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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틱붐] '드라큘라'를 삼킨 김준수…관객은 가장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

작성 2026.07.15 18:23 조회 4
드라큘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뮤지컬 '드라큘라'의 커튼콜. 드라큘라 백작 역의 김준수가 장난스러운 인사를 남기고 무대 장치 속으로 사라졌지만 객석의 박수와 함성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함성이었지만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2014년 초연부터 12년 동안 한 역할을 붙잡고 여섯 번째 시즌까지 밀어붙인 배우에게 관객이 보낸 존중 어린 응답처럼 느껴졌다.

지난 15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 '드라큘라'에는 김준수와 박지연을 비롯해 임정모, 임현준, 이예은, 조성린 등이 무대에 올랐다.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400년 동안 단 한 사람을 잊지 못한 드라큘라의 사랑을 그린다. 겉으로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작품의 중심에는 영원히 죽지 못한 존재의 지독한 외로움이 있다.

핏빛 조명과 거대한 성, 끊임없이 회전하는 무대가 강렬한 작품에서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의외로 슬픔이었다. 이 작품에서 영원한 생명은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고,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은 갈망과 집착, 분노와 절망으로 뒤엉킨다. 그 복잡한 감정의 중심에 김준수가 있다.

초연부터 고수해 온 붉은 머리를 처음으로 내려놓고 검은 머리로 무대에 오른 김준수는 외부로 폭발하는 에너지만큼이나 작은 내부 움직임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2023년 인터뷰 당시 김준수는 과거 인간이 아닌 존재임을 강조하기 위해 낯선 걸음걸이와 제스처, 끓어오르는 감정과 윽박지르는 모습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정체를 숨기고 인간처럼 행동할 때의 다정함과 상냥함을 더 깊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변화는 이번 시즌 무대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노쇠한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김준수와 피를 마시고 젊음을 되찾은 뒤의 모습은 같은 배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달랐다. 목소리와 호흡, 몸의 무게중심과 걸음걸이, 눈빛까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젊어진 드라큘라는 폭발적이다. 분노할 때는 무대를 집어삼킬 듯 거칠고, 미나에게 사랑을 갈구할 때는 위태로울 만큼 절박하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강렬함 뒤에 놓인 다정함과 슬픔이었다.

박지연의 미나는 김준수의 강렬한 에너지를 흔들림 없이 받아냈다. 탄탄한 보컬을 바탕으로 조나단을 향한 현실의 사랑과 드라큘라에게 느끼는 거부할 수 없는 끌림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혼란과 두려움, 연민과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을 차분하게 쌓아 올려 비극의 설득력을 더했다.

무대의 완성도 역시 높다. 한국 프로덕션의 '드라큘라'는 원작 공연을 그대로 옮기지 않은 독창적인 논레플리카 버전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4중 회전 턴테이블과 20개의 거대한 기둥이 공연 내내 움직이며 성과 거리, 묘지와 병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회전하는 무대 위에서 인물들은 만나고 엇갈리고, 거대한 세트는 쉼 없이 형태를 바꾼다. 핏빛 조명과 화려한 색채, 빅토리아 시대의 실루엣을 섬세하게 살린 의상까지 더해지면서 무대는 한 폭의 거대한 고딕 회화처럼 완성된다.

물론 공연의 박수가 김준수 한 사람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음악은 드라큘라의 사랑과 갈망, 분노와 절망을 끊임없이 밀어 올린다. 뱀파이어 슬레이브의 관능적이면서도 위협적인 움직임, 쉴 새 없이 회전하는 무대와 강렬한 조명까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드라큘라'는 화려한 볼거리만으로 기억되는 작품이 아니다. 아름답고 관능적이지만 동시에 위험하고, 폭발적으로 강렬하면서도 지독하게 슬프다. 서로 충돌할 것 같은 감정들이 하나의 무대 안에서 공존하고, 그 모순이야말로 이 작품을 12년 동안 관객들이 다시 찾게 만든 힘처럼 느껴진다.

한편 뮤지컬 '드라큘라'는 오는 10월 1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한다.

[틱틱붐]은 뮤지컬 '렌트'를 남기고 요절한 비운의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 '틱, 틱... 붐!'에서 따온 코너명입니다. 공연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전하겠습니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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