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31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든든 "영진위, 영화계 성평등 의제를 1년짜리 사업으로 취급" 규탄

김지혜 기자 작성 2025.05.30 13:08 조회 82
기사 인쇄하기
든든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파행 운영 위기에 놓였다.

든든을 설립한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하 여영모)은 공동사업자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든든을 운영하는 주체에서 여영모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든든은 영화산업 내 성폭력 예방교육과 피해자 지원을 목표로 2018년 3월 1일 공식 개소했다. 당시 영진위는 업무 협약을 맺어 든든 사업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영진위는 지난 2023년부터 한국영화성평등센터를 입찰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공고했다. 올해는 영진위가 아닌 조달청 입찰로 진행되며 노무법인이 새로운 운영주체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여영모는 "갑작스러운 입찰 방식 변화인 데다 성폭력 문제 및 영화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처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더불어 "2018년 개소 이래 유지되던 업무협약 방식이 폐지되면서, 성평등 관련 업무의 연속성은 더 이상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영화계 내 성평등 의제는 매년 경쟁해야 하는 일회성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진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여영모는 ▲ 영진위는 조달청의 입찰 방식으로 성평등센터를 운영할 '업체'를 선정하면서 이러한 배경을 충분히 고려했는가? ▲ 성폭력 예방 교육과 상담/의료/법률 인력이 지닌 여성주의적 관점과 전문성은 어떻게 인수인계할 것인가? ▲ 영진위 성평등센터 용역 입찰 방식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1년마다 바뀌는 '업체'에서 상담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가? ▲ 연마다 새로운 기관에 피해자를 이전하는 체계를 제대로 마련했는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여영모는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는 프로젝트형 고용 구조 특성상 일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한 성희롱 관련 법률에 포함되기 어렵다"면서 "기존의 성폭력 예방 교육과는 차별화된 강의안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든든은 법령 중심의 교육을 넘어 남성중심적 네트워크를 지적하고 성평등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강의안을 제작해 왔다. 든든 강사진은 여성주의적 관점과 영화계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이러한 자료와 인프라는 1년짜리 단기 입찰로는 축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영진위는 입찰 방식 전환에 대해 관련 법령만 언급할 뿐, 성폭력 예방교육과 피해자 지원 업무를 실질적으로 인계할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영진위는 든든의 자료와 인프라를 25년도 용역 업체가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점을 시인한 바 있다. 이는 입찰 방식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활동의 지속성을 끊고 그 결과물을 단절시키는 조치임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든든

여영모는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원 창구의 존재, 그리고 실질적 지원 의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영진위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가 그저 위탁 사업이 아닌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영화계 성평등을 실현하는 운동 의제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한국영화성평등센터의 운영이 매년 입찰에 좌우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제도 개선을 즉각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업무 협약에서 공개 입찰로 전환된 것은 예산 집행의 부적정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운영을 위해 배정된 예산 과목은 영화발전기금 일반용역비다. 이 예산은 공개 입찰을 통한 용역 사업 수행 시에만 지출이 가능하다. 2022년까지는 별도의 용역 계약 없이 업무 협약을 통해 분기 별로 운영비를 지급해 왔으나, 2022년 자체종합감사에서 '용역사업 추진 원칙 및 집행절차 위반'으로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 자체 입찰 방식에서 조달청 입찰로 변경된 것에 대해서는 "공정성 확보를 위함이지 특정 단체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며 "기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운영 용역은 조달청을 통해 입찰을 진행하되, 제안서 평가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축하여 진행해 왔다. 그러나 2025년 입찰 공고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은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더욱 공정성을 확보하여 선정 업체의 당위성을 공고하게 하기 위함이지, 특정 단체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