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7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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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 기자회견' 민희진, 얻은 것과 잃은 것…여론 반전vs법적 압박

김지혜 기자 작성 2024.04.26 17:55 수정 2024.04.26 18:10 조회 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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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그룹 뉴진스(NewJeans)의 '엄마'로 불린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업계 경력 2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민희진 대표는 2022년 7월 데뷔한 5인조 그룹 뉴진스를 성공시키며 '미다스의 손'의 역량을 발휘했지만 약 2년 만에 모기업 하이브와의 내홍으로 대표직 사임 압박까지 받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경영진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하이브는 A씨 등 어도어 경영진들이 대외비인 계약서를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이 같은 감사권을 발동했다.

25일 하이브는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했다며 관련자들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하이브의 의혹 제기와 싸늘한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민희진이 선택한 카드는 정면돌파였다. 민희진 대표는 25일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진 앞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뉴진스

◆ 폭로·욕설·눈물, 이런 기자회견은 처음이었다

25일 오후 12시경, 민희진 대표 측이 '긴급 기자회견 개최'라는 공지를 했을 때 언론이 예측한 건 '정제된 입장문 낭독'이었다. 기획사 대표가 법적 분쟁건으로 기자회견을 할 때는 보통 변호사를 대동해 법률 컨펌을 받는 자료를 읽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민희진 대표는 준비한 서면 없이 2시간 15분간 자신의 입장을 토로했다. 장황하고 두서없는 말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과격한 욕설까지 써가며 상대를 향한 공격과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뉴진스를 언급하는 질문에서는 오열하며 자신이 키운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 초반만 하더라도 요점이 불분명한 성토처럼 들렸다. 뉴진스 성공 신화에서 자신의 공을 강조하던 민희진 대표는 그룹의 데뷔 과정에서부터 하이브 측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한 기자회견 전 하이브와의 분쟁 이유로 내세웠던 '내부 고발' 외에도 '주주 간 계약'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번 갈등이 촉발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희진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경영권 탈취 시도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민희진 대표는 "경영권 찬탈을 실행한 적이 없다. 난 월급 사장이고 직장인"이라고 항변했다. 어도어의 지분 구조가 하이브 80%, 자신이 18%인 상황에서 경영권 탈취 시도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피프티피프티 사태라는 선례가 있는데, 나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25일 자회사인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것과 관련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이 민희진 대표와 지난 4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이 대화에서 하이브가 어도어 부대표라고 지목한 A씨는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적당한 가격에 매각 △민 대표님은 어도어 대표이사+캐시 아웃(Cash Out)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이라는 글을 썼고, 민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은 "대박"이라고 반응했다.

민 대표는 부사장과 나눈 이 카톡 대화에 대해 "직장 생활하다 보면 직장이 마음에 안 들고, 사수가 마음에 안 들고 직장에 대한 푸념 할 수 있지 않나. (사람들은) 부대표와 제 캐릭터 모르면 진지한 대화인지 웃기는 대화인지 감이 없지 않나"라고 말하며 경영권 탈취 의도를 부인했다. 또한 하이브가 배임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희대의 촌극'이라고 일축했다.

민희진

◆ "민희진을 응원합니다"…싸늘했던 민심, 일부 돌아서다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공중파 방송국과 종편 등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생중계했고, 실시간 접속자는 수만 명에 달했다.

엔터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 스타 프로듀서의 과격한 성토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에게 씌워진 의혹을 해소할만한 근거나 기록, 데이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의혹의 진위 여부를 떠나 기자회견과 인물 자체가 "흥미롭다", "재밌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와 방시혁 의장의 갈등은 오랫동안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약 2년 전,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로 이직할 당시만 해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뉴진스 데뷔 전후로 관계의 틈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방시혁 대표와 만난 지도, 직접 대화를 나눈 지도 오래됐다는 민희진 대표의 말에서 추정해 볼 수 있다.

민희진 대표에 따르면 하이브의 또 다른 계열사인 쏘스뮤직의 르세라핌과 어도어의 뉴진스의 데뷔 시기와 홍보 방향을 두고 의견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민 대표는 방시혁 대표에게 큰 실망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가교 역할을 했던 것은 하이브의 박지원 CEO였다. 이날 민희진 대표는 박지원 대표와 장기간 나눈 카톡을 일일이 공개하며 "처음엔 자신을 이해하는 척 다가왔지만, 지금은 (자신을 마녀화하는) 언론 플레이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강한 배신감도 드러냈다.

뉴진스

하이브 방시혁과 어도어 민희진의 갈등은 대기업과 자회사, 고용주와 고용인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평범한 회사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측면이 있었다. 여기에 민희진 대표가 '여성 대표의 애환', '개저씨들의 만행' 등의 프레임을 만들며 남성과 여성의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여과되지 않은 발언이 미칠 파장이나 법적 유불리 등을 따지지 않고 거침없이 속내를 밝혔다는 점에서 '인간 민희진'의 진정성이 보였고, 뉴진스를 향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거나 가요계의 만연한 병폐에 대한 지적은 뮤지션과 일에 대한 '프로듀서 민희진'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희진

◆ 일방적 주장에 과격한 비난…법적 분쟁에 분리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하이브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면서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정적이고 과격한 기자회견으로 뜨겁게 반응한 민희진 대표와는 다른 이성적이고 차분한 대응이었다.

기자회견 이후 대중의 관심을 모은 것은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가 지난해 맺었다는 '주주 간 계약'(SHA)이었다. 한국경제가 투자은행(IB)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어도어 지분 80%를 가진 대주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지분율 18%)를 비롯한 경영진들과 작년 3월경 어도어 주주 간 계약를 체결했다.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대표가 이 계약에 대해 사실상 '노예계약'이라고 지칭한 건 '경업금지'(퇴사 후 특정 기간 동안 경쟁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조항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계약은 주식 보유기간과 대표 이사 재직 기간 두 가지로 경업금지기간을 묶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에 따르면 민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사임해도 어도어의 주식을 1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경업을 할 수 없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대표이사 재직 기간은 최소 5년으로 설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희진

민 대표는 어도어 지분 18%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3%는 향후 하이브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가 있다. 풋옵션은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팔 권한이다. 이는 올해 말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그 규모는 약 1,000억 원 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나머지 5%는 하이브의 동의 없이 하이브 혹은 외부에 매각할 수도 잔여 지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작년 말부터 주주 간 계약 중 일부 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제기하며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 위반이 법원에서 인정된다면 하이브는 민 대표가 보유한 주식을 헐값에 사갈 수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 등이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을 때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희진

이번 기자회견으로 민희진 대표는 비판과 비난 일색의 여론을 일부 돌렸다. 그러나 대중은 그저 한때의 구경거리로 몰두한 것일 뿐 다가올 현실의 전쟁은 민희진 대표가 감당해야 한다. 시총 8조 원의 공룡 엔터 기업인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와 지난한 법적 싸움을 벌어야 하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적으로 치열하게 방어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 등을 향한 일방적 주장과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만큼 명예훼손 소송의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민희진은 대표는 "나는 돈 하나도 못 받아도 좋다. 명예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며 이 진흙탕 전쟁에서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ebada@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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