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월)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②] '밀정' 최재원 대표 "한-미 다른 영화 환경, 절충안은?"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9.20 14:42 조회 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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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최재원 대표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영화사 그림·워너브러더스코리아)을 보러 극장에 들어갔다가 스크린에 등장한 WB로고에 놀란 관객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워너브러더스의 인장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도 아닌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서 이 로고를 보게 될 줄이야. 

'밀정'은 할리우드의 직배사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에 로컬 프로덕션을 세우고 처음으로 발표한 영화다. 미국의 든든한 자본력과 한국의 우수 인력이 어우러진 결과물은 국내 관객들의 심장을 저격했다. 그것도 한국의 특수한 역사와 한국인만의 정서를 담은 스파이 무비로 말이다. 

600만 흥행 영화의 숨은 주역 최재원 대표를 만났다. 워너브러더스 로컬프로덕션의 대표직에 오른 지 1년 8개월. 그간의 드라마틱한 여정과 미래의 폭넓은 그림들을 들여다봤다.  

-[인터뷰 ①]에 이어 계속…

Q. 4대 투자배급사 중에는 극장 체인을 소유한 곳이 있다 보니 워너브러더스 로컬프로덕션 출범 초기 배급력에서 밀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A. 로컬프로덕션은 이제 시작했지만 워너브라더스가 국내에 외화를 배급한건 19년이나 됐다. 그만큼 내부 배급 관계자들이 경험치가 상당히 높다. 우리가 극장을 갖고 있지 않은 건 하나의 약점일 수 있지만 적당한 영화적 힘만 있으면 배급은 전문가들이 잘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뉴(NEW)가 올해 극장사업을 시작했지만 오랜 기간 극장 없이도 잘해오지 않았나. 따지고 보면 쇼박스도 마찬가지고. 영화의 힘으로 배급력의 한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늘 '나만 잘하면 돼' 한다.

Q. '밀정'처럼 감독, 배우, 완성도, 재미가 보장된 경우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가 범작 혹은 그 이하의 완성도라면 엇비슷한 경쟁작 사이에서 배급력은 흥행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A. 당연히 그 걱정은 해야 한다. 거기에 따른 마케팅도 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런 것에 대해 염려를 하지 않고 시작했다고 하면 그것도 이상한 거다. 좀 더 지켜봐 달라.

Q.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자 한다. 굉장히 다양한 여정을 거쳐왔더라.

A.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학창시절부터 방송작가도 하고, 그림에도 취미가 있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예술적 감성이 발달한 편이고 크레이티브에 대한 열망도 컸다. 그러나 공부한 게 그쪽이다 보니 증권사에 입사했고, 경력을 쌓아서 벤처캐피탈(무한기술투자)로 이직했다. 그때부터 영화를 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그 회사에서 영화투자사업을 추진했고, 그게 현 영화계에서 보편화된 투자조합 1호였다. 이후 아이픽처스를 만들어 영화 투자를 하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망했다. 다시 금융계로 복귀해도 됐는데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2005년 무렵이다. 

Q. 그게 '바른손필름'인가?

A. 그렇다. 첫 영화가 '헨젤과 그레텔'(감독 임필성)로 2007년 4월 촬영에 들어갔고, 한 달 뒤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이 크랭크인 했다. 그리고 1년 뒤에 '마더'(감독 봉준호)가 촬영에 들어갔다. 2년 동안 3편 연속으로 영화가 들어갔는데 임필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을 차례로 진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 영화의 순제작비만 합쳐도 250억~300억 규모였다.

Q. 당시 김지운, 봉준호 감독과 2편씩 계약했는데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A. 그때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안 쓰는 방식이었다. 프로야구에서 FA 선수 계약하듯 유명 감독과 여러편의 연출 계약을 한 것이다. 금융계 출신이다 보니 관행을 따르지 않고 접근하는 게 가능했다. 돌이켜보면 이 업계에 들어와 나름 파격적인 행보를 많이 펼쳤다.

