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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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Y] 이석원, 10년 만의 무대…'산들산들' 부르다 터진 눈물, 객석이 이어 불렀다

작성 2026.10.19 10:46 조회 5
이석원 언니네 이발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한동안 폭우가 쏟아진 호숫가에 오래 기다린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18일 저녁 8시 30분께, 이석원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6' 둘째 날 88호수 수변무대 'Loving Forest Garden'의 마지막 순서로 올랐다. 언니네 이발관으로 출연한 2016년 그민페 이후,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건 10년 만이다.

이날 올림픽공원에는 시간당 20~30mm에 가까운 비가 쏟아져 야외 공연 대부분이 취소됐다. 수변무대도 한동안 멈췄다가 비가 잦아든 오후 5시 30분께 재개됐다. 이석원은 신지훈, 까치산, 선우정아에 이어 이날 수변무대의 대미를 맡았다.

무대는 처음부터 조심스러웠다. 사운드체크가 오래 이어졌고, 이석원 측은 공연 고지 때부터 '사진과 영상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해 왔다. 공연 직전까지도 같은 안내가 10번 정도 반복됐다. 막상 무대에 오른 그는 검은 모자와 검은 안경, 검은 티셔츠와 바지, 턱에 반쯤 걸친 검은 마스크 차림이었다. 조명은 무대 위의 그가 아니라 객석을 향했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석원은 이렇게 인사한 뒤 "오늘 이렇게 날씨도 궂은데 죄송하다"며 귀한 시간을 내준 관객에게 감사를 전했다. 무대에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보다 자주 의자에 앉아 공연하더라도 어디가 아프거나 힘든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공연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경'으로 문을 열었다. '보여줄 순 없겠지', '2002년의 시간들', '어떤날'이 이어졌다. '산책 끝 추격전'은 청계천 8가에 있는 연습실에서 오지 않는 멤버들을 기다리며 만든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팬클럽', '유리', '어제 만난 슈팅스타'가 차례로 흘렀다.

곡 사이사이 이석원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30주년 자축을 한다는 게 어쩐지 좀 부끄러워서 망설이다가 막상 결심을 하고 보니 30년 전의 나와 만나는 일이 반갑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며 "지난해 초 음악을 다시 하겠다고 밝힌 뒤 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1년 10개월이 걸렸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말 개설한 홈페이지에서 "그때 그랬듯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서 새로이 첫 앨범을 발표하는 2년짜리 프로젝트"를 알렸다. 30년 전 데모 앨범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며, 새로 만든 데모곡들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석원 언니네 이발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에 처음으로 발라드를 써봤다는 얘기도 꺼냈다. 셋리스트에 발라드가 없는 게 한이 됐다는 것이다. 음악에 흥미를 잃을까 두려워 자유롭게 써 내려갔더니 이 곡 하나만 발라드가 나왔다고 했다. 이석원은 휴대폰에 담긴 습작 수준의 데모 음원을 관객에게 재미 삼아 들려주며 제목이 '성시경'이라고 밝혔다. "왜냐면 들어보면 안다"는 설명이었다. 1절만 들려준 뒤 그는 "아마도 세상 빛을 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웃음이 났다.

그 웃음이 가라앉고 '산들산들'이 시작됐다. 이석원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과, 그래도 제 길을 가겠다는 다짐이 이어지는 대목에서 울컥해 뒤돌아섰다. 안경 아래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느라 노래가 끊기자, 객석이 그 자리를 채웠다. 관객들이 대신 노래를 불렀다. 울어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가수를 기다리는 대신, 같이 부르는 쪽을 택한 사람들이었다. 객석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았다. 이석원은 객석을 향해 "사랑하고 싶은 만큼, 살고 싶은 만큼 소리 질러달라."며 소리쳤다. 그는 '아름다운 것'으로 본 무대를 마쳤다.

앵콜에서는 '인생은 금물'과 '나를 잊었나요'를 불렀다. 이석원은 관객에게 "사진 찍히는 걸 너무 두려워하다 보니 다른 가수들처럼 관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 대신 노래라는 게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증명해 보이자"며 떼창을 이끌었다. 이어 "이 순간을 기억에 남기기 위해 몸의 대화에 잠겨보자"며 춤을 제안했다. 객석은 뜨겁게 작별했다. 사진 한 장 남기지 않기로 한 무대에서, 사람들은 몸으로 이 순간을 기억했다.

이석원은 2017년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끝으로 언니네 이발관 활동을 마쳤고, 같은 해 8월 음악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훗날 언젠가…그때 다시 찾아뵐게요"라는 글을 남겼다. 1996년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로 데뷔한 그는 2008년 발표한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로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등 3관왕에 올랐다. 은퇴 이후에는 작가 활동에 집중했다. 민트페이퍼는 이번 무대로 은퇴 선언 9년 만에 이석원이 본격적으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기다림은 길었고, 약속은 비가 그친 저녁에 지켜졌다. 객석이 대신 불러 준 노래 한 소절이 그가 돌아온 이유처럼 남았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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