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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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시청자는 못 보는 원본 영상…답답함은 누가 풀어주나

김지혜 기자 작성 2023.03.09 14:31 수정 2023.03.09 14:48 조회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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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조작 논란에 휩싸인 넷플릭스 '피지컬 100' 제작진이 결승전 원본 영상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제한된 공개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피지컬:100' 측은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결승전 이슈 관련한 원본 영상 공개 및 제작진의 해명 시간이었다.

이 행사는 8일 저녁 결정돼 공지가 될 정도로 긴급하게 마련된 자리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은 연락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결과, 원본 상영회에 참석한 기자는 약 50여 명이었다.

장호기 PD는 원본 영상 공개에 앞서 "매끄럽지 못한 녹화 진행으로 불편함 드려 두 출연자 분들과 다른 참가자 분들, 시청자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면서 "이 모든 갈등과 논란은 두 출연자 분이 아니라 우리가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제작진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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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영상은 10~20분 분량으로 당일 녹화 분량 전체가 아닌 경기 중단 전후 과정이 담긴 것이었다. 해당 녹화 풀영상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장 PD는 "넷플릭스 모든 촬영 원본은 넷플릭스가 소유하고 있고, 넷플릭스는 원본 영상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제3자의 재편집에 따른 유포에 따른 문제, 녹화 상황과 무관한 출연자들의 개인적 대화 유출 문제, 방대한 녹화 분량 등 때문이다. 부디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준비한 영상은 취재진에게만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 대한 사진 촬영 및 영상 촬영도 금지 됐다. 결국 행사에 참석한 취재진만이 제작진이 진실이라 말하는 그날의 촬영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공개한 영상에는 기계 굉음으로 한 차례 경기가 경기가 중단된 상황, 우진용의 로프가 꼬여 두 번째 경기가 중단된 상황이 담겨 있었다.

준우승자인 정해민이 최근 인터뷰에서 "우진용이 손을 들어 경기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한 상황은 없었다. 또한 제작진은 재개된 경기에서도 거의 다 이긴 시점에 또 한 번 경기를 중단했다는 정해민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 경기 재개 직후 26초 만에 우진용 출연자 줄 타래 줄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줄과 줄이 꼬이는 돌발 상황이 발생해 경기를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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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 중단 상황에 대해 장 PD는 "두 출연자 모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다시 줄타래가 돌아가면서 거대한 마찰음이 양쪽에서 이어졌다. 오랫동안 들린 굉음은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돌발 상황이다. 경기 흐름을 끊는 것보다 지속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이어갔지만, 당시 중단 요청을 했던 이유는 '지속적인 소음 문제가 매우 심각해 촬영본 사용이 어렵다'는 기술적 판단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소음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이것이 안전사고의 신호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줄타래의 축이 파괴되거나 튕겨 나오게 되어 줄타래를 등지고 있던 출연자를 향해 굴러오면 큰 부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컸다. 출연자의 안전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경기를 중단했다"며 "우진용이 먼저 손을 들어 경기를 중단했다거나, 제작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경기를 중단한 것도 역시 아니다. 특정 출연자가 일방적으로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쳤던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피지컬100'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를 찍은 글로벌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대미라 할 수 있는 결승전에서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되고 재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경기 중단 전까지 준우승자인 정해민이 우승자인 우진용을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두 차례의 중단이 승패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의혹이 더해졌다.

피지컬 100

공정성을 제1의 가치로 두고 제작되어야 할 경쟁 프로그램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피지컬 100'의 가치는 바닥에 떨어졌다. 논란 자체도 문제였지만 제작진의 대처도 미숙했다. 제작진은 처음에는 재경기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정해민의 인터뷰가 나오자 '기계 소음'으로 인해 경기를 일시 중단한 뒤 재개 했다고 인정했다.

이날 제작진의 해명을 보면 의혹 제기 당시 제작진은 기계 결함으로 인한 중단과 재개를 '재경기'의 범주에 넣지 않았고, 두 번째 중단은 경기 재개 후 26초 만에 이뤄진 것이기에 승부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다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본편 방송이 완료된 후 애프터 쇼 형식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출연자들의 토크쇼 형식 또는 제작기 영상 등을 번외 편처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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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제작진이 대중, 언론과 공방전을 벌이고 있던 시간 동안 원본 영상을 편집해 번외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혹은 이같은 공정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면 프로그램 형식이 아닌 유튜브를 통한 영상 공개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약 50여 명의 기자에게만 원본 영상을 공개했고, 정작 철저한 해명 및 증명을 요구하는 대중들은 이를 볼 수 없게 했다.

장호기 PD는 이날 감독판 및 무편집본 공개에 대해서는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피지컬 100'의 성공은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인기와 화제성은 취하고, 논란과 의혹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배제하는 대처 방식이 유감스럽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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