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화)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나랏말싸미', 뒤늦은 반성문에도 심폐소생 실패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7.30 09:41 수정 2019.07.30 09:49 조회 2,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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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송강호 주연의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 일주일 만에 흥행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는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관객의 차가운 외면에 직면했다.

개봉 하루 만에 '라이온 킹'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빼앗겼으며, 첫 주말이었던 지난 28일에는 3위까지 떨어져 지금까지 제자리걸음 중이다. 개봉 2주 차 월요일이었던 29일에는 개봉 이래 처음으로 일일 관객이 한 자릿수(6만 4,201명)로 떨어졌다.

다소 섣부른 추측이지만 사실상 올여름 대작 경쟁에서 조기 이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는 31일에는 경쟁작 '사자'와 '엑시트'가 나란히 개봉해 박스오피스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두 영화는 현재 예매율 1,2위를 달리며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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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는 예매율 상황도 안 좋다. 30일 오전 2.0%를 기록해 예매 순위 10위까지 추락했다. 좌석판매율 역시 박스오피스 5위권 영화 중 최하위인 9.4%다. 극장에 차지하고 있는 68만 석의 좌석 수가 무색한 관객의 외면이다.

지난 28일 영화를 연출한 조철현 감독은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의 업적을 폄훼할 의도가 없었으며, 창제 과정의 역사적 공백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신미는 세종대왕의 상대역으로 도입된 캐릭터라는 것이 요지였다.

조 감독은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문자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며 "고뇌와 상처, 번민을 딛고 남은 목숨까지 바꿔가며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어 낸 그의 애민 정신과,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군주로서 위대해져 가는 과정을 극화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제작진의 마음과 뜻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폄훼하고자 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위대한 문자인 한글을 탄생시키기까지, 가장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고자 했으며,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직접 글자의 디자인 원칙을 제시하고 디자인 과정을 주도했으며, 누구나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기 위해 글자 수까지 줄이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모습과, 신분과 신념의 차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제왕의 권위까지 버리면서 백성을 위해 처절하게 고민했던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자 했다"라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조철현 감독

그러나 때늦은 대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랏말싸미'는 제작비 130억 원(손익분기점 약 330만 명)이 투입된 국산 텐트폴 영화 중 한 편이다. 여름 시장은 연중 최대 성수기이고 경쟁작이 쏟아지는 만큼 흥행 주기가 강력하고 짧다. 개봉 첫 주 2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모아야 손익분기점 달성이 수월하다. '나랏말싸미'는 개봉 첫 주 75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개봉 초반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했다. 물론 제작진으로서는 어떻게, 어떤 식으로 오해를 풀고 진정성을 드러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장고의 시간을 가졌겠지만 좀 더 빨리 적극적으로 관객과 소통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수다.

게다가 영화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인터뷰, 관객과의 대화(GV) 등의 일정도 내부 사정상 생략했기에 만든 이의 속내와 진심을 전할 자리도 없었다.

'황산벌', '사도' 등의 각본가이자 제작자로서 '사극 장인'으로 불렸던 조철현 감독과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 배우인 송강호가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은 '나랏말싸미'의 여름 성적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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