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1일(화)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내 이름은', 9778명의 시민 기부자 어떻게 모았나?

작성 2026.04.21 11:17 수정 2026.04.21 13:14 조회 53
정지영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저희와 함께 4·3영화 '내 이름은'을 만들어 주십시오"

영화 '내 이름은'은 텀블벅 크라우드펀딩 안내문은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가치 있는 영화행위라고 생각한다"라는 정지영 감독의 말로 시작한다.

그의 소신에 따르면 '내 이름은'은 반드시 만들어야만 했던 영화였다. 많은 영화인들이 투자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주 4.3 사건에 관한 영화 만들기를 꺼려했다. 정지영 감독 역시 투자의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그의 곁에는 영화 제작을 염원하며 힘을 실어준 제작추진위원단과 시민들이 있었다.

2024년 12월 2일부터 2025년 1월 31일까지 진행한 '내 이름은'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시민은 총 9,788명이다. 이들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십시일반 모금에 동참했다. 그렇게 모인 금액이 4억 427만 원이다.

정지영 감독은 이 모금액을 바탕으로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에 10억 원을 대출 받았고,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8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내 이름은

정지영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영화는 투자자가 잘 안 나설 것 같아 국민 펀드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밀히 따지면 텀블벅은 투자가 아닌 기부"라고 밝혔다.

텀블벅에는 수많은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고 있다. 펀딩을 진행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정지영 감독은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누가 돈을 대겠나 싶어서 사회 저명인사에게 부탁해 '내 이름은' 제작추진위원단을 만들었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시민위원이 돼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대부분 수락하셨다. 그러면서도 시나리오를 보자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정지영이라는 사람을 믿는구나' 싶더라. 그런 사람들이 밀어준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나더라"고 말했다.

'내 이름은' 제작추진위원회는 총 29명의 인사로 구성돼 있다. 서울 지역에선 백낙청 교수, 유시춘 이사장, 조정래 소설가, 함세웅 신부, 도법 스님 등 14명이 참여했고 제주 지역에선 현기영 소설가, 강요배 화가, 강우일 주교, 허운 스님 등 15명이 참여했다.

내 이름은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매체의 힘을 빌렸다. 정지영 감독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최욱의 매불쇼'에 나가서 이런 영화를 만들 테니 투자해 달라고 홍보했다. 그렇게 한 달 만에 약 4억이 모였다. 정확히는 시민 9,778명이 정성이 모여 만든 결과였다"고 전했다.

'내 이름은'은 1998년과 1949년을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 시점인 1949년은 4.3사건과 밀접한 해다. 현재 시점을 1998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지영 감독은 "제주4·3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해가 1998년이다. 그전에 현기영 작가가 소설 '순이삼촌'(1978)을 썼고, 이 이야기를 다룬 공연도 종종 있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1998년 전까지는 4·3사건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1949년을 겪은 정순과 1998년에 고교생인 영옥을 모자(母子)로 설정한 것도 이유가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교과서에서 4.3을 폭동이라 가르쳤다. 수업시간에 국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4·3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장면도 영화에 나오지 않나. 하지만 누군가는 관심을 가진다. 영옥이도 관심이 없다가 조금씩 그게 엄마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 이름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대중 영화 형식으로 관객과 폭넓게 소통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진심이다.

정지영 감독은 "지금까지 4.3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가 많지 않았던 건 누군가는 하겠지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무엇보다 난 이 작품을 대중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이름은'은 4·3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 4·3을 찾아가는 영화다. 이 영화가 사람들한테 4·3을 찾아가게 만들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지난 2월 폐막한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받아 상영됐고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정지영 감독은 독일 관객을 비롯한 유럽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유럽은 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그리스는 1940년대 말 4·3과 비슷한 비극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이들이 죽어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 전쟁을 못 막고 있다. 그런 전쟁의 후유증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의 사건이지만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내 이름은'은 지난 15일 국내에 정식 개봉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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