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5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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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또 성범죄 사건…"부실 대응"vs"메뉴얼 따라 처리"

김지혜 기자 작성 2025.03.12 17:33 조회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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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 직원이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영화제 측의 부실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4년 2월, 부산국제영화제에 근무하는 A씨와 같은 직장의 단기 계약직 직원이었던 B씨는 A씨가 자신과 성관계 중 사진 및 영상을 수차례 불법촬영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과 경찰에 각각 신고했다. 현재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부산지검에서 불구속 기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전에도 사무국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에 성평등한 조직문화와 책임 있는 사건처리를 위한 전담기구를 지정하고 임원의 책무와 자격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측은 11일 부산국제영화제의 성폭력 예방 및 대응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과 시정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사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한 가해자와의 근무 분리 조치부터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든든 측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치인 가해자와의 근무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러 번의 추가 조치를 요구한 후에야 업무 공간이 분리될 수 있었다"며 "이는 직장 상사와 단기 계약직 직원이라는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과 좌절감 등을 고려하지 못한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 집행위원장의 직장 내 성희롱 의혹으로 성폭력 사건처리 전담기구를 지정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 대응 체계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든든 측은 "사건처리 전담기구를 지정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감사팀장을 고충상담원으로 지정하는 데 그쳤으며, 감사팀장 퇴사로 공석이 되자 사무국에 업무를 넘겨 사건처리 절차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위협받는 상황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해자의 신변을 걱정해 수사기관에 가해자의 주소지 대신 신고사건담당자의 주소지로 신고해 중립적이고 공정한 업무처리에 대한 신뢰를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도 지적했다. 든든은 "인사위원회는 재심 과정에서 가해자의 불법촬영행위가 공익저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표창을 이유로 기존 해임에서 정직 6개월로 감경하는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성평등 가치를 바탕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과거에 공표한 대로 성폭력 예방·대응 체계를 갖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든든의 지적 사항을 해명했다.

영화제 측은 "2024년 5월 13일 위 사건 신고인의 법률 대리인을 통해 사건 신고서를 접수했다. 영화제는 감사팀장을 통해 신고인 그리고 신고인의 법률대리인과 소통하며 성희롱·성폭력 대응 메뉴얼에 따라 사건 처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접수 이후 추가 피해 여부 확인을 위한 전 직원 대상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피신고인과 A씨의 근무 분리 조치가 미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화제는 신고인의 의견을 수렴해 피신고인에게 재택근무를 명했고, 영화제 성수기 사무 환경의 한정성에도 불구하고 2차례에 걸친 분리 조치와 2차 피해 예방 조치 등을 통해 신고인 보호조치를 최대한 이행했다"고 해명했다.

성폭력 사건 대응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 사건담당자였던 감사팀장이 개인 사유로 2024년 6월에 퇴사한 후, 인사팀장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건 처리와 신고인 요청 등 모든 사항은 신고인 보호에 중점을 두고 영화제 자문 변호사와 감사(변호사) 자문을 거쳐 집행부가 논의해 진행했으므로 '공정성과 중립성이 위협받는 상황을 방치'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A씨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형사 유죄 판결은 사법부의 몫이므로, 영화제 인사위원회는 내부규정과 징계 양정 기준에 따라서만 징계 의결이 가능하다"면서 "해당 인사위원회(1심)에서는 형사 유죄 판결이 날 것으로 추정해 징계 양정을 판단, 해임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신고인의 재심 요구에 따라 (인사규정 시행규칙 42조) 2025년 1월 14일에 열린 인사위원회(재심)는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아니한 징계대상자를 인사위원회가 임의로 비위행위가 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사위원회(재심)가 의결한 정직 6개월은 최대 기한 중징계에 해당한다. 징계대상자는 현재 재판 계류 중이며, 향후 징계대상자가 형사처벌을 받아 영화제 취업규칙(제61조 제1항)에 해당한다면 해임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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