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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제작진이 밝힌 다큐 제작 이유

강선애 기자 작성 2024.04.25 11:09 조회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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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SBS 스페셜-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의 이동원PD가 김민기와 학전에 대한 최초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배경과 후기를 밝혔다.

'SBS 스페셜-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킨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못자리 학전과 철저히 무대 뒤의 삶을 지향하며 방송 출연을 자제해온 학전 대표 김민기의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지난 21일 1부가 방송됐다.

김민기를 위해 기꺼이 카메라 앞에 나선 유명인사 100여명의 인터뷰가 담기는 유일무이한 프로젝트인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의 1부는 33년 만에 아쉬운 폐관을 맞이한 학전의 문화적 가치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를 위해 헌신한 연출가 김민기의 삶을 돌아보며 뭉클한 울림을 선사했다. 1부 방송은 전국 시청률 3.4%(닐슨코리아 기준)로 동시간대 지상파 1위를 기록하며, 방송의 여운이 '학전 기억하기'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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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의 메인 연출 이동원PD가 제작의 변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동원 PD는 탐사보도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정인이 사건', '제주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등을 연출했고, 지난 해에는 예능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선보인 바 있다.

이 PD는 "대학 시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좋아해서 여러 번 봤다. 그때 처음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오랫동안 마음 속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김민기 선생님께서 작년 연말 투병을 하시면서 학전이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민기 선생님을 존경하는 동료들끼리 '우리가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나왔다. 학전을 중심으로 선생님의 삶을 기록하는 다큐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모였고, 학전을 통해 선생님께 제안을 드려 지금의 3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다"라고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구상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또한 "제작은 작년 12월 말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3월 중순 폐관을 앞둔 상태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제작기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제작을 완료해야 했다. 기획과 촬영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김민기 선생님께서 본인의 업적 남기는 것을 극도로 꺼리셨기 때문에, 여러모로 남아있는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막막했다. 그때 학전 출신 장현성 배우가 '김민기의 삶은 워낙 방대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서 조각을 모아야 할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제작진이 김민기 선생님의 친구, 선후배, 지인, 그리고 학전 출신 예술인 등 10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기억, 기록들을 모으는 방식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다. 김민기 선생님에 대한 모든 스태프들의 존경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라고 제작 비화를 전했다.

1부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 PD는 "1부 방송 후 김민기 선생님의 오랜 친구분께서 전화를 하셔서 '지금이라도 민기가 해온 일을 남길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라고 하시더라. 다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뭉클해졌다"라고 주변 반응을 전했다. 이어 "사실 대부분이 처음 인터뷰를 부탁드릴 때, 김민기 선생님께서 동의하신 다큐멘터리인지를 여쭤보셨다. 절대 이런 일에 동의하지 않을 분이라고 다들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따로 김민기 선생님께 직접 확인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무엇보다 인터뷰를 함에 있어 김민기 선생님께 폐를 끼치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 특히 오랜 친구분들께서 더 우려가 많으셨다. 그랬던 분 중 한 분께서 방송 다음날 전화를 주셔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시는데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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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PD는 100인의 인터뷰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로 의외의 인물을 꼽았다. 이 PD는 "2부에 소개될 분 중 1970년대 후반에 김민기 선생님과 짧지만 강한 인연을 맺으셨던 분이 계신다. 김민기 선생님께서 군대를 제대하고도 모든 예술활동이 계속 탄압을 받게 되자 잠시 공장에서 일하시게 된 적이 있는데, 그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김민기 선생님을 알게 된 분이셨다. 그 분께서 어린 나이에 공장에서 일하며 만났던 '젊은 김민기'에 대해 말씀해주신 내용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우리가 아는 '음악가 김민기' 또는 '연출가 김민기'가 아닌 젊은 날 공장에서 일하던 '청년 김민기'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고, 감동적이었다. 얼른 2부 방송으로 많은 분들께 제가 느낀 감동을 나눠드리고 싶다"라고 귀띔했다.

더불어 이 PD는 향후 방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부의 중심은 '음악가 김민기'이다. 학전은 사실 김광석, 윤도현, 장필순, 강산에, 박학기 등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성장한 성지 같은 무대이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뮤지션들을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음악가 김민기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담아볼 생각이다. 특히 1970년대 초반 김민기의 데뷔 과정부터 첫 음반, 그리고 유신시대에 탄압에도 불구하고 예술활동을 이어나간 이야기를 풀어볼 것이고, 그 와중에 우리 사회를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뒷것'의 역할을 했던 김민기의 이야기를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3부는 공교롭게도 '어린이날' 방송하게 되었는데, 사실 학전에서 마지막까지 김민기 선생님께서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 어린이극이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유지하는 게 김민기 선생님의 원칙이셨다. 알고 보니 김민기 선생님의 어린이 사랑은 1970년대부터 이어져왔던 것이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뒷것'으로 어린이들을 위해 해오셨던 일들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지난 50여년의 기록들을 모아서 보여드릴 예정이다. 많은 분들의 추억이 서린 그 시절 이야기를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PD는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제작하며 김민기의 삶을 들여다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3개월 간 거의 매일 1~2명씩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의 뒤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셨던 '뒷것 김민기'를 만나게 되었다. 매번 감탄과 존경을 하는 시간이었고, 퇴근길마다 제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절대 김민기 선생님처럼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지금 제 위치에서, 김민기 선생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고, 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3부작을 완성도 있게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추억하고, 존경하고, 사랑했던 소극장 '학전'과 '김민기'라는 예술가를 오랫동안 의미 있게 기억해주시면, 저희 역할은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학전은 폐관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을 오랫동안 잊지 않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소망했다.

'SBS 스페셜-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총 3부작으로, 2부는 오는 28일 일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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