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전국적으로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도 한파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5일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는 15만 5,437명을 기록했다.
설 연휴가 끝난 이후 첫 평일이었던 4일부터 일일 관객 수는 10만 명 대로 뚝 떨어졌다. 이틀째도 15만 명대에 머물며 관객 가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설 연휴는 장장 6일간 이어져 전체 3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219만 명)보다는 100만 명 가량 늘었다. 이는 올 설 연휴에 '히트맨2',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까지 한국 영화 3파전이 벌어진 데다 '서브스턴스' 등의 다양성 영화도 선전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설 연휴 신작 효과는 2주 이상 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3편의 한국 영화 모두 아쉬운 완성도와 재미로 입소문의 힘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히트맨2'(누적 208만 명, 손익분기점 240만 명)와 '검은 수녀들'(누적 150만 명, 손익분기점 160만 명)의 경우 손익분기점 돌파는 가능해 보이지만 300만, 200만 돌파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객 가뭄이 장기화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5일 개봉한 '브로큰' 역시 첫날 4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흥행 전망이 밝지 않다. 첫 주말 스코어를 봐야 윤곽이 나오겠지만 설 연휴에 개봉한 '히트맨2',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과 함께 경쟁을 펼치며 스크린을 나눠야 하는 상황 자체가 '브로큰'에 긍정적인 여건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2월은 극장 비수기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많은 연휴가 있었음에도 극장은 기대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영화 기대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전체 개봉 영화 편수도 적다. 할리우드 대작 역시 한동안 볼 수 없었다.

2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퇴마록',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3편뿐이다. 극장들은 가수들의 콘서트 무비와 재개봉작, 아카데미 기획전 등으로 관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극장은 오는 12일 개봉하는 마블 신작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25년 마블 스튜디오의 첫 번째 히어로 영화이고,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다만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영화의 인기도 예전 같지는 같다. 코로나19 시기에도 개봉만 하면 300만 명 이상의 흥행을 거뒀지만 페이즈 4기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더 마블스'와 '데드풀과 울버린'은 각각 69만 명, 197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2월 28일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 개봉이 예정돼 있다. 전작 '기생충'이 국내에서 천만 흥행을 기록했던 데다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한 이후 무려 6년 만에 내놓는 거장의 신작인 만큼 관객의 호기심과 기대감이 남다르다.
극장과 영화계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2025년은 국내 주요 배급사들이 창고 영화를 대부분 소진하고 맞는 첫해다. 그러나 개봉을 준비하는 대작도, 제작에 들어가는 대작도 거의 없다는 문제도 직면했다. OTT의 맹렬한 기세 속에서 극장 영화의 살길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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