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또한...'슈퍼맨'도 구했다"
제임스 건의 히어로 영화에선 가능한 이야기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라 '로켓'이 있었다면 '슈퍼맨'에는 슈퍼독 '크립토'(Krypto)가 있다.
'크립토'는 1955년 DC 코믹스 '어드벤처 코믹스' 210호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에는 '슈퍼보이'의 강아지로 소개됐다. 실사 영화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슈퍼맨'이라 쓰고 '슈퍼독'으로 읽을 수 있을 만큼 크립토는 이번 영화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한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강렬하게 등장한다. 3분 전 첫 패배를 당해 눈밭에 쓰러진 슈퍼맨은 휘파람을 불어 구조를 요청하고, 이때 놀라운 스피드로 눈밭을 헤치고 크립토가 등장한다. 그리고는 주인의 망토를 입에 물고 설원을 달려 비밀 안식처로 데려간다.

크립토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 슈퍼 파워(비행, 초고속, 초강력 등)를 지녔다 ▲ 천방지축이다. 그러나 주인에게 위기가 닥치면 언제든 구하러 오는 충견이다.
DC 코믹스에서 크립토는 화이트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나오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강아지는 화이트 테리어 믹스견이다. 이 캐릭터는 제임스 건이 자신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 오즈(Oze)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제임스 건은 '슈퍼맨' 리부트 각본 작업을 시작할 무렵인 2022년 오즈를 구조해 입양했다. 오즈 입양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통제 불능이라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전했다. 오즈와 크립토는 한쪽 귀가 올라간 외형부터 통제할 수 없는 행동 양식까지 닮았다. 제임스 건은 "크립토가 슈퍼맨에게 달려드는 장면은 오즈가 반려묘와 노는 장면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3D 스캔과 모션 캡처(어떠한 실제 물체의 움직임을 수치 데이터로 저장하였다가 컴퓨터로 만든 가상의 물체에 모션 데이터를 넘겨주는 과정)를 통해 오즈의 몸과 행동 양식을 복사하다시피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역견 졸렌과 아역 배우인 머피가 크립토의 모션 캡처 연기를 담당했다.
제임스 건은 그간의 영화에서 동물을 효과적으로 등장시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라쿤 로켓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최고 인기 캐릭터이며, 3편에서는 강아지 캐릭터 코스모를 등장시켰다. 현대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반려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영화 속에서도 구현하며 따뜻하고 뭉클한 정서를 전달해 왔다. 이번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마블의 총아에서 DC 스튜디오 수장으로 자리를 옮겨 처음 선보인 '슈퍼맨'은 제임스 건에게 중요한 시험대였다. 결과적으로, 인간적인 슈퍼맨과 비주류 히어로 연합 '저스티스 갱', B급 유머와 올드팝 활용 등 '슈퍼맨'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색채가 많이 난다. 다만 돋보이는 히어로가 없다. 그 단점을 상쇄하는 캐릭터가 '크립토'다
영화 말미, 크립토가 왜 그토록 슈퍼맨의 말을 안 듣는지 알 수 있다. 크립토는 슈퍼맨의 개가 아닌 사촌 슈퍼걸의 반려견인 것으로 밝혀진다. 그녀가 외계에 가 있는 동안 슈퍼맨이 임시보호한 것이다. 물론 보호받은 건 슈퍼맨이었지만 말이다.
크립토의 활약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2026년 개봉 예정인 '슈퍼걸'에서 진짜 주인과 본격적인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 = 제임스 건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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