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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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꼬꼬무' 학생들과 교사들의 투쟁, "학교를 지키고 싶은 마음"…'강남 S고 사학 비리' 조명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3.12.15 04:40 수정 2023.12.15 17:28 조회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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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S고,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14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학교의 봄 - S고 학생 투쟁과 교사들의 양심선언'이라는 부제로 강남의 명문 S고의 사학 비리 사건을 조명했다.

1993년 11월, 강남의 한 명문 사립고인 서초구 S고등학교에서 11월 전국 모의고사가 진행됐다. 고2 마지막 모의 수능이라 학생들에게 중요했던 시험. 그런데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아 든 학생들이 시험지를 보고 의아해했다. 11월 모의고사임에도 시험지에는 7월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특히 선생님들은 답안지도 걷지 않고 집에 가서 각자 채점을 해보라고 해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에 고2 민근이는 모의고사를 주관한 출판사에 문의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해당 시험지는 출판사에서 무료로 배포한 것으로 학교 측은 학생들을 속이고 가짜 시험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모의고사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가짜 시험을 치른 학교. 이에 학생들은 모든 것이 돈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S 고는 주변 학교 보다 각종 비용을 더 높게 받았고 뿐만 아니라 갖은 명목으로 돈을 걷기만 하고 집행은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하루 뒤 그 사건이 벌어졌다. 세 명의 아이들은 그 간 학교의 교장이 보여준 비상식적인 일들을 폭로하는 내용의 전단을 제작해 학교 곳곳에 뿌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곧 선생들의 손에 들어갔고 일부 선생들은 아이들을 추궁하며 주동자 색출 작업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주동자 3명과 그 아이들의 짝이었던 학생 1명, 총 4명이 억울하게 퇴학당했고 같은 반 아이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유기 정학 등의 처분을 받았다.

또한 학교 측은 학생들을 추궁하며 배후에 있는 선생님이 누구인지 폭로하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선생님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아이들의 지목이 없었음에도 3명의 교사가 교실과 교무실로부터 쫓겨났다.

이에 결국 교사들도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교를 떠난 선생님들이 모여 언론을 통한 폭로를 계획한 것이다. 가짜 모의고사가 치러진 지 4개월 뒤의 어느 날 언론 앞에 선 선생님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고백했다. 그리고 8명의 선생님들은 35명이 되었고 이는 S고 교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었다.

선생님들은 찬조금 징수, 성적 조작 등을 포함한 교장과 교장 측근들의 비리를 폭로했다. 눈물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진 강남 최고 명문고에서 일어난 사학비리 사건. 이에 대통령도 나서서 특별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자 외면했던 교육청 국회까지 두 팔 걷고 나서며 온갖 부패가 드러났다.

S고의 사학 비리는 교장과 그의 충성스러운 이인자 교감, 육군 대령 출신으로 안기부를 거쳐 83년부터 상근 이사로 재임 중인 C이사, 그리고 교장의 아내이자 재단 이사장인 4명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교장 부부는 현직 선생들에게 불법 과외를 지시하고 월 수십에서 수백의 과외비를 주며 학교 업무에서도 배제시킨 일도 있었다. 이 일로 과외를 한 현직 교사들은 형사 처벌까지 받았지만 교장은 이사회 징계만 받고 1년 후 교장으로 복직하게 된 것.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초대 교장이었던 S 고를 이어받아 20년째 집권 중이었다.

S고의 교사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담임들이 VIP리스트를 작성해 교장에게 제출하고, 필요에 의해서 학부모들을 호출했다며 이 작업이 모든 비리의 원천이라 주장했다. VIP 리스트는 전직 장관, 전직 안기부장, 전직 법원장부터 현역 국회의원, 법조인, 의사, 대학교수, 고위 공무원까지 면면이 화려했다. 모든 VIP가 비리에 가담한 것은 아니지만 몇몇은 매우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그리고 교장은 VIP의 자녀들의 성적 조작까지 지시했다. 또한 이와 반대로 가정 형편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S고 출신들은 평생 당시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데 그들 중에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 가수 김진표도 해당되었다.

