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19세기 시인 윌트 휘트먼은 "예술 중에 예술, 표현의 찬연한 아름다움, 그리고 글자의 빛에서 발하는 광휘로움은 바로 소박함이다."라고 했다. 도시의 화려함과 복잡함을 뒤로한 채, 평화와 고요함이 내려앉은 성당이나 푸르름에 안긴 산사에 들를 때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란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거장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와 깊고 고요한 산사의 시인 원경 스님이 예술로 만났다. 지난달 발간한 책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출판 파람북)에는 김인중 신부의 회화 작품과 세라믹·글라스 아트 등이 원경스님의 시, 산문과 함께 소개됐다.
종교와 세대, 문화의 차이는 그 어떤 장벽도 되지 않았다. 화가 신부와 시인 스님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서 예술 수행자로서 깊이 교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청양의 '빛섬' 아트갤러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날은 마침 축복과도 같은 '꽃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책에는 화려한 색감과 추상적 이미지가 특징인 김인중 신부의 회화 작품과 세라믹·글라스 아트 등이 원경스님의 시, 산문과 함께 소개됐다. 보라색과 푸른색과 적색 등이 어우러진 김인중 신부의 작품과 함께 실린 원경 스님의 '너를 위한 기도'는 읽는 이들에게 묵직한 '위로'를 전한다.
'너의 눈빛에/슬픔이 가시어/근심이 사라지어/일 마친 하루의 노을빛처럼 잔잔히 오렴/ 투명한 대기의 푸른 바람결처럼 고요히 오렴/낯빛 고운 돌개울/그 물빛처럼/해맑게 오렴/ 너의 이름은 /내 안에 있으나/너는 너다워야 너일수 있네/너의 이름을 부르는 나의 소리는/그저 너를 위한 노래와 같은 읊조림'
김인중 신부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화가다. 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 소속인 김인중 신부는 프랑스 혁명 이후 최초로 노트르담 대성당 전시(2003), 프랑스 문화예술 공훈 훈장 오피시에 수상(2010),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가톨릭 아카데미 회원 추대(2016), 프랑스 앙베르 시 '김인중 미술관', 이수아르 시 '김인중 상설전시관' 건립(2019)…. 등 일일이 이력을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원경 스님은 북한산 형제봉 아래 위치한 '심곡암'이라는 산사의 주지스님으로, '불심, 자연, 예술이 하나' 되는 염원을 담은 산사음악회를 전국 사찰 최초로 시작해 새로운 문화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또 불우한 이웃의 배고픔을 해소해 주기 위해 보리 스님이 21년 동안 운영해 오던 탑골공원 무료급식소가 중단될 위기를 맞자 그 맥을 이어받아 2015년 6월부터 무료급식소(사회복지원각)를 운영하고 있다. 시집 <그대, 꽃처럼>을 통해 문인협회 회원으로 등단했으며, 산문집 <그대 진실로 행복을 원한다면 소중한 것부터 하세요>, <밥 한술 온기 한술>을 출간한 시인이다. 최근 KBS 인간극장 '인연' 편을 통해 스리랑카에서 온 명선 스님과의 인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백합꽃과 연꽃은 하늘 아래에서 같이 피고, 하늘을 우러러 서로를 시샘움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김인중 신부의 말처럼, 어쩌면 예술은 시샘하거나 비교할 필요 없는,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에 잔잔히 내리는 꽃비와 같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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