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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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번’ 김경남 PD “이혼 앞둔 부부 100여쌍 만나”(인터뷰)

강경윤 기자 작성 2012.05.04 14:15 조회 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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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남 PD


-부부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신청
-“결혼은 출근버스가 아냐”
-노총각 PD가 꿈꾸는 '루저들의 세상'

[SBS SBS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이혼을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누군가 이별의 순간 딱 한번만 잡아줬다면'이란 아쉬움이다. 결혼은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이뤄지지만 정작 갈라설 때는 오직 남편과 부인 단 두 사람만 세상에 남겨진다.

결혼이 아닌 이혼 즈음을 집중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SBS PLUS '미워도 다시 한번'(기획 허윤무·연출 김경남)은 부부들의 갈등과 아픔을 숨기기보다는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댄스'라는 매개체로 이들의 상처에 소독약을 뿌리고 따뜻한 입김도 불어준다.

4일 저녁 시즌 4 마지막 회 방영을 앞둔 '미워도 다시 한번'은 지금까지 이혼 위기 부부 12쌍이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제목처럼 부부들은 다시 한 번 부둥켜안았다. 댄스가 부부 화합에 놀라운 촉매제가 됐고 놀랍게도 이들은 벼랑 끝에서 가정을 지켜냈다.

부부들은 한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땀을 흘리는 과정을 통해 부쩍 가까워졌고, 골이 깊었던 갈등도 조금씩 치유됐다. '미워도 다시 한번' 연출을 맡은 김경남 PD 역시 부부들의 변화가 놀라웠다. 2년 전 김 PD가 '이혼'을 주제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만 해도 부부사이에서 '댄스'가 미칠 화학작용에 대해서 확신할 순 없었다.

김경남 PD는 “사회문제로 떠오른 이혼을 예능에 주제로 잡고, 3개월 동안 부부들의 화합을 어떤 식으로 유도하고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노래, 미션수행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오던 중 댄스 스포츠로 부부갈등을 극복한 부부들을 많이 만났다.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이혼과 댄스'라는 키워드를 찾아냈지만 이렇게 극적인 변화가 나올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미다시


방송을 앞두고 김경남 PD는 1000여명에게 출연신청을 받았다. 이 가운데 만난 100쌍의 부부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지만 모두 출연할 순 없는 법. 출연 부부들을 선정하는 데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신청자들은 이른바 '이혼 오디션'을 본다. 첫 번째는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 2번째는 방송의 도움이 얼마나 절실한지 필요한 지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가능한 갈등요소가 있어야 한다. 효자남편 부부나, 투명인간 부부, 연상연하 부부처럼 보통 부부관계의 아킬레스건을 가진 부부라면 환영이다.

김경남 PD는 지금까지 출연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부로 16살에 리틀맘이 된 10대 부부를 꼽았다. 김경남 PD는 “모든 부부들의 사연이 안타깝지만 10대 부부는 특히 안타까웠다. 리틀맘 출연자는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다니던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고, 남편과의 불화 속에서 힘겹게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요즘은 '실수의 시대'가 아닌가. 사회적 시스템이 아쉬운 대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안타까웠던 점은 이혼 위기의 부부들이 변화한 가족의 개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서로를 미워할 때였다. 김경남 PD는 “신세대 며느리와 구세대 시어머니 사이에 간극은 상상을 초월한다.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 방법을 아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그 집안의 '룰'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봉원 박미선

김경남 PD는 결혼을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결혼을 저절로 목적지로 데려다 주는 출근 버스에 타는 것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결혼은 자전거를 타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명이라도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전거는 쓰러지기 마련. 결혼은 두 사람의 끊임없는 노력만이 정답이라고 그는 말했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우리 모두의 문제를 예능의 주제로 끌어온 김경남 PD는 방송계에서는 드물게 작가 출신 PD다. '자니윤 쇼', '서세원쇼', '야한밤에' 등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작가로 활동한 뒤 PD로 변신한 그는 케이블방송사 ETN을 거쳐 2년 전부터 현재 방송사에 몸담고 있는 SBS PLUS에서 '컴백쇼 톱 10'과 '거성쇼' 등을 연출했다.

작가출신인 만큼 어떤 주제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고 프로그램을 통해서 공감할 수 있는 게 그의 특기. 부부 관계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경남 PD는 싱글이다. 스스로 '루저'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김PD는 “1인자의 이야기 보다는 나와 같은 '루저'들이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환희하며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사진=김현철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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