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8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스브수다] '삼식이 삼촌' 신연식 감독 "역사의 변곡점 만든 건 인간의 천성과 관성"

김지혜 기자 작성 2024.07.11 17:22 조회 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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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신연식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는 앉은자리에서 한 시간 만에 이야기 한 편을 뚝딱 완성할 수 있는 남다른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영화의 시작이, 드라마의 시작이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특별한 능력인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연출자로서의 역량은 어떨까. 대표작인 '러시안 소설', '페어 러브', '조류인간', '로마서 8:37'을 보면 그 남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신연식 감독은 2003년 영화 '피아노 레슨'으로 데뷔한 이래 무려 20년 만에 첫 시리즈물 연출에 도전했다. 디즈니+와 손잡은 드라마 '삼식이 삼촌'이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약 5개월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 촬영됐고, 지난 6월 말 전편(16부작)이 모두 공개됐다.

삼식

'국민배우' 송강호의 32년 만의 첫 드라마라는 이슈로 큰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근래 나온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깊이를 자랑한다. 창작의 세계에서 아직까지는 미지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1950년대 말, 1960년 대 초 대한민국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식이 삼촌과 김산의 원대한 드라마를 펼쳐냈다.

공개 초반엔 근·현대사를 조명한 시대에 대한 호기심이 컸지만, 작품이 공개될수록 캐릭터의 매력이 도드라졌다. 여기에 명배우들의 연기에 의해 생명력을 더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타고난 천성과 살아온 관성", "내가 세상을 만들었나, 세상이 날 만든 거겠지"와 같은 명대사도 화제를 모았다.

신연식 감독이 '삼식이 삼촌'을 구상한 것은 대략 4~5년 전쯤이다. 시대가 아닌 캐릭터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삼식이 삼촌과 김산의 드라마는 '인간의 천성과 관성'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선명하는 키(KEY)다.

신 감독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은 '인간의 천성과 관성'이다. 삼식이와 김산이 살아온 천성과 관성에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한편으론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 이는 우리네 삶이 실제적으로 작용하는 원리와 닿아있다"고 말했다.

삼식이

"나는 말이야. 전쟁통에도 하루 세끼를 다 먹였어"

삼식이 삼촌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6.25 전쟁이라는 난리통과 전후의 재건에 혈안이 된 시대에서 '먹고사니즘'은 중요한 문제다. 삼식이의 전사(前史)는 작품에 자세히 그려지지 않지만, 이 인물은 역경을 이겨내고 우뚝 선 대한민국의 은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신연식 감독이 애정을 듬뿍 담아 완성한 캐릭터 '삼식이 삼촌'과 '김산'은 감독의 말대로 세상이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원리인 '자전과 공전' 그리고 한 인간을 움직이는 '천성과 관성'의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실제적 삶이 작용하는 원리에 관심이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어떤 인간들이 있고, 이들의 천성과 관성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관심 말이다. 역사의 변곡점은 미시적인 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바뀐 역사는 다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감정이 얽히고설켜 영향을 주고받아 큰 흐름을 만든다는 것. 그 시선을 상징적으로 포착한 표현이 '천성과 관성'이다"

신연식

'삼식이 삼촌'의 주요한 역사적 배경으로 4.19 혁명과 5.16 군사쿠데타를 등장시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신 감독은 "어떤 역사적 변곡점은 미시적인 개개인의 천성과 관성의 작용돼 쌓이다가 생긴다. 우리가 막 애를 쓰고 세상을 바꿔보려고 해도, 어이없는 일로 세상이 단숨에 바뀌는 걸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하지 않았나. 4.19와 5.16을 다룬 건 개인의 천성과 관성이 쌓이다가 말도 안되게 세상이 바뀌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근,현대사라는 소재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두 사건이 근,현대사의 변곡점이라는 상징성을 띠고 있고, 인간의 천성과 관성을 그리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쓴 것이다"고 말했다.

'삼식이 삼촌'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를 띤다. 5.16 이후 잡혀온 삼식이 삼촌과 김산은 군부의 취조를 받으며 과거를 회상한다. 취조 형식의 구조가 이야기를 늘어지게 하고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평가가 다수 있었다.

삼식이

이에 대해 신연식 감독은 "범인이 누구냐와 같은 미스터리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김산과 삼식이는 잡혀올 때부터 진실을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취조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기 명분을 위해 나라와 사람을 배신한 배신자들이다. 오히려 배신자들이 삼식이 삼촌과 김산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추궁한다. 김산과 삼식이 삼촌은 결국 감독에서 다시 만나고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구조적 완결성을 위해 선택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삼식이 삼촌과 김산이 감독에서 재회하는 이 장면은 16회의 백미였다. 서양의 부를 상징하는 '피자'를 매개로 서로의 비전을 확인했던 두 사람은 결국 생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피자'에 대한 대화를 다시금 나눈다. 특히 삼식이 삼촌이 목놓아했던 그 고백은 송강호의 명연기와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처럼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할 수 없는 천성과 관성에 의해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그리고 김산은 삼식이 삼촌과 그렸던 원대한 계획을 마침내 실행하게 된다. 그러나 환희의 순간을 맞이한 김산의 뒷모습은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삼식이 삼촌'의 마지막 정서는 '회한'이 아니었을까 싶다.

'삼식이 삼촌'을 마친 신연식 감독은 다시 또 집필에 돌입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부지런함은 한 작품을 끝낸 피로감을 이겼다. 앞서 촬영을 마친 영화 '1승'과 집필을 시작한 차기작으로 조만간 돌아올 예정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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