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5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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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폐막 앞둔 베니스 '어쩔수가없다'vs'힌드의 목소리', 황금사자상 2파전

김지혜 기자 작성 2025.09.04 17:20 수정 2025.09.04 17:27 조회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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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제 초반에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언론과 평론가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력한 경쟁작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의 '힌드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다.

경쟁 부문 초청작인 '힌드의 목소리'는 지난 3일 오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89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종영 후 22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영화제 후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힌드의 목소리'는 2024년 1월 29일 가자지구에서 총격을 받는 차 안에 갇혀 구조를 요청한 6세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잡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영상, 오디오를 활용해 완성한 영화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형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다큐멘터리 영화로 러닝 타임의 절반 이상이 실제 상황을 담은 전화 목소리로 구성돼 있다. 튀니지와 프랑스의 합작 영화지만 할리우드 스타인 브래드 피트와 호아킨 피닉스 등이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힌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고발성 영화다. 2024년 1월 29일 팔레스타일 가자지구의 포화를 피해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던 6살 소녀 힌드 라잡은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가족이 모두 몰살한 차량 안에서 홀로 살아남아 구조를 요청했다.

영화는 "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주세요. 저를 구하러 오실 거죠?"라는 힌드의 실제 목소리를 담아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러나 힌드 라잡의 통화는 총격과 폭음 속에 끊겼고, 12일 후 구조대마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걸로 드러났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공격을 부인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카우테르 벤 하니아는 튀니지의 여성 영화감독으로 튀니지 내 여성혐오를 고발하는 모큐멘터리 '튀니지의 샬라'(2014)와 성폭력 피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뷰티 앤 더 독스'(2017)가 연달아 칸 영화제에 초청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피부를 판 남자'와 '올파의 딸들'이 각각 2021년과 2024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과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르며 명성을 공고히 했다.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은 '힌드의 목소리'로 또 한 번 국제 사회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상영 직후 영화관에서는 20분이 넘는 기립박수와 함께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구호가 울려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의 기립박수 시간은 수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종의 관례지만, 이 영화를 향한 호평과 극찬은 호들갑이 아니다. 상영 직후 데드라인, 인디와이어, 더 타임스, 벌처, 스크린 등의 영화 매체는 황금사자상의 유력한 후보라는 리뷰를 쏟아냈다. 다만 버라이어티는 실제 오디오 녹음이 불러일으키는 충격과 감동은 부인하기 힘들지만, 이를 극영화에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윤리적으로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소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버라이어티조차 벤 하니아 감독의 의도와 목적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영화가 메시지에 도달하기 위해 취한 방법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다.

영화제 전반은 '어쩔수가없다'가, 후반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분위기다. 두 영화 모두 동시대를 관통하는 사회, 정치적 소재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월드 오브 릴'은 "올해 황금사자상은 '어쩔수가없다', '힌드의 목소리' 두 편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영화제 수상을 점치는 배당 사이트에서는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으며, 그다음이 '힌드 라잡의 목소리'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최고 화제작에 등극한 두 영화의 경쟁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 '어쩔수가없다'는 한국 대표로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상(구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출품이 확정됐고,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튀니지 대표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상 부문에 출품한 상태다. 두 영화는 최종 5편이 오르는 국제장편상 후보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참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고 수상까지 할 가능성은 유대인의 영향력이 막강한 할리우드 상황을 고려하면 높지 않다는 관측도 적잖다.

두 영화 모두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월드 프리미어의 장으로 선택하며 영화제 레이스를 시작했다. 수상 여부는 오는 6일 열리는 폐막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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