교장은 불법찬조금을 걷는 명분, 걷는 방식들을 모두 담임에게 알아서 하라고 지시했는데 교사들은 학급 임원에게 부탁하거나 성적 상위권에게 부탁을 해 찬조금을 걷어 매년 교장에게 상납했다. 그리고 6년 동안 모아진 찬조금은 무려 15억 원. 이 금액은 당시 강남 아파트 서너 채를 사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S 고는 강남에서 시설이 가장 나쁜 학교였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는 돈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모두 금지됐다. 대신 교장은 초호화 주택부터 미국의 별장, 학교 앞의 빌딩 등 부동산 등의 부를 축적해 갔다. 또한 학교 부지에 골프 연습장을 지어 수익 사업도 했다. 그렇게 부정하게 축적된 그의 재산은 당시 약 200억 원.

교장은 모든 혐의 부인했지만 수사를 통해 많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학교와 관리기관의 검은 카르텔도 밝혀졌다. 그러나 교장은 이 사건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그리고 횡령액도 17억만 인정되어 아쉬움을 안겼다.

교감과 이사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죄가 밝혀진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었다.

S 고는 점점 정상화되어가고 퇴학된 아이들도 학교로 돌아왔다. 그런데 2000년 1월, 비리 이사장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이는 얼마 후 사실로 드러났다.

S고 재단 이사로 교장의 아내, 누나 등 측근들이 선임된 것이다. 또한 교장으로는 교감이 선임됐다. 1999년 8월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2년이 지나면 재단 이사나 교직에 임명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에 교사들은 교육청으로 쫓아가 농성을 펼쳤고, 동문들과 재학생들도 시위에 나섰다. 그 결과 시교육감은 교장 아내와 측근들의 임원 취임 승인을 철회했다. 하지만 한 달 후 교장의 아내가 소송을 걸고 3개월 후 재판부는 교장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식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 법이라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한 채 운동장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학부모들은 비리 재단 복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칠판에는 정의라는 글자 두 글자를 쓰고 정의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아이들.

판결 후 9일이 지난 어느 날 아이들은 교문 밖으로 나가서 법원으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이미 그 앞에는 수백 명의 전경들이 깔려 이들의 시위를 막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참지 않고 교문과 전경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전경들은 무력으로 아이들을 저지하며 그 속에서 부상당한 아이들이 속출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무장한 전경들이 대치한 것은 4.19 이후 최초의 사건. 아이들은 힘들고 힘들게 전경들을 피해 법원 앞에 도착했고 차분하게 집회를 이어갔다. 자신들을 에워싼 전경들에게 아이들은 차분하게 구호를 외치고 연설을 하고 불합리함을 알리고자 삭발회까지 했다.

그리고 모든 순서를 마친 후 교가와 애국가를 부르고 음료수 병 하나까지 챙겨서 학교로 돌아갔다. 학생들의 법원 시위는 선생님들의 양심선언처럼 전 국민의 관심사로 급부상했고 이후에도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S고에는 신입생들이 겨우 100여 명 정도만 남았다. 이에 재학생들은 후배들의 입학을 환영했다. 그런데 이때 교장이 된 교감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을 했고, 아이들은 교감을 막아섰다. 교감은 학생들을 협박했고 학생회장이었던 연무는 포기하는 것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냈다.

2001년 3월, 6개월 넘게 기다린 판결의 날이 왔고 교장 일가의 패소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이제 어른이 된 연무 씨는 "그전까지는 어른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는 어른들한테 조금 감사함을 가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겼다는 생각이 들어 전교생이 와하면서 박수를 치고 수업도 중단됐던 기억이 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고, S고 사학 비리 사건은 1994년 3월 14일 이후 8년 8개월 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후 S 고는 7명의 관선 이사들과 함께 새롭게 시작했고 현재에는 새로이 강남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S 고는 무엇보다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정이 생겼다.

연무 씨는 "학교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 계속 우리는 하나였다. 단순했다. 학교를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라며 그날을 떠올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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