워너브라더스 최재원 대표

Q. 또 다른 사례들도 궁금하다. 

A. 영화 한 편이 끝나고 나면 회계감사를 받은 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지만, 내가 업계 최초로 시도했다. 또 제작 과정에서 데일리 정산 시스템의 엑셀 서식도 제일 처음 만들어 돌렸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영화계에서는 엑셀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멱살도 잡히고 "네가 뭔데 우리 보고 장부를 까라 마라야!"라는 소리도 들었다.(웃음) 금융계 출신이다 보니 회계적인 투명성을 구축하는 데 큰 일조를 했다고 자평한다.

또 지금 쓰고 있는 표준계약서의 첫 번째 모델도 내가 만들었다. 처음에 영화판에 들어왔더니 영화 계약서가 고작 6장이더라. 그 문제점들을 보강해서 14장짜리로 만들었다.    

Q. 그렇다면 현재 영화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준계약서는 어떻게 보나?

A. 계속 수정되고 발전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내가 워너에 들어와 미국 계약서를 받아보니 앞에 내용보다는 뒤에 붙는 게 세세하게 많더라. 우리도 이제 권리 부분에 대해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어쨌든 지금 쓰고 있는 표준계약서도 수년간 영화판의 시행착오들을 개정한 결과물이라고 본다.

Q.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가 제작하는 혹은 제작하게 될 영화들의 표준계약서는 한국과 미국의 룰을 어떤식으로 반영한 것인가?

A. 미국과 한국 방식을 합친 계약서를 만들어 냈다. 한 8개월 걸렸다. 그게 워너 들어와서 가장 힘든 일이었다. 본사 변호사들과 매일 싸웠다. 미국 쪽 방식을 따르면 우리나라 영화계의 수익 배분율 6:4(투자사:제작사) 방식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그건 한국에서 가져가야 할 룰이니 관철해야 했다. 반대로 미국 계약서에서 바람직한 것은 수용해서 지금의 폼(form)이 완성됐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표준계약서를 따른 것은 아니지만, 국내 영화 환경을 반영한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서 미국의 룰도 반영했다. 물론 이 계약서에 대해 한국 제작사들에도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Q. 한국과 미국의 환경을 절충해 완성한 계약서가 좋은 점도 상당히 있을 것 같다.

A. 그렇다. 미국식의 강점은 일단 계약서 내에서 규정을 다 해낸다. 법적인 문제에서 다툼의 여지가 적고 명확하다. 충무로 특유의 '두루뭉술', '적당히'는 없다고 보면 된다.

Q. 할리우드 스타일을 한국 영화에 이입해 좋은 것 중 하나가 크레딧이 아닐까 싶다. '밀정'의 오프닝 크레딧에는 투자 관계자들이 아닌 스태프들의 이름을 올렸다.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그간 한국 영화들이 쉽게 바꾸지 못했던 관행이다.  

A. 아시다시피 미국 영화는 부문 투자사, 투자자의 이름을 오프닝 크레딧에 나열하지 않는다. 한국에만 있는 관행이다. 본사의 시스템을 따랐다. 대신 엔딩 크레딧에는 다 표기했다. 앞으로도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투자·배급하는 한국 영화는 모두 이렇게 할 것이다.

Q. 2017년 라인업이 세 편 확정된 상황이다. 앞으로 규모와 편수를 늘려나갈 생각인지?

A. 우리의 규모가 있다 보니 마냥 늘려갈 생각은 없다. 워너는 외화도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는 최소 3~4편 이상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Q. 매년 국내 4대 투자배급사가 여름 시장에서 대작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워너 로컬프로덕션도 이 경쟁 구도에 뛰어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굳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 내년 여름 시장도 올해처럼 외화('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들어갈 수도 있다. 사이즈나 완성도에 따라 배급 전략을 가져가는 거지 "꼭 이때 개봉해야 돼!"라고 못박고 작업하진 않는다.

