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유튜버가 일으킨 할리우드 지각 변동…한국도 중·저예산에서 터질까

작성 2026.10.22 16:41 수정 2026.10.22 17:16 조회 7
백룸 옵세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미국 박스오피스가 47억 6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여름 시장(5월 1일~9월 7일 기준)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3년 세운 종전 기록을 넘긴 결과다. 코로나 19 이후 좀처럼 회복될 것 같지 않았던 할리우드 영화 시장이 어둠의 터널을 뚫고 유례없는 활황을 맞았다.

이 호황의 중심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9억 2천만 달러)와 '오디세이'(5억 8천만 달러)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클', '토이 스토리 5',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등의 히트작도 있었다. 그러나 올여름 북미 박스오피스 활황에 크게 기여한 돌풍의 핵이 있다. 바로 '백룸'과 '옵세션'의 깜짝 흥행이다.

옵세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옵세션'은 지난 5월 15일 개봉해 2억 6,345만 달러, 월드 박스오피스 5억 2,282만 달러를 기록했다. 75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약 70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포커스 피처스는 이 작품을 토론토영화제에서 발견하고 1,500만 달러에 배급권을 획득했다. 역대 최고가였지만 포커스 피처스의 도박은 대성공했다. 이 영화의 흥행을 통해 배급작 중 처음으로 북미 1억 달러를 넘겼고 최종적으로 북미 2억 달러, 월드 박스오피스 5억 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백룸'은 지난 5월 29일 북미에서 개봉해 1억 9,752만 달러, 월드 박스오피스 4억 달러를 돌파했다. A24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인 8,14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2억 달러에 육박하는 북미 흥행으로 A24역대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데이', '토이 스토리5',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오디세이'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보장된 흥행 카드가 있었다. 그러나 '백룸', '옵세션'의 경우 '갑툭튀'에 가까운 흥행 돌풍이었다.

백룸 포스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두 감독의 이력도 흥미롭다. '옵세션'을 연출한 커리 바커 감독은 1999년생으로 유튜브에서 스케치 코미디 채널 '댓츠 어 배드 아이디어'(that's a bad idea)를 운영해 왔다. 채널에 공개한 단편 호러 '밀크 앤드 시리얼'로 호평받은 뒤 첫 장편 영화 '옵세션'의 메가폰을 잡았다. '백룸'을 연출한 케인 파슨스는 2005년생으로 '케인즈 픽셀즈'를 통해 공개한 동명 단편 시리즈를 바탕으로 장편 데뷔작을 만들었다.

저예산 프로젝트라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옵세션'은 고작 75만 달러(한화 약 9억 원), '백룸'은 제작비 1,000만 달러(약 132억 원)를 투입해 만든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공포 영화다. 저예산에 아이디어만으로 승부가 가능해 신인 감독의 등용문으로 꼽히는 장르다. 감독의 창의성과 제작사의 기획력이 중요한 장르기도 하다.

두 영화의 성공에는 Z세대(대략 14~29세,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기에 성장하여 디지털 환경에 매우 익숙한 세대)의 호응이 절대적이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감각적인 연출은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옵세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할리우드에서도 오리지널 영화가 성공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 됐다. 코믹스 원작의 히어로 무비나 소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흥행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은 창작 시나리오를 발굴하기보다는 이미 성공한 속편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톰 크루즈가 의기투합한 '디거'는 오랜만에 등장한 오리지널 영화였지만 역대급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워너브러더스는 이 영화에 무려 1억 6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오스카 위너 감독과 톱배우의 만남은 보장된 성공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연극과 영화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구조와 직설적인 풍자극은 관객을 사로잡지 못했다.

'옵세션'과 '백룸'의 성공은 할리우드의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창작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저예산 영화, 20대 감독과 톱스타에 의존하지 않은 캐스팅 역시 과감했다.

메가박스 영화관 극장 스케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6년 한국 영화계에도 흥행에 있어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대작이라 할만한 영화들은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용감독의 '부활남: 더 레드',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극장 수익 만으로는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했다. 유일한 성공작은 연상호 감독의 '군체'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무색해지는 성적표다. 오히려 '만약에 우리',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등 중·저예산 영화들이 흥행에 단맛을 봤다.

하반기 개봉작이나 개봉 대기작 중에도 중예산 영화다 다수다. '실낙원', '여전히 찬란하게', '수능, 출제의 비밀', '최종면접', '폭설', '낮과 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집', '정가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등 대부분 제작비 100억 원 미만의 작품이다. 장르는 코미디, 스릴러, 공포, 멜로 등 다양하다. 비수기라는 시즌 특성도 있지만 한국 영화 기획 자체가 슬림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메가박스 영화관 극장 스케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저예산 기획이 활발해지고 있는 건 고무적인 변화다. 천만 영화 한 두 편이 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그 이후 관객 빈곤에 시달리는 패턴에서 벗어나 중·저예산 기획을 통해 허리를 탄탄하게 하는 건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다만, 만들어지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괜찮은 작품, 역량 있는 감독이 발굴되는 것이 중요하다. 할리우드의 경우 경계와 선입견을 없앤 젊은 피의 수혈이 '옵세션', '백룸'의 흥행 신화를 만들었다.

하반기 비수기 시장에 중, 저예산 장르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에 성공할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은 많다. 흙 속에 진주 찾기가 시작됐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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