으며 이렇게 말한다.

승조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는데 다행이네요. '미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니까 당신이 필요하다 하죠.' 사랑하니까 세경 씨가 필요해요. 세경 씨가 필요해서 세경 씨를 사랑해요. 이젠 나도 구분이 안 돼.”라고 사랑을 고백한 것. 두 사람은 동화책에 나오는 비현실적인 순수한 사랑보다는 현실을 인정한 담백한 사랑고백으로 드디어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하게 됐다.

한편 지난 27일 최종회로 종영된 '청담동 앨리스' 후속으로 '돈의 화신'이 방송된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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