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뮤지컬 '위키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2024년 기준, 브로드웨이 역사상 흥행 2위, 전 세계 7,000만 관객, 60억 달러의 흥행 수익, 그리고 3개의 토니상을 포함해 100개가 넘는 트로피를 거머줬다.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이 뮤지컬이 13년 만에 '오리지널 내한'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시 한국 무대에 올랐다. 2012년 첫 내한 이후 2013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까지, '위키드'는 언제나 기대 이상의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박혜나의 엘파바와 정선아의 글린다가 보여준 무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지난 7월 22일,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 '위키드'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몰입' 그 자체였다. 객석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관객들도 많았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걱정했던 마음은 공연이 시작되자 곧 사라졌다.

이야기가 전개되자 관객은 나이 불문, 마법처럼 펼쳐지는 무대에 매료됐다. 엘파바의 첫 등장부터 커튼콜까지, 압도적인 무대 연출과 치밀한 서사,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점차 커지는 박수와 환호로 이어졌다. 이날의 커튼콜은 그 어느 공연보다도 뜨거운 감동으로 가득했다.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는 청량한 보이스와 밝은 에너지로 무대를 밝히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엘파바 역을 맡은 젬마 릭스는 '중력을 거슬러' 부르는 장면에서 현실을 잊게 할 만큼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언어의 장벽도 무색할 만큼 감정선이 명확히 전달됐고, 무대는 오롯이 그 메시지를 품고 있었다.
작은 실수도 있었다. 글린다와 피에로의 약혼 장면에서 현수막이 채 펴지지 않는 소품 사고가 있었지만, 배우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관객 역시 공연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기에 그 순간은 오히려 극의 몰입도를 방증하는 장면으로 기억됐다.

'위키드'는 단순한 이분법이 아닌, 선과 악의 경계에서 진짜 진실은 무엇인지 묻는다. '파퓰러', '중력을 벗어나' 같은 넘버들은 감정의 정점을 절묘하게 끌어올리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위트와 감동, 철학을 모두 품은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빛난다.
이날 공연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끝났다. 마치 도파민에 잠긴 듯,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커튼콜에서 두 손을 들어 박수를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오늘 이 무대를 함께한 어린 관객들에게도, 이 순간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충격이 될 수 있겠구나. 마치 처음 '위키드'를 만났던 그날처럼.
지난 7월 1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위키드'는 오는 10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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