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지드래곤은 지드래곤이었다. 라이브 논란이라는 숙제를 안고 오른 무대였지만, 그는 스타가 무엇으로 증명되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완벽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무대를 장악하는 힘만큼은 여전히 독보적이었다.
14일 오후 5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지드래곤 2025 월드 투어 <위버멘쉬>' 앙코르 콘서트 마지막 날. 지드래곤은 왕관을 쓴 채 'POWER'로 포문을 열었다. 7년 4개월 만의 복귀를 알렸던 곡답게, 무대는 선언에 가까웠다. 이어진 'HOME SWEET HOME' 무대에는 태양과 대성이 깜짝 등장하며 고척을 단숨에 뒤집었다.
지드래곤은 관객의 "권지용" 연호를 한참 듣고서야 입을 열었다. 관객들을 향해 "좀 하네요."라며 만족감을 표현한 지드래곤은 "한국이 가장 편하다. 떨리지만 기분 좋은 설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지난 3월 고양 공연을 떠올리며 "천재지변과 함께 해서 마음이 항상 무거웠다. 오늘은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TOO BAD', 'DRAMA', 'IBELONGIIU', 'TAKE ME', '삐딱하게' 같은 대표곡이 쉼 없이 이어졌다. 특히 지드래곤은 '하트 브레이커'를 Beatpella House와 함께 비트박스로 꾸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깜짝 등장한 댄서 바다와의 'SMOKE' 무대 역시 지드래곤답게 세련된 퍼포먼스로 완성시켰다.
이번 투어는 지난 3월 고양을 시작으로 아시아·미주·유럽 17개 도시, 39회 공연으로 이어졌다. 그 여정의 피날레인 서울 앙코르는 지드래곤의 지난 1년을 압축한 무대였다. 다만 지난달 열린 '2025 MAMA AWARDS' 공연에서 제기된 라이브 컨디션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려웠다. 고음에서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 있었고, AR 비중도 여전히 컸다. 하지만 지드래곤은 이러한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모습이었다. 지드래곤다운 세련된 무대와 열정 있는 퍼포먼스로 팬들에게 큰 만족감을 알렸다.
지드래곤은 팬들과 함께 직접 2025년 한 해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1년 동안 하루하루 행복했다. MAMA로 시작해서 '굿데이'로 예능도 했고, 페스티벌도 나갔고, 2025 APEC 무대도 영광스럽게 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드래곤은 '내 훈장 어딨어'라면서 옥관 문화훈장 수훈 사실을 위트있게 강조하기도 했다.
중간 영상에서 지드래곤은 직접 인터뷰를 통해 데뷔 19주년을 맞이한 아티스트 권지용의 '지금'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과도기라면 과도기고 찬란했던 청춘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여유도 생기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웃음도 많아졌다고 한다. 여행도 다니고 친구도 만나는 쉼표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동안은 '우물안의 개구리' 같았다. 그런 나에게 '위버맨시'는 보호막 같은 거였다. 가수란 꿈을 이룬 뒤에는 공허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렵든 쉽든 배우고 받아들이는 법을 생각하게 됐다. 강박을 벗어내고 순수함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나에겐 동기부여가 된 시간"이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솔직하고 덤덤한 고백을 한 뒤에 빅뱅 멤버들의 재등장은 더욱 큰 감동을 안겼다. 지드래곤은 빅뱅의 'WE LIKE 2 PARTY', '눈물뿐인 바보' 등으로 빅뱅의 오랜 팬들에게 선물 같은 무대를 선사했다. 지드래곤은 솔로곡 '무제'로 대미를 장식했다.
지드래곤은 이 무대를 뒤로 하고 내년 4월에 돌아온다. 이를 통해 빅뱅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 지드래곤은 상당 부분을 빅뱅 컴백에 대한 기대감 자극으로 할애했다. 지금의 지드래곤이 있게 한 그룹 빅뱅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역력했다. 빅뱅 때부터 20년 가까이 응원해 온 팬들에게는 그런 애정 자체가 큰 선물이었다.
그는 "내년 4월 미국에서 공연을 한다. 빅뱅의 20주년을 앞두고 워밍업을 시작한다. 워크샵 같은 거다. 정말 부담 갖지 마시고 여유 있으면, 아니면 혹시 그 근처에 지인들이 있다면 '여기 어때?' 하는 것도 좋다."며 기대감을 한껏 올렸다.
지드래곤의 이번 앙코르는 완벽함보다는 '존재감'으로 증명된 공연이었다. 무대를 끌고 가는 힘, 팬과의 교감, 그리고 서사의 중심에 서는 능력만큼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