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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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전문가, "살인자 정유정, 섣불리 규정지어선 안돼" 경고…범행동기 밝힐 '비밀의 5년' 연구 필요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3.06.18 05:51 수정 2023.06.19 10:54 조회 7,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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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정유정은 왜 살인자가 되었나.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밀실 안의 살인자 정유정은 누구인가?'라는 부제로 잔혹한 사건의 범인, 살인자 정유정을 조명했다.

지난 5월 27일 한 택시 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여성. 택시 기사는 한밤 중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낙동강변 공원의 숲으로 가는 한 여성을 수상하게 여겨 112에 신고 접수를 했다.

그 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이 여성은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또래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까지 한 23살의 정유정이었다.

체포된 정유정은 영어 과외를 받고 싶어 찾아간 피해자와 말다툼이 생겨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유정의 범행 과정에서는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 범죄의 증거가 여러 가지 등장했다.

정유정은 사건 당일 머리를 단발로 자른 후 중고 마켓에서 산 교복을 입고 중학생으로 위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목 한쪽을 집중적으로 찔러서 살해했는데, 이에 법의학자는 "치명타인 걸 알고 살해하기 위해 찌른 것으로 보인다. 스무 곳 넘게 찔렀다는 것과 찔러야 할 곳을 정확하게 아는 형태로 보아 명백한 살인 의도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확인 사살을 한 점, 또한 시신을 훼손한 후 유기한 점까지 우발적 범죄와는 거리가 멀며 일반적인 성향의 범죄와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정유정을 취재한 한 기자는 "전혀 전과가 없는 20대 여성이 또래 여성을 그렇게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서 유기까지 했다는 것에 놀랐다. 취재를 해도 뚜렷한 범행 동기를 밝혀지지 않는 것이 미스터리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정유정은 조사를 통해 "평소 범죄 수사 프로그램에 관심 많았고, 살인에 대한 충동이 있어서 살해했다"라는 자백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변호사가 오기 전까지 진술하지 않겠다고 진술을 거부하고, 심신 미약을 주장했는데 이를 전문가는 "미리 학습한 내용들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정유정은 피해자를 만나기 전 과외 앱에서 다른 영어 과외 교사들에게 접근해 혼자 사는지, 교사의 집에서 과외가 가능한지 등을 물으며 피해자를 물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정은 범행 후 피해자의 집을 빠져나와 자신의 동네의 마트에서 범행에 사용된 도구들을 단 10분 만에 구매했다. 그리고 인근의 또 다른 마트에서 대용량의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CCTV에 포착된 정유정의 모습을 본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는 "배회한다든지 망설인다든지 이런 흔적이 전혀 안 보인다. 철저하게 계획적인 범죄라는 것은 명확하다. 수개월 전 살인, 시신 없는 살인 등을 검색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범행을 구체화되는 과정을 거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법의학자는 낙동강변을 시신 유기 장소로 선택한 것에 대해 "시신이 부패, 백골화되는 데는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길게는 2년까지도 소요되는데 풀숲이 많고 소동물과 곤충들이 서식하는 이러한 곳은 백골화가 일주일 조금 넘어 바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 만약 범행이 적발이 안 됐다면 백골화된 시신이 발견되고 신원 확인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가해자가 분명히 그 점을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정유정은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할 때 쓴 캐리어를 집에 가서 가져오고 피해자의 집과 자신의 집을 총 3회 왕복하는 이해할 수 없는 동선이 포착되었는데, 이에 전문가는 "부적절하고 무의미한 동선이다. 비체계적이고 비조직적인 특징이 있다"라고 의아해했다.

그리고 "정유정이 학습한 대부분의 것들은 실제 사람과의 상호 작용에서 학습한 것이 아닌 거의 다 미디어나 인터넷 같은 온라인상에서 학습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거기에 대해 통제하거나 대처하는 능력이 굉장히 떨어져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검찰 송치 과정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한 것도 상황에 맞지 않는데 이 또한 다른 범죄자들이 하는 말을 가지고 와서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유정은 어떤 인물일까? 이에 그의 지인들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은 "커튼을 자기한테 둘러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곤 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대화에 늘 단답형으로 답하고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 않았다"라고 정유정에 대해 떠올렸다.

