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7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국제영화제에 상영 철회 요구? 독립성과 자율성 심각한 침해"

작성 2026.10.07 12:56 조회 9 | EN영문기사 보기
암살자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과 그 후폭풍에 대해 해외 영화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1974년 일어난 영부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한 '암살자(들)'은 지난 9월 23일 개봉 이후 야당 소속 정치인들과 보수 성향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영화 속 일부 설정과 묘사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에 휩싸였다.

한 편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 의례적으로 나오는 호불호와 논쟁을 넘어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영화의 상영 금지 및 수익 환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 시민 단체 회원들은 주연 배우 유해진의 집 앞에 찾아가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암살자(들)'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상영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개인 명의로 보냈다. 이후 동참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이 늘면서 개인 차원의 대응이 당 차원으로 확대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소속 국회의원 109명 전원 명의로 '암살자(들)'의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개막작 상영 철회를 요청하는 2차 서한을 보냈다.

7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에서 만난 한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암살자(들)' 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 어제 개막식 후 애프터 행사에서도 영화인들끼리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정당에서 싱가포르 영화제에 상영 철회 서한을 보냈다고 들었다. 믿기 어려운 행동이다. 상영과 프로그래밍은 영화제의 고유 권한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타국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암살자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서한을 받은 싱가포르영화제 측은 답변을 담은 공식 입장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영화제가 초청국의 나라에서 상영 철회 요구를 받았다고 해서 영화 초청을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이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이란 정부도 당국공식 허가 없이 비밀리에 촬영한 불법 영화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특히 히잡 착용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여배우들이 출연하고 이란 내부의 고문 및 사법·정치적 억압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란 정부의 반발과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출국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칸영화제는 영화를 예정대로 상영했고, 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안겼다.

'암살자(들)'은 오는 21일 개막하는 싱가포르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허진호 감독과 심은경, 박성훈 배우는 영화제에 직접 참석해 현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국내의 논란과 정치권의 반응 그리고 영화계의 지지 상황에 대해 미국의 버라이어티와 영국의 스크린 데일리 등 해외 매체에서도 비중 있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버라이어티의 아시아 영화 담당 기자인 나만 라마찬드란(Naman Ramachandran) 기자는 4일 '한국 영화감독들, 정치적 논란이 '암살자(들)' 제작진으로 번지자 지지 나서'(Korean Directors Rally Behind 'The Assassin(s)' as Political Firestorm Turns on Its Maker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1974년 영부인 육영수 저격 사건을 다룬 허진호 감독의 정치 스릴러 '암살자(들)' 제작진을 지지하고 나섰다. 영화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배우와 제작진을 향한 공격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암살자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또한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 비판이 창작자 개인의 삶과 생업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라는 한국감독조합이 발표한 성명을 인용해 국내 영화인들의 연대와 지지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논란이 영화의 흥행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을 데이터로 제시했다. 나만 기자는 "'암살자(들)'은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10월 2~4일 주말에도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주말 동안 1,129개 스크린에서 41만 2,012명의 관객을 동원해 40억 7,000만 원(약 300만 달러)의 주말 매출을 올렸다. 누적 관객 수는 223만 명, 누적 매출은 219억 원(약 1,630만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스크린 데일리 데이비드 오피(David Opie) 기자도 6일 '역사적 오류 주장 이후, 한국 영화계가 '암살자(들)'팀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Korean film industry rallies around 'The Assassin(s)' team after historical inaccuracy claims)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 역시 "한국의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 영화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당 소속 한 의원은 감독과 각본가,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는 현 상황을 알렸다.

또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감독조합,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성명과 입장 표명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암살자(들)'은 지난 5일에도 전국 5만 4,177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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