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일)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②]슈퍼모델 황현주 "서울대 출신? 실력으로 인정받고파"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1.03 16:45 수정 2018.01.04 10:00 조회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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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주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스브수다①'에서 이어집니다

▲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 모델이 되다

황현주는 학창시절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였다. 열두 살에 시작한 발레를 예고까지 이어서 했다. 어린 황현주는 이상하게 발레가 좋았다. 발레에 적합한 신체가 아니라 크게 성공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조언에도, 목숨만큼 좋은 발레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발레를 정말 좋아했어요. 몸은 뻣뻣한데 신체 조건도 발레에 맞지 않아 전문가들이 가망이 없다고 포기하라고 했대요. 엄마는 그런 말을 듣고도, 딸이 좋아하니 시켜줬어요. 그래서 발레를 시작했고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애들은 따라가지 못하더라고요. 너무 좋아하는 발레가 잘 되지 않으니 세상에 대한 원망도 좀 있었고, 성격도 내향적으로 변했어요.”

어릴 적 황현주가 발레 말고 또 좋아했던 건 공부였다. 발레와 다르게 공부는 하는 만큼 성적이 나왔다. 발레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땐 공부에 더 열심히 매달리기도 했다. 그 결과 황현주는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했다.

황현주

그런데 대학진학 후 고민은 더 커졌다. 원래 체육교육에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학과공부를 따르다 보니 정작 발레를 할 시간은 없어졌다. 혼자 허허벌판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방황 속에서 대학교 1학년을 보내고 있을 때, 우연히 SBS슈퍼모델선발대회 지원자 모집 광고를 봤다.

“제가 키가 큰 편이라 주변에서 '너 모델 한 번 해봐'라고 말하긴 했지만, 제 꿈은 발레리나였기 때문에 모델은 저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 여겼죠. 대학에 가고 방황하던 시기에 인터넷을 하다가 '2010 슈퍼모델선발대회' 지원자 모집 배너를 봤어요. 기간을 보니 여름방학이랑 맞더라고요. '이거 해볼까?' 고민하며 엄마한테 상의했더니 모델학원부터 알아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찾아간 학원에서 단기간에 배워 대회에 나갔는데, 입상까지 했어요. 열아홉 살이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서울대 출신, 특기로 발레를 보여준 게 특이하게 보였나 봐요. 같이 참가한 사람들 중에 오랫동안 준비하고 절실하게 모델이 되고 싶은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을 보며 '이 상을 내가 받아도 되나' 싶었어요. 제가 발레할 때 타고난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걸, 여기서 보상받나 싶기도 했고요. 사람이 정해진 길은 따로 있구나,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르구나, 하는 걸 피부로 느낀 순간이었죠.”

어떻게 보면, 발레가 너무 좋아 '집착'하고 있던 건지도 모른다. 황현주는 슈퍼모델이 된 이후부터 조금씩 사랑하던 발레와 이별했다. 발레 대신 모델로 꿈이 대체됐다. 그렇다고 발레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다. 지금도 가끔 발레하는 꿈을 꾼다. 황현주는 말한다. “발레는 내게 운명”이라고.

▲ 서울대 학벌?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

황현주는 '서울대 출신 모델'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학벌이 중요한 잣대가 되는 한국사회에선 어쩔 수 없다. 자기가 먼저 어느 학교에 다녔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 이슈가 먼저 대두되곤 한다. 황현주에겐 그게 오히려 부담이다.

“서울대를 나온다고 모델일을 더 잘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먼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숨기려고 했던 적도 있어요. 있는 그대로,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그리고 뉴욕에선 그런 학벌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황현주라는 아시아 모델이 있을 뿐이죠.

그래도 황현주가 서울대에 갈 만큼 성실히 공부한 범생이 스타일인 건 맞다. 그런 성격이 뉴욕에서 영어로 소통하는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영단어와 문법을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뉴욕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현지인들과 부딪치며 영어 실력을 쌓았다. 틀린 문장이나 새로 알게 된 표현법을 따로 정리하며 공부도 했다. 그 결과 빠르게 영어가 늘었다.