워너브라더스 최재원 대표

Q. 화제에 벗어나는 이야기긴 한데 '변호인'을 함께했던 양우석 감독의 신작 '스틸 레인'도 함께하는 건가?

A. 일단 양우석 감독에게 여러 가지(가능성) 열어놓은 상태다. 냉정히 말해 양 감독이 워너에 빚진 것도 아닌데 꼭 함께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있다는 이유 외에는. 단지 양 감독에게 워너에도 동일한 비즈니스 찬스를 부여해 줬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물론 이건 인터뷰 자리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지 사석에서는 "다른 데 가면 가만 안 둔다"라고 말할 수도...(웃음) 어디랑 하든 그건 양 감독의 자유다. 워너가 제시 못 할 조건을 다른 회사에서 제시한다면 그쪽과 할 수도 있는 거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건강한 긴장감이라는 거다. 예전에는 "맞춰만 주면 나한테 와" 이랬는데 이제는 어느 투자사든 좋은 작품을 잡기 위해 후한 조건을 제시한다. 워너 같은 업계 경쟁사가 나타나면 창작자들에겐 더욱 나은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Q. 인력풀이 작은 국내 영화 시장에서는 경쟁 과열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A. 그게 나쁜 결과를 가지고 올 것 같진 않다. 기본적으로 투자배급사들은 몇 편 이상 해내야 한다. 어떤 작품을 픽업 못 했다고 영화를 안 만들 건 아니지 않나. 자연스럽게 작품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우리랑 안 맞으니까 안 해!"했던 것도 이제는 픽업을 해서 조건에 맞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그런 경쟁이 창작자들에게 유리하다고 한다면 그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창작자들의 창작욕구가 많아져서 제작환경이 좋아지는 결과를 낳을 테니까.

단, 픽업 경쟁이 버블 현상을 낳아선 안 된다. 그것에 큰 걱정이 없는 건 메이저 회사들은 많은 경험치가 쌓여 있어 말도 안 되는데 무작정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나만 하더라도 영화 퀄리티에 대한 눈이 있어서 적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지 않으면 끌어올리려고 하지 깜냥이 안 되는 영화에 투자하지는 않는다. 

Q. '밀정' 제작에 리틀빅쳐스(한국영화제작가 협회가 만든 공공적 성격의 배급사)도 일정 금액 투자했다.

A. 워너가 독과점을 유발하는 회사도 아니니 리틀빅같은 중소형 배급사가 '밀정'에 투자하면서 같이 가는 그림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또한 업무적으로도 돈독히 하고 싶었기에 부분 투자자로 참여시키게 됐다. 

Q. 천만 영화 '변호인'를 만든 제작자로서 지난 3년간 한국 영화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A. 기본적으로는 우려와 기대가 상존한다. '아가씨', '곡성', '밀정'이 나온 올해만 보더라도 질적으로는 점프업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장에 들어가 보면 4대 보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시스템이 여전히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괴리감을 느낀다. 관객들의 경우 배우 중심, 흥미 중심의 시각에서 영화의 본질에 집중해 나가는 과도기라고 본다.

그리고 중국이 영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게 거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퀄리티까지 동반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 영화시장도 최근 제작비가 굉장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퀄리티도 좋아지고 있다. 단 한국 영화의 단점이라면 양적인 성장을 하기에는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질적인 성장이 양적인 성장까지 담보할 수 없다.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변화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그런 관점에서 합작영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굉장히 필요한 사례다. 중국 영화 시장의 규모가 엄청나지만 검열과 쿼터 때문에 우리가 단독으로 갈 수는 없다는 문제가 있다. 유용한 방법이 합작이다. 중국과는 정서적, 문화적 교감도 있어서 합작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전략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많은 투자배급사가 이미 한중 합작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씨제이는 오래전부터 해왔다. 실제로 영화를 제작하는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으면 어떨까 한다. 다만 지금은 정치적 환경 때문에 좀 주춤하고 있지만 향후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워너

Q. 워너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도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A. 워너는 굉장히 많은 디비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워너 TV'다. 많이들 알고 있는 '가십걸'이 워너 드라마다. 그쪽이 '드라마 피버'를 인수했다. '드라마 피버'는 한국 드라마를 서구 시장에 서비스했던 대표적인 사이트다. 당연히 한국에서 드라마 제작을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의 디비전이 아니라 워너 TV 쪽이긴 하지만 진행이 본격화되면 같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도울 생각이다. 

Q. 워너브러더스 로컬 프로덕션 대표로서 약 1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는데 가장 큰 시행착오는 무엇이었나?

A. 아무래도 법률문제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나는 한국의 투자 관행에 익숙해져 있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본사 기준에서는 "이건 안 돼!"하는 것들이 꽤 있었다. 막연히는 예상했지만, 실무적으로 부딪혔을 때는 벽이었다. 이런 것에 대해서 "한국 관행은 이렇다"고 설명해 내는 과정이 힘들었다. 한국 내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절충안을 만들어 내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우리를 충분히 믿어줬다.  

