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웃고, 울고, 꾸짖고"…부산국제영화제 백미 'GV'

김지혜 기자 작성 2012.10.13 11:48 조회 5,614
기사 인쇄하기
17회 부산국제영화

[SBS SBS연예뉴스 | 부산=김지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천국이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의 진정한 주인공은 영화제를 채우는 관객들이다. 그들은 영화를 보는 주체인 동시에 영화를 이야기하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여느 영화제와 다른 것 중 하나는 영화인과 관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다방면으로 열려있다는 것이다.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베를린, 베니스는 대부분 영화 관계자들만을 위한 폐쇄적 구조다. 영화 관람과 기자회견 참석 등의 기회는 오롯이 영화 관계자, 마케터들의 몫이다. 그러나 부산영화제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직접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폭넓게 펼쳐진다.

올해도 부산영화제의 대표적인 쌍방향 소통 행사인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와 오픈토크가 다양하게 펼쳐졌다. GV와 오픈토크의 매력은 영화인과 영화팬이 격의 없이 만나 경계 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질문도 답도 여과 없이 '날 것' 그대로 펼쳐지는 탓에 격식과 예의를 차리는 기자회견장에서는 좀처럼 쏟아지지 않는 참신한 질문이 나온다.

지난 11일 열렸던 대만 영화 '여친 남친'의 GV 현장에서는 한 여성 관객이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뒤 영화 속에서 묘사됐던 동성 결혼식 장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영화 속 동성애 코드를 묘사할 수 있었던 대만의 사회적 배경을 묻는 심도 깊은 내용이었다.

GV

비판을 넘어 질타에 가까운 질문이 쏟아진 현장도 있었다. 10일 영화 'B.E.D'의 상영 후 있었던 GV에서는 한 관객이 박철수 감독을 향해 "포르노그래피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 섹스를 위한 영화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냉소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12일 부산 해운대 비프 빌리지에서 열렸던 영화 '피에타' 주역들의 오픈토크 현장에서도 흥미로운 풍경이 벌어졌다. 이 현장에는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이정진을 응원하는 관객 500여명이 참석해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뜨거운 대화들이 이어졌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세계를 묻는 질문 중에는 "대학도 안 나오셨는데, 어떻게 영화 연출에 관한 전문적인 기술을 터득했냐?"와 같은 질문도 있었던 반면 "이정씨도 애니팡 하세요?"와 같은 가벼운 질문도 있었다.

특히 이날 참석한 한 팬은 이정진에게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든 뒤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정진씨, 어쩌면 그렇게 잘생겼어요?"라고 말한 뒤 눈물을 터뜨리는 다소 당황스러운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GV에 임한 영화감독과 배우들은 다양한 시선이 반영된 팬들의 질문에 기분 나빠하거나 당황하기 보다는 신선해하는 모습이었다. 천편일률적인 방송과 언론의 질문세례와는 다른 참신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총 세 번의 GV를 가지며 한국영화의 구조적 문제와 자신의 영화관 등 진지한 이야기를 전한 감독 유지태는 “관객과의 대화는 관객들의 참신한 시선과 심도 깊은 질문 모두를 접할 수 있어 영화인으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라며 “이번 영화제 기간에도 그 시간을 통해 관객과 영화로서 좀 더 가까워지는 체험을 했다”고 말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