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프랑스 영화계의 미투 운동으로 기소된 영화감독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3일(현지 시각)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파리 형사법원은 이날 크리스토프 뤼지아(60)의 성폭력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징역 2년은 전자 팔찌 착용 조건 아래 가택 구금형으로 집행된다.
또한 피해자인 여배우 아델 에넬(36)에게 위자료와 정신적 치료비 등 명목으로 3만 5000유로(약 5,200만 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에넬은 2019년 11월 한 탐사보도 매체를 통해 10대 아역 시절 영화 '악마들'(2002)에 출연할 당시 감독인 뤼지아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악마들'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10대 남매가 가족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뤼지아의 대표작이자 에넬의 데뷔작이다.
법정에 선 뤼지아는 "에넬이 거짓말하고 있다. 20년 이상 된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특별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뤼지아가 감독의 지위를 이용해 미성년자인 에넬에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뤼지아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에넬은 자국과 유럽의 거장들과 협업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젊은 연기파 배우로 성장했다. 2019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에넬은 미투 운동이 절정이던 2019년 어린 시절 뤼지아 감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고백은 프랑스 영화계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에넬은 이듬해 프랑스 최고의 영화상인 세자르 시상식에서 성범죄 혐의를 받던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수상하자, 행사장을 박차고 나가며 항의했다. 이후로도 자국 영화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그러나 2023년 프랑스 영화계가 성폭력 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사실상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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