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월)

영화 스크린 현장

[스브수다] 야한 장면 없이 야한 '윗집 사람들', 하정우 "19금 포기 안 한 이유는…"

작성 2025.12.08 14:07 조회 534

하정우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타협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영화 '윗집 사람들'이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건 좀 억울한 일이다. 키스신 하나 없는데도 불구하고, 19금 구강 액션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대사의 수위가 '매운 맛'인 탓이다. 이건 감독이 마음만 먹었으면 15세 이상 관람가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하정우 감독은 타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연출자로서 네 번째 작품을 하는 데 그거(등급)에 맞추면 안된다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대사의 수위라던가 자막 설정이라던지, 끝까지 가보자라고 마음 먹었다. 제 뜻을 이해하고 받아준 투자배급사에 감사하다"

윗집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영화. 107분의 러닝타임 동안 집에서 벌어지는 네 남녀의 수다로만 구성된 영화다. 단출한 연극 한 편이 떠오르지만, 영화를 채우고 있는 재미가 여간이 아니다. 그리고 위트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깊은 통찰도 있다. 소통과 이해에 관해 질문을 던지게 하는 힘이 있다.

그건 공효진, 김동욱, 하정우, 이하늬라는 개성 강한 배우들이 빚어내는 하모니 덕분이다. 아랫집 부부인 공효진과 김동욱의 연기는 현실감이 넘치고, 윗집 부부인 하정우, 이하늬의 연기는 판타지적인 위트가 돋보인다.

대화가 중요한 영화다. 정확히는 대화를 주고 받는 배우들의 호흡과 리듬감이 영화 전체를 살리는 영화다.

윗집

하정우 감독은 "여기에서 대사의 수위를 낮춰버리면 김동욱, 공효진의 리액션이 재미가 반감된다. 이건 단순한 섹스 코미디가 아니다. 모두들 '척'하지만 그런 문제에 직면한 우리의 모습과 공효진, 김동욱의 리액션을 보는 재미인데 그걸 거세해 버리면 되게 밋밋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하정우는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1인 2역을 했다. '감독 하정우'와 '배우 하정우'가 영화 안팎을 진두지휘했다.

"이번에는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 야외 촬영이라도 있으면 세팅에 시간이 걸리니까 쉴 수가 있는데. 이건 한 공간에서 촬영되는 일정이라 셋업이 빨랐다. 현장에서 몰아쳐서 연기를 집중해야 했고,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결정도 빨리 내려야 했다. 연출과 연기를 여러 번 했다고 해서 쉬워진다기보다는 익숙해지는 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렵다. 다음 연출작은 출연 비중을 낮추고 싶다. 감독을 할 때는 연출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이 말은 엄살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동감있는 연기를 펼쳤다. 과장된 제스추어와 약간의 허풍끼를 갖춘 김선생은 하정우의 특유의 능글맞은 유머와 만나 기름지게 완성됐다. 하정우는 김선생 캐릭터에 대해 "선은 넘지 않는 사람이다. 물론 그런 가면 뒤에 잘 숨은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정우

하정우는 네 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고, 그 중 세 편이 코미디 장르를 선택했다. 그러나 코미디에 편중된 연출 행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뭘 고수하거나 고집부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아이러니를 되게 좋아한다. '인간은 과연 변할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렇게 차가워졌던 관계가, 굳어져 있던 관계가 윗집 사람들이 뭔가를 제안한다고 해서 변화하게 될까 싶다가도 우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게 되고 오랫동안 고민했던 게 한 순간에 풀리기도 한다. 전작 '로비'에서 엄하늘 배우가 "이게 다 우연 아니겠어요?"라는 대사를 하는데 세상사 일어나는 일에는 신의 섭리나 법칙도 있지만 우연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나는 그게 무척 흥미롭다"

'윗집 사람들'은 하정우의 네 편의 연출작 중 가장 완성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정우표 블랙 코미디가 현실적인 주제와 만나 풍자와 위트는 물론 통찰까지 이끌어냈다.

하정우는 "전작을 다시 보면서 느낀 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구나'였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엔 달랐다. 감독으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배우를 더 신뢰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무엇보다 나를 믿고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준 공효진, 이하늬, 김동욱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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