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케이팝 팬들이 직접 케이팝 콘서트의 '탄소 중립'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글로벌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4일 '저탄소 콘서트: 케이팝을 구할 새로운 무대' 보고서를 공개하며 새 캠페인 '케이팝 탄소 헌터스'의 시작을 알렸다. 보고서는 콜드플레이, 빌리 아일리시 등 해외 팝 아티스트들이 태양광 패널 설치나 자전거 발전기 활용 같은 적극적인 저탄소 콘서트를 시도하는 반면, 글로벌 위상에 오른 케이팝 업계의 노력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케이팝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직접 분석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자체 개발한 '저탄소 콘서트 체크리스트'를 HYBE, SM, YG, JYP, CJ ENM 5 대 주요 케이팝 기업의 ESG 보고서에 적용해 분석했다. 체크리스트는 ▲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활용 ▲관객·아티스트 이동 ▲아티스트 어드보카시 ▲폐기물 관리 및 굿즈 제작 ▲탄소 배출량 측정 및 감축 목표 수립 등 핵심 영역을 평가한다.
분석 결과, 폐기물 감축을 위한 공연 현수막 업사이클링(CJ ENM, HYBE, SM, YG)이나 자원 순환 콘서트 굿즈 발매(CJ ENM, JYP, SM) 등의 시도는 있었으나, 탄소배출의 핵심인 에너지·이동 부문에서의 구체적인 감축 노력은 미흡했다.
특히 콘서트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사례는 전무했다. 다만 YG와 SM이 콘서트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YG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속가능공연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지속가능 공연'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YG는 블랙핑크가 2021년 유엔 기후회의(COP26) 엠배서더로 활동한 이후 2030 년까지 모든 공연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저탄소 콘서트: 케이팝을 구할 새로운 무대' 보고서 저자인 김나연 캠페이너는 "YG 가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지만, 목표 실현을 위해서는 단순 탄소 상쇄가 아니라 직접적인 배출 저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음악 산업 온실가스 배출의 73%가 라이브 공연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저탄소 콘서트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주요 배출원은 ▲무대 조명이나 음향, 냉난방, 전광판 등을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 ▲관객과 아티스트, 공연 장비 등의 이동 ▲폐기물 ▲음식이다. 실제로 약 4만 5천 명이 모이는 미국 포톨라(Portola) 음악 페스티벌은 지난해 메인무대를 100% 배터리로 운영해 약 6,053 갤런의 디젤 사용을 피했다. 이는 가솔린 승용차 1대가 11년 이상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반면, 세계적인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는 2023 년 롤라팔루자 공연에서 태양광 패널 136 장을 설치해 전력을 자체 생산했다. 올해 4 월 내한공연을 가졌던 콜드플레이도 태양광 패널과 '키네틱 플로어(관객의 움직임을 에너지로 전환)'를 활용했다. 영국 록밴드 매시브 어택은 'Act 1.5' 페스티벌에서 재생에너지로 충전된 배터리를 사용해 디젤 발전기 대비 탄소 배출량을 81%에서 최대 98%까지 줄였다. 이는 대형 공연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이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임을 보여준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업계가 약 2억 2,500만 명(2023 한국국제교류재단 기준)에 달하는 글로벌 팬덤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연 캠페이너는 "저탄소 콘서트는 케이팝의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기회"라며 "코로나 19로 모든 오프라인 공연이 취소된 경험을 떠올려야 한다. 기후위기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 세계 팬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음악 지속가능성 연합(MSA)의 커트 랭어 이사는 "보고서는 공연업계가 탄소배출과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따라야 할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 이는 케이팝 산업이 지속가능한 공연을 선도하는 데 훌륭한 로드맵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이외에도 아티스트와 음악 산업이 함께하는 글로벌 기후 행동 단체 MDE 등 여러 글로벌 기관과 협회가 보고서의 전문적 검토와 지지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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