황현주

그리고 모델로 끼를 부리는 일에서도 황현주의 범생이 성격이 오히려 다른 부분을 자극하며 빛을 발했다.

“제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걸 좋아하는 범생이 스타일이에요. 뉴욕에서도 한 번도 밤에 나가서 논 적이 없어요. 집에 일찍 돌아와 밥 먹고 자는, 그런 모범적인 일상을 보냈어요. 그러다 보니 가슴 속에 내재된, 뭔가 표출하고 싶은 욕구를 모델 일로 푸는 거 같아요. 흔히 말하는 '똘끼'라는 걸, 전 일할 때 발산한다고 생각해요. 자꾸 무대 위나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평소에는 못하지만 일할 때 제 안에 있는 뭔가를 꺼내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 외로웠던 뉴욕라이프, 사회초년생의 성장

약 1년간 뉴욕에 머물며 황현주는 밑바닥부터 시작해 순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일을 따내고 모델로서 입지를 다졌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개월간 캐스팅 오디션을 전전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취감을 맛봤다. 하지만 일적인 면 외에도 힘든 것은 많았다. 나홀로 뉴욕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이었다.

“뉴욕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어디 놀러 다닐 마음의 여유도 없었죠. 마른 몸매를 선호하기에 다이어트를 하느라 건강이 안 좋아져 아프기도 했어요. 제가 제 몸 하나를 건사하지 못한다는 걸, 뉴욕에 혼자 있어 보니 알겠더라고요. 외동딸이라 부모님의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고 자랐어요. 한국에서 누군가의 챙김을 받으며 지냈는데, 뉴욕에선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고요. 혼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주변 사람들의 존재에 뒤늦게 감사함을 느꼈고요.”

그동안 황현주가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건, 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개념이 컸다. 천부적인 끼로 어찌 보면 남들보다 쉽게 슈퍼모델이 됐고, 큰 노력 없이도 일을 해왔다. 그래서 모델 일에 대한 간절함보단 학교생활의 만족감이 더 컸다.

“전 계획하고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공부를 할 때도 저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서 그대로 따르죠. 모델은 일이 있을 때 하고 없을 땐 못하는 프리랜서잖아요. 굉장히 불확실한 직업이죠. 그래서 스트레스받기도 했어요. 다행히 그땐 제가 학생이라 학교에서 안정감을 찾았어요.”

황현주

졸업으로 인해 더이상 학생 신분이 아니게 된 황현주는 가족의 보살핌과 안정감을 주던 학교를 떠나 홀로 뉴욕에 갔다. 말 그대로 '사회'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것이다. 집을 얻고 은행 업무를 보고 일을 따내고,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다. 사회초년생 황현주는 세상에 신경 써야 할 게 이렇게 많다는 걸 처음 느꼈다고 한다.

“사회에 나오니 진짜 자그마한 것까지 다 혼자 힘으로 해야 하더라고요. 사회초년생들이 느끼는 막막함을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뉴욕에서 제가 일을 얻을 수는 있을 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모델을 시작한지 6년이 넘었는데, 진짜 '전업 모델'이 된 건 그게 처음이었죠. '제대로 한 번 해보자',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간절함이 생기더라고요.”

1년 만에 뉴욕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황현주는 이제 밀라노로 간다. 뉴욕에 있으면서 로만이 유럽 쪽 에이전시와 미팅 자리를 주선했는데, 거기서 또 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뉴욕에 거점을 두고 있는 황현주지만 앞으로 약 한달 간 밀라노에 머물며 일을 할 예정이다.

“아쉽게 제가 제일 가고 싶은 파리는 이번 목록에 빠졌어요. 그래도 제겐 기회죠. 저의 가능성을 보고 유럽에서 불러준 거니까요. 유럽에선 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저 역시 전혀 알 수 없어요. 멀리 보고 천천히 가려 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제가 그토록 원하던 파리에서 쇼에 서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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