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5일(화)

영화 스크린 현장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장 매기 질렌할 "여성 감독이라 그랑프리 준 것 아냐"

작성 2026.09.15 12:03 수정 2026.09.15 12:41 조회 4
매기 질렌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매기 질렌할이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Woman Unknown)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둘러싼 질문에 해명했다.

12일 오후 7시(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살라 그란데(Sala Grande) 극장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는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았다.

'마리가 뭐 어때서'는 덴마크 출신인 메이 엘 투키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영화로 1945년 해방 직후 덴마크를 배경으로 독일군과 관계를 맺었던 과거를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여성 마리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리가 뭐 어때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작품은 영화제 초반에 공개돼 호평을 받았지만 뒤이어 공개된 '가능한 사랑', '나자' 등이 호평을 받으며 황금사자상 유력 후보로까지 분류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폐막식날 가장 마지막에 호명됐다. 이로써 메이 엘 투키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 역사상 황금사자상을 받은 여덟 번째 여성 감독이 됐다. 주연을 맡은 마틸데 아르셀까지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이 작품은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이 수상을 두고 심사위원장인 매기 질렌할이 해명해야 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매기 질렌할은 이 결정이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사실 난 이 영화를 보지도 않았다. 그냥 '여성 감독이 만들었으니 황금사자상을 줘야겠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이 질문을 예상했다"면서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도 제가 좋아하지 않는 영화가 많다. 저도 다른 심사위원들과 마찬가지로 한 표만 행사했다. 모든 결정은 복잡하고 많은 논의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답하며 여성 심사위원장이라 여성 감독에게 상을 줬다는 일말의 의혹을 일축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조율해 수상작(자)를 결정한다. 심사위원장이 심사위원단을 이끌긴 하지만 행사할 수 있는 표는 다른 심사위원과 마찬가지로 한 표다. 올해는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의 감독 카우터 벤 하니아, 홍콩 영화계의 거장 두기봉, 아프가니스탄 영화감독 샤르바누 사다트, 프랑스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자비에 지아놀리,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작곡가 다니엘 블럼버그, 그리고 미국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영화 학자 프란체스코 카세티 등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창동 베니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매기 질렌할은 "같은 주제를 계속 이야기하기 지겹다. 이 멋진 곳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를 축하하고 싶다. '마리가 뭐 어때서'는 레이저 빔처럼 제 마음을 정확히 꿰뚫은 영화였다"고 수상의 이유를 문학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마틸데 아르셀에게 여우주연상인 볼피컵을 수여한 것에 대해서도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였다. 모든 언론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녀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의 경우 '가능한 사랑'의 전도연이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마리가 뭐 어때서'에서 열연한 마틸데 아르셀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황금사자상 수상작의 중복 수상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인 경우뿐이다. 질렌할에 따르면 마틸데 아르셀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볼피컵을 안았다.

매기 질렌할은 '세크리터리'와 '다크 나이트'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다. 질렌할은 두 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오는 10월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신의 연출작 '플래시 임팩트'와 함께 감독 자격으로 참석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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