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일요일 아침이면 늦잠도 마다하고, 디즈니 만화를 목빠져라 기다렸던 '디즈니 키즈'들에게 뮤지컬 '알라딘'의 한국 상륙 소식은 더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의 캐스팅이라니. 기대는 당연하다.
블록버스터 뮤지컬 '알라딘'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한국에서 개막한 '알라딘'은 비교적 높은 티켓값이 책정됐다. 뮤지컬 관객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10차례에 걸친 오디션 과정을 통해 선발된 최정상급 배우들, 디즈니 저작권의 '알라딘'의 오리지널 음악, 신비의 도시 아그바라를 배경으로 요정 지니가 보여줄 극강의 화려한 무대 등은 기대요소다. 뮤지컬 '알라딘'의 성패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정도의 심리적 방어선을 뚫느냐 뚫지 못하느냐가 가른다. 그것이 관건이다.
뮤지컬 '알라딘'은 재밌다. 대중적으로 보기에 손색이 없다. '재미'에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알라딘'의 재미란 일단 유쾌함을 뜻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밖에 없는 쉽고 재밌는 원작 스토리에 말맛을 살린 한국 버전의 대사는 조금 과장을 더해서 관객들에게 10초에 한번씩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2019년 국내 개봉해 무려 1200만명 넘는 관객수를 기록했던 '알라딘'의 주요 성공요인도 그런 유쾌함이 아니었던가. 뮤지컬 '알라딘'은 웃기다. 요즘처럼 웃음이 필요한 시대에는 문득 고마워질 정도로.
두 번째 '알라딘'은 화려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뮤지컬 요소 중에서 화려함은 중요할 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라딘'은 다르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라딘'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빵을 훔친 알라딘이 복잡한 시장통에 어떻게 요리조리 빠져나갈지, 금은보화로 가득할 동굴은 또 어떨지, 지니의 마법으로 왕자로 변신할 알라딘은 어떻게 달라질지, 나는 양탄자는 도대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하다.
'알라딘'의 특수효과는 어느 정도 알고 봐도 재밌다. 물론 '알라딘'이 진짜 마술쇼는 아니기에, 그 정도 수준의 완벽한 눈속임을 할 순 없다. 다만 지니가 등장하는 장면이나 갑자기 사라지는 장면, 동굴이 황금색으로 순식간에 물드는 장면 등에서는 관객들의 놀란 함성이 터져 나온다. 라스베가스 마술 공연 등에서 무대를 담당하는 짐 스탠메이어의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 있단다. 매서운 눈초리를 잠시 넣어두고, 마음의 눈을 활짝 열고 보다보면 어느덧 도파민이 상승하는 걸 발견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자파가 사라지는 부분에서도 조금 더 화려하게 특수효과에 힘을 줬으면 어땠을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거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다. 뮤지컬 리뷰에 으레 등장하는 격려 차원의 배우 칭찬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정말로 배우들의 연기가 빛난다. 알라딘 역할을 맡은 배우 김준수가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몸이 그렇게 가뿐한지 이번 공연을 통해 새삼 느꼈다. 김준수의 탭댄스를 보니 객석에서 심장이 쿵쿵 울리더니 어느덧 어깨가 들썩인다. 조금 삐그덕 거릴지언정. 자스민 공주 역할을 맡은 최지혜도 고운 음색과 당찬 연기로 '잘된 캐스팅'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건 '지니' 역을 맡은 배우 정원영이다. '알라딘'을 보면 그가 왜 강홍석, 정성화 등과 같은 배역으로 캐스팅되었는지 납득이 간다.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 영화에서 윌 스미스의 지니가 익살스러운 연기와 끼는 좌중을 압도한 것처럼 정원영의 지니는 펑하고 등장한 뒤부터 무대를 휘저으며 끼를 발산한다. 표현이 틀렸다. 끼를 폭발한다. 다른 지니들에 비해서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귀여움과 R&B소울은 덤이다. 익살스럽고 장난스럽고 그러면서도 의리 있고 불쌍(?)하기도 한 정원영의 지니는 '알라딘'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심장 속에 어느덧 가장 아련하고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지난달 22일 서울의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알라딘'은 내년 6월 22일 폐막하고, 7월부터 부산의 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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