Q. 위더스에서 워너로 옮긴 선택은 옳았다고 보는가?

A. 일단 '밀정'의 결과가 좋으니까...개인적인 영달, 막말로 '밀정'을 워너에 가져가지 않고 내가 제작했다면 돈이야 더 많이 벌었을 것이다. (웃음) 그런데 그걸 바라고 시작한게 아니지 않나. 아까 말했듯 건강한 긴장감 때문이었다.  

Q. 개인의 이득을 포기한 아쉬움을 채워준 보람은 무엇인가? 

A.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엄마에게 굉장히 유명한 친구를 데려가서 "엄마 얘가 내 친구야"라고 소개하면 자랑스럽지 않나. 워너브러더스에 좋은 한국 영화를 소개해 주고 "우리 한국도 이렇게 영화 잘 만들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래서 워너도 한국 영화에 대한 시각이 바뀔 수 있고, 한국 영화계에 건강한 긴장감과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

Q. 좀 다른 측면에서는 영화의 투자·배급에 있어서 혹시 모를 정치적, 사회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변호인'을 만든 후 여러 가지 구설에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A. 글쎄...아무래도 그런 것들을 덜 고려하면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최재원

Q. 김지운 감독과의 인연도 오래됐다. '장화, 홍련'(2003)때부턴가?

A. 그렇다. 메인 투자자와 감독으로 만났다. 그때 제작자보다 더 많이 현장을 갔던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이 인터뷰하시는데 내 이름을 적시하면서 "저런 사람이 잘돼야 한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 믿음과 신뢰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그날 이후로 나도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됐다.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해서 만나고 속내를 터놓는 사이다. 또 비즈니스적으로는 감독님도 나에게 상의를 많이 한다.

Q. '악마를 보았다' 이후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라스트 스탠딩'을 만들고 돌아온 김지운 감독과 8년 만에 '밀정'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변화라면 어떤 게 있었을까? 그의 말대로 정말 '효율적으로' 바뀌었던가?

A. 진짜 많이 바뀌셨다. 할리우드를 다녀와서라기보다는 세월의 힘, 관록의 힘이라고 본다. 현장에서 무전기로 "빨리 가자. 뭘 기다려" 혹은 "일단 가보자"라고 말하는 것을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물론 감독님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확고한 신뢰가 있었다. 합당한 이유를 밝히고 설득하면 다 들어주시는 분이다. 다만 사람들이 감독님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에 접근을 못 했을 뿐이지. 이번엔 더 그걸 열어두고 계시더라. 회차도 오버 안 하고, 예산은 조금 오버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 봤자 예비비로 허용되는 선이었다. 훌륭했다. 영화 촬영을 마치자 영화인들이 내게 "(그 소문이) 정말이야?"라고 묻고는 "오~~" 했더랬다.

사실 제작자들은 그렇다. 나부터도 습성이 "무엇을, 왜"가 아니라 "어떻게"를 고민한다. 감독님도 이제 그 부분을 많이 공감하시더라. 옛날 같으면 "오늘 이거 무조건 찍어야 돼!"했을 텐데 이젠 "나 이거 찍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하시더라.

그래서 '밀정'은 신뢰의 현장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감독님이 나나 라인 피디들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지?"라고 물어보지도 않았을 텐데 "넌 어떻게 생각해? 아이디어 좀 줘봐"라고 하는 게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밀정'은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굉장히 빡빡했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했다. 

Q. 최재원이 사람을 사로잡는 기술은 무엇인가?

A. 어머니한테 감사한 게 이렇게 낳아주셔서 사람들에게 사기 칠 것 같은 인상은 안 주는 것 같다.(웃음) 그리고 내가 밥을 잘 산다. 또 돈 욕심이 없는 거...? 글쎄...저분들은 뭐라고 할까. (홍보사 '앤드크레딧'의 박혜경 대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람에 대한 배려 아닐까요? 무엇보다 투자자인데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봐주잖아요"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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