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지난해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 2024에 참석한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2025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마블 역사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판타스틱4'는 미완의 히어로물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2005년 개봉한 '판타스틱 4'(56만 명)와 2007년 개봉한 속편 '판타스틱 4: 실버 서퍼의 위협'(63만 명) 모두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고, 8년 만에 리부트 된 '판타스틱 4'도 39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극장에 공개되지 않은 1994년작 '판타스틱 4'까지 합치면 무려 다섯 번째 '판타스틱 4' 실사 영화이자 두 번째 리부트인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부제대로 마블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일단 예상보다는 잘 나왔다.

20세기 폭스에서 실망스러운 완성도와 실패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마블이 '판타스틱 4'를 기사회생시켰는지 이번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가족 히어로 무비로서의 매력과 '어벤져스: 둠스데이'와의 연계를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아이템이다.
최근 몇 년간 마블은 지루하고 끔찍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 했건만, 마블은 지난 10년의 아성을 지켜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흔들렸다. 페이즈 4와 5로 이어진 헛발질에서 교훈을 얻은 듯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독립적인 이야기로 새로운 프렌차이즈의 출발을 알렸다. OTT 시리즈물과의 연계도, 멀티버스 설정도 없다. '판타스틱 4'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한 편만으로 이야기에 진입이 가능하며, 이 자체로 즐길 수 있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예기치 못한 능력을 얻고 슈퍼 히어로가 된 4명의 우주 비행사 '판타스틱 4'가 행성을 집어삼키는 파괴적 빌런 '갤럭투스'와 '실버 서퍼'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대적 배경은 우주전쟁이 한창인 1960년대다. 레트로 무드가 영화 전반에 풍기지만 말하는 로봇, 하늘을 나는 자동차, 자기 부상 열차 등 근미래적 요소도 섞었다. 이른바 '레트로 퓨처리즘'을 내세우며 원작 만화의 감수성을 스크린에 되살려냈다.

4인방은 우주 탐사를 떠났다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뒤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됐다. 리드(페드로 파스칼)는 고무줄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능력, 수잔(바네사 커비)은 온몸이 투명해지고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하는 능력, 조니(조셉 퀸)는 온몸으로 뜨거운 화염을 내뿜으려 비행하는 능력, 벤 그림(에본 모스-바크라크)은 바위 같은 엄청난 피지컬과 압도적인 파워를 갖췄다.
무엇보다 이들은 마블 최초의 가족 히어로라는 정체성을 가졌다. 리드와 수잔은 부부이고, 조니는 수잔의 남동생이다. 여기에 리드와 수잔이 낳은 아기 역시 범상치 않다. 쿠키영상에서는 이 아이가 향후 '어벤져스: 둠스데이'에서 활약할 것임을 예고했다.
'나르코스'의 페드로 파스칼', '더 크라운'의 바네사 커비, '글래디에이터'2의 조셉 퀸, '더 베어'의 에본 모스-바크라크가 각각 리드, 수잔, 조니, 벤 그림(씽)으로 활약하지만 이들의 매력이 온전히 드러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자기 소개 시간 정도라 볼 수 있다. 이들 모두 히어로 영화가 처음이고, 관객 역시 대표작에서의 강렬한 잔상을 넘어 히어로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첫 단추는 잘 꿰었다. 규모와 개성을 내세운 액션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미술과 세트로 구현한 1960년대는 스펙터클의 아쉬움을 시각적으로 보완하고, 배우들의 앙상블도 준수하다. 빌런 갤럭투스의 위용과 매력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실버 서퍼가 매력적인 신스틸러로서 활약하며 시선을 끌었다.
또한 마이클 지아키노가 만든 OST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도 합창으로 완성된 '판타스틱~~포~~~'라는 멜로디가 한동안 귓가에 맴돈다.
북미에서 25일 개봉하는 '판타스틱 4: 새로운 시작'은 개봉 첫 주말 1억 달러가 넘는 오프닝 스코어가 예상된다.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와 '썬더볼츠*'가 오프닝 1억 달러를 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성적이다.
마블에 둥지를 튼 '판타스틱4'가 새로운 효자 상품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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