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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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빅오션' 만든 차해리 대표 "모두가 반대했죠" ②

강경윤 기자 작성 2024.11.25 15:51 조회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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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오션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세계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 그룹 '빅오션'을 만든 (주)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차해리(36) 대표는 대표적인 '행동파'다.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목소리 뒤에는 단호한 결단력과 한발 빠른 실행력을 지녔다.

30대 중반의 방송인 차해리가 빅오션을 낳고 기른 '엄마'를 자처하기에 앞서, 4년 전 겁도 없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뛰어든 것도, 주저하고 고민하기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는 과감한 성격 덕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사회적 편견을 멋지게 극복해 세상에 새로운 깃발을 꽂아보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이다.

최근 (주)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의 사옥에서 차해리 대표를 만났다. 지난 12일 빅오션의 첫 번째 미니앨범 '팔로우'의 발매 이후, 멤버들과 전 직원은 잠을 줄여가며 국내외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차 대표의 얼굴에서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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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 빅오션의 팬덤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빅오션에 대한 현지 반응이 더 뜨겁다. 보통 가까운 지역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아이돌들이 많은데, 빅오션은 그 반대다. 미국에서 가장 반응이 뜨겁고 유럽, 남미, 호주 등지에도 해외 팬덤이 많이 생겼다."

▶ 해외의 팬(파도)들이 빅오션을 접하게 되는 계기는 뭔가.

"미국의 어떤 지역에서는 제2의 외국어로서 수어를 배우는 경우도 있다. 수어가 의무교육인 지역도 있기 때문에 수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의 파도분들을 인터뷰해보면 '잘생겨서 좋다'하는 분들도 있으시고(웃음) '스토리가 좋다', '플랫폼 알고리즘에 떠서 덕질을 시작했다'는 분들도 있으시다."

▶ 빅오션이 데뷔 7개월 차 어엿한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데뷔 전 기획부터 앨범 준비와 연습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만나는 분들마다 100% 반대하셨다. 청각장애 아이돌 그룹은 레퍼런스가 전혀 없지 않나. 투자금을 모으는 게 대표로서는 가장 어려웠다. 중소기업에서 제작한 아이돌도 최소 몇 십억은 든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투자금이 없었다. 데뷔할 때 우리는 다른 팀에 30분의 1 수준의 제작비로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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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

"정말 없는 살림에 최대한 아껴 썼다. 탈탈 털고 대출을 받아서 소규모 직원이 일당백 역할을 해야 했다. 한 명이 콘텐츠 담당도 하고 보컬 레슨도 하고 영상도 찍고 등등 다 하는 거다. 뮤직비디오 제작도 150만원으로 했다. 모두 반대를 하셨지만 막상 준비를 할 때는 다들 도와주셨다. 우리의 취지에 공감해 주신 SM엔터테인먼트에서 '빛'을 리메이크하도록 해주셔서 데뷔가 이뤄질 수 있었다."

▶ 그래도 힘든 건 있었을 것 같다.

"데뷔를 한 달 남겼을 때였나 사건이 터지긴 터졌다. 우리는 없는 살림에 멤버들이 체중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고영양 식사를 챙겨주고 소고기를 챙겨줬는데도 멤버들이 외모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거다. 조바심이 나던 시기에 멤버들의 숙소에 들렀는데 글쎄, 과자들이 봉지에 들어있고 먹다 만 초코과자까지 있는 거다. '여기까지 얼마나 절박하게 왔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멤버들에게 정말 큰 실망을 해서 모두 다 중단하자는 말까지 나왔다.(웃음)"

▶ 그 사건은 잘 해결이 되었나?

"전화위복이 됐다. 멤버들에게 정말 데뷔를 할 생각이 있는 건지 출발선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멤버들이 생각을 해보더니 '절실한 마음으로 도전하겠다'고 결정을 했다. 남은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고 MBC '쇼 음악중심'에서 기대하던 데뷔 무대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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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오션이 내딛는 걸음마다 '최초', '기적'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현진이를 중심으로 우리 회사에서 장애인 모델과 배우, 방송인 등 여러 가지 엔터테이너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와 겹치면서 이들이 나설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줄어들었다. 가장 장애인들과 거리가 있는 분야가 뭘지를 생각한 끝에 아이돌 그룹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 빅오션의 비전을 꼽는다면?

"당연히 제2의 BTS다. BTS를 넘겠다는 말이라기보다는 BTS가 사람들의 편견을 뛰어넘은 것처럼 빅오션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싶다는 의미다. 과거 BTS가 언어와 인종을 뛰어넘을지 기대하지 못했지만 해내지 않았나. 그분들이 마중물이 되어 아시아 멤버들로 이뤄진 K팝 아이돌들이 주류 음악계로 진출할 수 있었다. 빅오션도 편견을 뛰어넘어서 해외에서 사랑받고 있다. 오히려 장애 인식이 개선되어 있는 나라일수록 빅오션에 대한 호응이 더 높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빅오션이 팀 이름처럼 전 세계의 더 큰 물에서 오히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되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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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승철 기자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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