2017년 정유정을 면접한 회사 관계자는 "골프장 캐디에 수차례 지원했다. 그런데 대화 자체가 어려웠다"라며 특이한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당시 정유정은 기숙사 입주를 희망하며 해당 업무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

이에 전문가는 "돈이나 공간,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기인한 행동으로 보인다.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확인하고 화풀이까지 하는 모습은 집을 반드시 나오고 싶어서 최대의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부모가 이혼한 후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던 정유정은 할아버지와의 교류도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전문가는 "가족과 연관이 있는 트라우마가 무의식적으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 서둘러 집을 벗어나서 새로운 환경으로 바꾸어야 하겠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특히 정유정이 최초 진술에서 그의 숨겨진 욕구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정유정은 최초 진술에서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다른 사람이 범행 중이었다. 범인이 나에게 피해자 신분으로 살게 해 줄 테니 시신을 숨겨달라고 했다"라는 주장을 했었던 것.

이에 전문가는 "피해자의 신분으로 산다는 것이 보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피해자의 신분이나 환경에 동경이나 열망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신분으로 사는 것이 보상인 것처럼 말한다"라며 "이런 방법으로 타인의 신분으로 다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본인만의 세계관에서 상상했을 수 있다"라고 정유정의 심리를 추측했다.

그리고 진술에서 영화 '화차' 등을 언급한 것에 주목하며 범행 후 피해자의 옷을 입고 나온 것 또한 그러한 욕구의 반영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왜곡된 목적이 설정되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범죄적인 행동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다. 결국 스스로 살인 판타지를 키우고 실행에 이르렀다"라고 했다.

정유정은 체포 당시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캐리어 내부의 혈흔에 대해서 추궁하자 본인이 생활고로 낳은 아이를 살해했다며 캐리어 내부의 피는 본인의 하혈이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검사에서 자궁 내 출산 경험 없는 것이 드러나 거짓말이 밝혀진 것.

위기에 처하자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에서 정유정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그리고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28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에 표창원은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항목에 해당되는 것이 없다. 높은 점수받기에 무리가 있다"라며 "섣부르게 사이코패스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찾아가서 죽이는 행동에 합리적 설명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정유정이 날 때부터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지어야 안심하게 된다"라며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정유정은 사이코패스다. 정유정은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순환 논리에 갇히게 된다"라고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정유정의 범죄에 대해 일각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범죄라는 분석도 나왔다. 고교 졸업 후 5년 간 은둔 생활을 한 정유정. 하지만 실제 은둔형 외톨이와 정유정은 분명 다른 점들이 있었다.

전문가는 정유정에 대해 은둔 성향은 있으나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보통 은둔형 외톨이는 자신을 학대하는 경향이 있어 공격석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반면 정유정은 타인을 향해 분노를 발산하는 경향을 갖고 있어 에너지의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를 잠재적 범죄자로 오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경고했다.

정신과 전문의는 정유정의 성향에서 자폐적인 성향이 보인다고 주목했다. 특히 정유정의 경우에는 고기능성 자폐, 아스퍼거의 특성을 가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스퍼거는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홀로 지내는 것을 선호하며 한 가지 관심 분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이었다.

그리고 범행 과정에서 슬리퍼만 신고 특이한 걸음걸이가 특징이던 정유정에 대해 "자폐 성향은 신체 감각이 예민해서 타이트한 옷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불편해하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독특한 말투나 독특한 걸음걸이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에서도 자폐적인 특성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으로 범행의 동기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에게 지난 5년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이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표창원은 "정유정은 섣불리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그가 왜 이런 괴물이 됐는지 그 과정 중에 우리 사회가 발견하거나 막을 수 있는 여지는 없었는지 주목해야 한다"라며 "정유정을 섣불리 단순하게 규정지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미 미국 등의 해외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강력 범죄 후 범인의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연구하고 이를 통해 범죄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있다. 이에 우리도 정유정과 같은 범죄자들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깊고 꾸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 구체적인 예방책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의 살해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실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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