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CJ ENM 사활 건 '어쩔수가없다', 베니스 너머 오스카까지 노린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25.09.02 10:47 수정 2025.09.02 12:02 조회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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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수상의 청신호가 켜졌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어쩔수가없다'는 이탈리아 현지 시각으로 8월 29일 오후 9시 45분 베니스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살라 그란데(Sala Grande)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진행했다. 상영 이후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버라이어티(Variety)는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자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라고 극찬했고, 인디와이어(IndieWire)는 "박찬욱 감독의 탁월하고, 잔혹하고,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자본주의 풍자극. 이병헌의 유려한 연기는 박찬욱 감독의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톤을 지탱하는 핵심이다"라고 호평했다.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세계적인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는 신선도 100%를 기록했다. 9월 2일까지 총 19개 매체의 리뷰가 나온 가운데 유지한 수치라 더욱 놀랍다.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경쟁작 21편 중 약 절반 정도의 영화만이 공개된 상태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물론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2017년 칸영화제 진출 당시 평론가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등에 입고도 본상 수상에 실패한 전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어쩔수가없다'는 동시대의 공기와 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수작이라는 작품 내적인 완성도와 박찬욱 감독의 20년 만의 베니스 귀환이라는 작품 외적인 상징성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에서 외면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어쩔수가없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디센던트', '사이드웨이' 등을 만든 미국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고, 심사위원에는 '4개월, 3주... 그리고 2일', 'R.N.M' 등을 만든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 '집념의 남자', '신성한 나무의 씨앗'으로 유명한 이란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 등 거장이 포진해 있다. 영화제는 심사위원단의 성향과 선호가 절대적이지만 '선수'들이 잘 만든 영화를 몰라볼 리 없다.

외신들은 벌써부터 '어쩔수가없다'의 베니스 주요 부문 수상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 인디와이어는 "'어쩔수가없다'는 이번 주말 리도섬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가져갈 것"이라고 예측했고,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노미네이트까지 점쳤다.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어쩔수가없다' 주역들의 행보에서도 장밋빛 전망을 확인할 수 있다. 손예진, 염혜란, 이성민, 박희순은 지난달 31일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은 9월 6일 폐막까지 현지에 체류할 예정이다. 감독과 주연 배우가 영화제 폐막일까지 머문다는 것은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외신들은 황금사자상과 심사위원 대상, 심사위원상 등 작품에 수여하는 상뿐만 아니라 감독상, 볼피컵 남우주연상 등 개인에게 부여되는 상 수상 가능성까지 폭넓게 점치고 있다.

어쩔수가없다

투자배급사인 CJ ENM에겐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CJ ENM은 최근 수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투자 편수를 줄였고, 그나마 내놓은 작품들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투자배급사 1위의 위용은 사라진 지 오래됐고, 그 기간 메가박스 플러스엠, 신생투배사 바이포엠의 약진 등으로 배급업계 판도도 변했다.

올해 CJ ENM이 투자 배급한 한국 영화는 '악마가 이사왔다', '어쩔수가없다' 단 두 편이다. 지난 8월 13일 개봉한 '악마가 이사왔다'는 41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며 그야말로 '폭망'했다.

CJ ENM은 베니스국제영화제를 기점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영화제에는 투자배급을 담당한 '어쩔수가없다' 뿐만 아니라 기획개발에 참여한 미국 영화 '부고니아'도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지구를 지켜라!'의 영어 리메이크 작인 '부고니아'는 CJ ENM이 시나리오부터 감독, 배우, 제작사 패키징 등 기획개발을 주도한 작품이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두 편을 경쟁 부문에 진출시켰던 2022년 칸영화제에 이은 CJ ENM의 가장 큰 성과다.

"웃길수록 좋다"는 '어쩔수가없다', 필사의 생존극에 더해진 아이러니한 유머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통해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최종 목표는 베니스가 아니다. 내년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정조준한다. 전담팀을 꾸려 전사적으로 아카데미 레이스를 펼쳤던 '기생충'때처럼 또 한 번의 신화를 노린다.

칸영화제가 아닌 베니스영화제에 출품한 것과 관련해서도 내년 아카데미를 겨냥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5월에 열리는 칸보다 8월에 열리는 베니스가 아카데미 레이스를 시작하기 더 좋은 시점이다.

영화 '로마'(베니스 황금사자상→아카데미 감독상), '조커'(베니스 황금사자상→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가여운 것들'(베니스 황금사자상→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브루탈리스트'(베니스 감독상→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등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휩쓴 미국 영화들은 대부분 베니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했고, 베니스 수상을 발판으로 아카데미 레이스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냈다.

'어쩔수가없다'의 북미 배급은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의 신화를 만들어낸 파트너 네온이 맡았다. 베니스영화제의 박수갈채를 등에 업은 시작, 이보다 더 순조로울 수 없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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